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느닷없이 모호한, 밴드 스칼렛 모조핀

[쿠키인터뷰] 느닷없이 모호한, 밴드 스칼렛 모조핀

기사승인 2016-10-27 15:17:45

[쿠키뉴스=인세현 기자] 사랑이 사라진 근 미래, 사랑을 하게끔 만들어진 안드로이드 스칼렛은 사랑을 찾아 도시를 헤맨다. 영화의 줄거리가 아니다. 지난 5일 밴드 스칼렛 모조핀이 발표한 첫 번째 EP ‘어 새드 스토리 오프 더 니어 퓨처’(A sad story of the near future)를 관통하는 스토리다.

스칼렛 모조핀은 누재즈 장르의 음악을 하는 2인조 밴드다.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해온 김덥과 현쥬니가 만나 1년간 작업한 끝에 독특한 앨범을 발표했다. 김덥은 음악 뿐 아니라 연극와 영화 연출을 했고 보컬 현쥬니는 연기와 노래를 넘나들며 자유로운 활동을 해왔다. 과거 두 사람이 어떤 일을 했는지도 중요하지만, 앨범이 발표된 지금 가장 궁금한 것은 김덥과 현쥬니가 함께 한 스칼렛 모조핀의 음악이었다. 최근 서울 월드컵로 문화인 사옥에서 스칼렛 모조핀을 만나, 바로 지금 여기의 스칼렛 모조핀에 대해 물었다.

스칼렛 모조핀은 앨범 발매 이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얼마 전에는 홍대 앞 클럽에서 공연했고 SBS '인기가요’에 출연해 무대를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공연보다 스칼렛 모조핀을 바쁘게 하는 것은 연습이다. 앨범 발매 이후 공연을 위한 합주 연습이 매일 새벽까지 이어지고 있다.

스칼렛 모조핀의 결성 과정은 의외로 간결했다. 지난해 전자음악 프로젝트를 준비하던 김덥이 함께 할 보컬리스트를 찾았고, 주변에서 현쥬니를 소개해줬다. 현쥬니는 김덥의 음악을 듣고 함께 음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2008년에 현쥬니씨가 밴드 벨라마피아 활동하던 것을 본 적 있어요. 저는 그때 연극 연출을 하고 있었고 뮤지션 배역을 구하면서 스쳐 지나간 거죠. 지난해 9월쯤 지인의 소개로 현쥬니씨를 다시 만났어요.”(김덥)

“다시 만나서 보니 의외로 연결고리가 많았어요. 그런 것도 중요했지만, 특이하고 새로운 김덥씨의 음악에 이끌렸어요. 그런 것들을 제 보컬과 잘 버무리면 좋은 팀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죠.”(현쥬니)

두 사람이 밴드를 결성하고 3개월간 가장 열심히 한 것은 음악 작업이 아닌 대화다. 처음부터 음악을 함께 한 것이기 아니기 때문에 서로를 파악하기 위해 꽤 오랜 시간을 할애했다. 공통으로 좋아하는 것을 찾으면 그것을 함께 즐기면서 새로운 공통점을 만들었다. 현쥬니는 그 시간을 “영화를 준비하기 전 감독이 배우를 살펴보는 것과 비슷했다”고 말했다. 스칼렛 모조핀의 ‘스칼렛’은 그렇게 탄생했다.

“함께 음악을 하기로 한 후에 만나서 인터뷰 같은 대화만 했어요. 음악적인 부분보다 인간적으로 가까이할 수 있는 부분을 찾은 거죠. 그런 시기를 거치고 나니 스칼렛이라는 인물이 머릿속에서 만들어졌죠. 그리고 현쥬니라는 인물이 자기 이야기를 한다면 음악적으로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했어요.”(김덥)

두 사람이 이러한 과정에 공들인 것은 스칼렛 모조핀을 1회성 프로젝트 밴드로 끝낼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스칼렛이라는 인물을 그린 후에는 그녀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만들었다. 이번 앨범의 콘셉트는 영화 ‘에이아이’(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를 보고 떠올렸다.

곡을 쓰는 과정도 이미 정해진 앨범 콘셉트와 이야기에 맞춰 계획적으로 진행됐다. 김덥이 만든 음악에 현쥬니가 가사를 썼다. 이런 작업을 위해 김덥은 작업실에서 숙식을 해결했고 현쥬니는 매일 아침 작업실로 출근했다.

“계획적인 음반이라고 볼 수 있어요. 가사를 쓸 때도 유기적인 스토리를 신경 썼죠. 한 곡의 작업이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니라, 다른 노래와 연결고리를 확인하며 다음 작업에 들어갔어요.”(현쥬니)

“영화나 소설 같은 앨범을 만들고 싶었어요. 이번 EP는 중편 소설 같은 앨범이죠. 다음 싱글은 영화 ‘트루먼쇼’ 같은 앨범을 만들어 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또 다른 스칼렛이 등장하는 새로운 이야기인 셈이죠.”(김덥)

새로운 시도를 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김덥은 “다른 활동에 비해 음악 작업을 즐겁게 하는 편인데, 이번 앨범을 만드는 것은 정말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두 사람이 함께했기에 가능한 작업이었다. 섬세한 음악 작업에 힘들어하는 김덥을 지켜보며 힘을 준 것은 현쥬니였다. 오랜만에 본업인 가수로 돌아와 노래하는 현쥬니에게 믿음을 주고 그녀에게 어울리는 음악을 찾아준 것은 김덥이었다.

이처럼 오랜 시간 밀도를 높여 앨범을 만든 두 사람이 이 음반과 다음 행보를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느닷없이 모호한 음악”이다. 김덥이 말한 이 수식어만으로는 이들의 음악을 다 설명하긴 어렵다.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랑을 찾아 도시를 헤매는 스칼렛의 이야기를 직접 감상하는 것이 아닐까.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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