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초대석] 임정덕 한국남부발전 상임감사위원

[감사초대석] 임정덕 한국남부발전 상임감사위원

기사승인 2016-10-12 09:21:18


“청렴하지 않다는 것은 원리원칙, 다시 말해 ‘본질’에서 벗어난 것입니다. 바로 이 원칙을 회복시키는 것이 감사의 도리입니다. 하나의 기관이나 조직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선 청렴이라는 기본전제를 구비해야 합니다.”

지난 2014년 8월 한국남부발전 상임감사로 취임해 올해로 2년간의 임기를 마무리한 임정덕(72) 상임감사위원. 임 감사는 지난 7일 부산광역시 소재 한국남부발전 감사실에서 가진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청렴’의 의미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그가 한국남부발전 상임감사로 취임하면서 맨 처음 생각한 것은 ‘회사를 1°만 바꿔보자’였다고 한다. 거창하고 화려한 계획은 아니었다. 하지만 로켓을 발사할 때 발사각도가 1°만 달라도 그 궤적에서 큰 차이가 나타나는 것처럼 사소한 변화가 회사 전체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그는 믿었다. 

사실 임 감사가 취임할 당시에도 남부발전의 ‘청렴’ 성적표는 합격점에 가까웠다. 남부발전은 국민권익위 청렴도 평가에서 3회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았고, 부패방지시책평가에서도 4년 연속 1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임 감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고자 했다. 규정이나 규칙에 의해 ‘안주고 안 받고 안 먹는’ 자세는 당연히 필요한 것인 반면, 구성원의 사고방식이나 성정(性情)의 변화로 조직문화가 바뀐 것인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임 감사의 설명에 따르면 준법성에 의한 청렴은 ‘소극적 청렴’이다. 또한 공정성·공평성(Fairness)과 정직성·투명성(Intergrity)의 두 가지 요소를 가진 청렴은 ‘적극적 청렴’으로 정의할 수 있다. 쉽게 말해‘공과 사’를 구분토록 하는 것이 적극적 청렴의 핵심이다. 

소극적 청렴과 적극적 청렴은 서로 대비되는 개념은 아니다. 임 감사는 소극적 청렴의 토대 위에서 적극적 청렴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법이나 규정을 지키면서도 더 나은 결과를 추구하는 창의적 자세가 필요합니다. 누군가가 시키거나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조직이 자발적으로 타성을 극복해야만 발전을 위한 혁신이 이뤄지고 지속 성장할 수 있습니다.” 

임 감사는 ‘적극적 청렴’ 실현을 위해 제일 먼저 공감대 형성부터 시작했다. 지난해와 올해 본사 전 임직원과 전국 사업소를 대상으로 직접 강연을 다니며 적극적 청렴을 설파했다. 아울러 ‘내부감사도 경영’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선제적으로 점검하는 ‘진단감사’ 도입, 감사실 직원 스스로 연구와 조사를 통해 개선을 모색하는 ‘1인 테마 감사제’ 등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직원들은 적극적 청렴이라는 개념에 생소해하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조직문화와 관행이 단기간에 쉽게 변하겠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이러한 냉소적인 반응을 뒤로하고 임 감사가 묵묵히 추진한 ‘적극적 청렴’은 변화의 바람을 예상보다 일찍 가져왔다. 

우선 시간과 돈의 불필요한 낭비가 눈에 띄게 줄기 시작했다. 한 가지 예로 임 감사는 기존의 대면보고를 내부 시스템을 통한 화상통화로 대신하도록 했다. 남부발전 본사는 부산국제금융센터(63층 규모)의 4층과 30~35층을 각각 사용하고 있는데, 대면보고를 하려면 이동에 최대 10분 이상 소요되는 등 비효율적이라는 이유에서다. 서류 역시 전자파일로 주고받는다. 

‘근무시간은 개인의 시간이 아닌 회사의 시간’이라는 적극적 청렴의 자세를 직원들 스스로가 깨우치면서 비흡연자의 수도 늘기 시작한 것은 덤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임 감사는 이른바 ‘도시락 회의’를 도입해 회의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일반적으로 식사시간이 낀 회의의 경우 2~3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현실인데 반해, 현재까지 18회 열린 이 ‘도시락 회의’는 대부분 한 시간 이내로 끝난다고 한다. 

이렇게까지 해서 얼마나 아낄 수 있을까 싶지만, 임 감사의 생각은 다르다. 수백억원이 오고가는 계약 등에서 회사의 돈을 내 돈처럼 알뜰히 쓴다면 1%의 절약이라도 1억 원이라는 큰  돈이 절약되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공과 사의 구분이 몸에 밴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자신에게 스스로 정직해야 합니다. 회사의 시간과 돈을 개인의 것처럼 사용하는 것이 우리사회에 보편화돼 있다고 봅니다. 이것을 바로 잡은 것이 적극적 청렴의 구체적 성과입니다.”

임 감사의 말대로 직원 개인의 작은 변화는 회사의 큰 변화로 이어졌다. 직원들은 커피를 마실 때도 종이컵 대신 머그컵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가까운 거리는 걸어서 다니고 행사 또는 회의 시 으레 사용했던 현수막을 없앴다. 법인카드 사용액도 크게 줄었다. 직원들이 적극적 청렴의 필요성에 공감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임 감사는 회사를 수도원과 같은 도덕집단을 만들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적극적 청렴의 목적은 각자가 주인의식에 의해 판단하고 공정하지 않은 행동이나 업무처리를 바로잡는 것에 있습니다. 이것이 엄청난 혁신으로 이어집니다.”

그가 시작한 1˚의 변화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의 문턱에서 도약하느냐, 좌절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사실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사회에 그동안 결핍돼 있었음이 자명한 ‘적극적 청렴’의 원칙은 임 감사에 의해 싹을 틔웠다. 임 감사는 적극적 청렴이 국내 일부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을 바로잡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적극적 청렴이라는 용어가 생소하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어려운 것도, 새로운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정직하자. 공과 사를 구분하자’는 간단한 개념입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공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모든 공공부문에 적극적 청렴이 퍼져 파급효과가 생기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임정덕 상임감사위원>

-부산고 졸업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학교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역-미국 윈게이트대학교 교수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

-부산발전연구원 원장

-지역발전위원회 민간위원

-부산대 석좌교수

-現 한국남부발전 상임감사위원


유경표 기자 scoop@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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