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성의 커피소통⑲] 혼밥, 혼술, 혼커피 족에 주목하라

[최우성의 커피소통⑲] 혼밥, 혼술, 혼커피 족에 주목하라

기사승인 2016-10-20 15:55:28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혼 밥 열풍이 불고 있다. 이 현상은 이미 오래전에 일본에서 시작되었다가 대세로 굳혀진 음식문화로, 핵가족화와 개인주의를 추구하는 최근의 사회적 현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과거에 우리나라의 음식문화는 대식구가 다함께 모여서 함께 먹는 것이었는데, 이 때문에 혼자서 밥을 먹는 것이 이상하게 어색해서 가볍게 라면으로 때우거나 아니면 건너뛰는 것이 차라리 속 편했던 경험이 있다.

그때는 음식은 함께 먹어야 맛있고, 나눠먹어야 행복했다. 그리고 여유가 있든 없든, 음식 값은 내가 내야 기분이 더 좋았다. 그래서 음식점 계산대에서 서로 계산하겠다고 밀고 밀치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하지만 이제 음식점의 분위기는 크게 달라지고 있다. 김영란 법이 시행되면서 공직자 사회에서는 법에 저촉되지 않으려고 음식점에서 밥을 함께 먹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고, 혹시 함께 식사를 하게 되는 경우에는 각자 밥값을 계산한다고 한다.

공직사회가 더욱 청렴해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가뜩이나 어려운 지속적인 불황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획기적인 변화가 없이는 이제 생존 자체가 어려워진 상황에 처해있는 것이 커피전문점을 위시한 대부분의 외식업체의 운명이고 보면, 망부석처럼 오지 않는 손님을 하염없이 기다리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손님들이 찾아오는 매장이 되도록 발상의 전환과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 중 하나가 매장 내 인테리어 가구의 변화다. 대부분의 카페들은 탁자와 의자 네 개 한조의 탁자배치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작은 탁자와 의자 두개, 또는 편안한 소파를 배치해 놓은 프랜차이즈 매장들도 있다. 하지만 이제 바야흐로 혼밥, 혼술, 그리고 혼커피의 시대가 대두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솔로족들이 커피를 마시고 싶을 때, 부담 없이 카페에 혼자 앉아 마실 수 있는 그런 가구의 배치도 염두에 둬야 할 일이다.

필자의 제자 중에 한 명이 카페에 남편과 함께 갔다가 민망한 경험을 한 일이 있다. 남편과 함께 카페에 들어갔는데, 그날따라 남편은 커피가 마시고 싶지 않아 한잔만 주문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한잔 시키면 매장에서 드실 수 없고 테이크아웃 해서 매장 밖에서 드시라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심히 불쾌한 마음으로 카페를 나온 그 손님이 다시 그 카페를 방문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그 이야기를 듣고, 서비스정신은 고사하고 마케팅의 기본도 모르는 그 카페의 앞날이 심히 걱정되었다.

업종을 불문하고 서비스업은 한 사람의 손님이라도 귀하게 여기는 정신이 있어야 한다. 사실 문화 예술, 종교계 그 어느 분야도 한 명의 소중함을 잊어서는 성공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혼커피족에 주목하는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글=최우성(인덕대 외래교수. 커피비평가협회(CCA) 서울 본부장, 웨슬리커피 LAB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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