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역사에 기록될 날” 청와대 행진한 100만 촛불

[현장] “역사에 기록될 날” 청와대 행진한 100만 촛불

기사승인 2016-11-13 11:44:29

[쿠키뉴스=장윤형 기자] “국민을 위해 일하라고 뽑아놨더니 순실이를 위해 일했냐. 박근혜는 하야하라!” 

유모차를 끌고 나온 시민, 4살배기 자녀를 데리고 나온 시민, 교복을 입고 나온 중·고교생, 대학생, 직장인들,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들. 광화문에 집결한 100만 국민들은 모두 하나가 되어 ‘박근혜 하야’를 목청껏 외쳤다. 

12일 광화문 광장을 중심으로 박근혜 퇴진을 위한 3차 촛불집회엔 주최 측 추산으로 100만 명이 운집했다.

경찰은 촛불 집회가 시작할 무렵인 저녁 7시 반 기준으로 26만 명이 모인 것으로 집계했지만, 주최 측은 촛불집회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100만 명이 모였다고 밝혀 차이가 있었다.  

이에 따라 ‘11월 12일’ 열린 박근혜 퇴진을 위한 촛불집회는 역대 최대 집회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촛불집회 종전 최대 기록은 2008년 6월10일 광우병 촛불집회 당시 70만명이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가장 많은 인원이 모인 집회다. 이번 집회가 역대 최대 규모인 것으로 집계되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보는 국민적 분노가 극에 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집회는 광화문을 중심으로 국민들이 집결했지만, 경복궁역 종각역 시청역 서울역까지 곳곳에서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기 위해 모여들어 100만여명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오후 5시 30분. 종각역에서도 행진은 이어졌다. 이곳에서는 대학생들이 운집해 박근혜 퇴진 운동을 벌였다. 한 대학생은 집회에서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하라고 뽑아놨더니, 최순실의 사익을 위해 대통령이 움직였냐"며 "공익을 우선하지 않고 사익을 위해 국정을 운영한 박근혜는 퇴진하라"고 목청껏 외쳤다. 촛불집회를 주도한 주최측의 무대에 선 시민들이 발언을 하며 "박근혜"라고 외치면 시민들은 이구동성으로 "퇴진하라"고 외쳤다. 

종각역에서 광화문 광장으로 가는 길은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여들어 한 걸음도 나아가기 어려울 정도였다. 오후 6시경 광화문으로 더욱 많은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서울을 비롯해 각 지역에서 올라온 시민들도 운집했다. 경기도, 대구, 부산, 제주도, 광주 등 곳곳에 피켓을 들고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오후 7시. 세월호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함께 있는 세종대왕 동상을 기점으로 청와대로 향하는 길목에 시민들의 행렬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시민들이 운집해 행진 속도는 더뎌졌다.  

시민들은 청와대가 근접한 경복궁역으로 향했다. 이날 집회에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청와대로 향하는 길목인 사직·율곡로 행진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시민들에게 허용된 청와대 최근접점이었다.  

민중총궐기 대회가 열린 이날 저녁 7시 30분 경에는 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농민들이 ‘박근혜 퇴진’이라는 글자가 적힌 상여를 끌고 행진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시민들은 이 상여를 따라 경복궁역으로 행진을 이어갔다. 청와대 80m 거리까지 근접한 내자동 로터리 부근에서 경찰이 차벽으로 가로막아 길이 막혔다. 

서울 종로 내자동 로터리엔 긴장감이 고조됐다. 청와대로 진입하려는 시민들과 이를 막아선 경찰이 대치했다. 차벽 앞에서 일부 시민들의 언성이 커지기도 했다. 시민들은 "차벽으로 가는 길을 막지 말라"고 외치기도 했다.경찰에게 청와대로 가는 길을 열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폭력 시위가 벌어질 것을 경계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있었다.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일부 시민들은 "서로 밀지 말고 질서있게 행진해야 합니다"라며 비폭력을 외쳤다.

한 시민이 실신해 긴급 후송되는 사태도 있었지만, 집회는 비폭력을 외치며 평화롭게 진행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열린 집회에서의 부상자는 경찰관 3명, 의무경찰 1명이고 이 중 2명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시민 부상자는 30여 명으로 추정되며 부상도 경미한 수준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찰들이 세워놓은 차벽에는 시민들이 준비한 피켓들이 붙어 있었다. 한 피켓에는 "검찰은 똑바로! 순실은 빵으로! 근혜는 우주로!"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집회에 참석한 한 시민은 "오늘 역사의 한 획을 그을 현장에 서 있다"며 "언젠가 우리의 일이 기록되고 역사 교과서에 남을 날이 올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1조 1항, 2항에 명시돼 있듯이, 국민들이 함께 모여 주권을 행하고 있다"며 "자랑스러운 오늘"이라고 말했다. 

newsroom@kukinews.com
장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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