[신간] ‘우리는 빈곤세대입니다’

[신간] ‘우리는 빈곤세대입니다’

기사승인 2016-09-30 17:10:28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청년실업률은 나날이 높아져 간다. 학자금, 결혼, 출산 문제 또한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단기적이고 근시안적인 해결책만 나왔다가 사라질 뿐, 누구도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금의 상황에서 한국 청년들은 급속도로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과연 이 사회에서 청년들은 스스로 생존할 수 있을까.

청년들은 대한민국을 ‘헬조선’이라 부르고, 자신을 ‘흙수저’라 일컫는다. ‘청년실신(청년실업과 신용불량자를 합친 신조어)’하여, ‘지옥고(지하방, 옥탑방, 고시원)’에 산다. 이렇게 현 세대의 어려움을 설명하는 신조어의 탄생을 두고 혹자는 노력하지 않는 세대의 한심한 투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청년의 암담한 현실은 실제상황이다. 외면해서는 안 될 심각한 문제가 된 것이다.


“하야시 씨를 알게 된 뒤 내가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은 그녀가 이런 말을 했을 때였다.

“어서 열여덟 살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럼 유흥업소에서 일할 수 있으니까 돈 걱정할 필요도 없겠죠? 거기서 돈을 모으면 전문학교에도 갈 수 있을지 모르잖아요.” 

그녀의 희망은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것이었다.

최근에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대생: 청년빈곤대국·일본의 참모습’이라는 책이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거기에서도 말하듯이, 생활이 곤궁한 현대사회의 젊은 여성들은 놀랄 만큼 유흥업소와 가까운 거리에 있다.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사람이 일반 노동자들보다 훨씬 많은 임금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여고생인 하야시 씨도 벌써 그런 구조를 어렴풋이 파악하고 있으며,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안전망의 하나로서 유흥업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p.66)


저자 후지타 다카노리는 ‘우리는 빈곤세대입니다’에서 평생 가난할 운명에 놓인 청년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일본 청년들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사실 책에 나오는 인명과 지명을 한국식으로 바꾸어도 전혀 이질감이 들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책 속 이야기는 한국의 현실과 상당히 닮아 있다. 

저성장 시대를 사는 빈곤청년 문제를 심도 있게 바라보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제안을 하기도 한다. ‘우리는 빈곤세대입니다’에는 전 재산이 13엔뿐인 청년, 학자금 때문에 제대로 취업도 못 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청년, 살 곳이 없어 열악한 환경의 탈법하우스에 사는 청년, 심지어 많은 돈을 벌게 해주는 유흥업소에 취직하는 것이 희망이라고 말하는 청년 등등, 빈곤 문제의 한복판에 서 있는 청년들이 등장한다. 저자는 이와 같은 실상을 소개하면서, 이것은 결코 특이한 사례가 아니며 우리 사회 곳곳에 퍼져 있는 아주 평범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후지타 다카노리 지음 / 박성민 옮김 / 시공사 / 1만4000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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