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장윤형 기자] 담뱃값 인상 등의 금연정책이 실효성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난해 1월 서민증세 논란에도 불구하고 담뱃값이 인상됐다. ‘담뱃값 2000원 인상 시, 소비량이 34% 감소할 것’이라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담배과세의 효과와 재정’ 보고서 결과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흡연률 감소에 미치는 담뱃값 인상 효과가 미미하다는 결과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10월 기획재정부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3분기 담배 판매량은 전년동기 대비 0.6% 증가한 9억9000만갑으로 집계됐다. 또한 올해 담배 판매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담배 판매량이 지난해 담뱃값 인상으로 인해 다소 감소했다가, 다시 회복하는 모양새다.
최근 질병관리본부는 2015년 남성 흡연율이 역대 최저치인 39.3%를 기록했다고 발표하며 이는 담뱃값 인상에 따른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그러나 전자담배 사용률은 남성에서 전년대비 2.6%p(포인트) 증가한 7.1%, 여성에서는 전년대비 0.8%p(포인트) 증가한 1.2%로 나타나3흡연율 감소는 전자담배가 기존 담배 사용 일부를 대체 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강력한 금연정책의 일환으로 시행된 담뱃값 인상 정책의 실효성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는 담뱃값 경고 그림 삽입과 같은 비가격정책이 동반되지 않은 탓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현재 정부의 금연정책이 실제 담배를 소비하는 흡연자들의 금연 의사나 흡연 습관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금연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인 점도 있다.
담뱃값 인상을 통한 금연 정책에도 금연 의사가 없는 흡연자들도 많다. 실제 직장인 흡연자 김모씨는 “담뱃값 인상 후에 금연을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가격에 대한 부담보다는 흡연에 대한 욕구가 훨씬 컸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담배를 피우고 있으며 앞으로도 금연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에 해외 보건 학계 및 보건 당국은 ‘담배위해성감축(Tabacco Harm Reduction)’에 관심을 갖고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다. 담배위해성감축은 건강을 위해서는 반드시 금연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흡연자도 있기 때문에 담배의 위해원인을 감축해 최소한의 건강이라도 도모하자는 개념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담배 위해감축 측면의 대안으로 전자담배를 제시하고 있다. 지난 6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개최된 글로벌 니코틴 포럼에 참석한 세계적인 금연운동가 클라이브베이츠 박사는 “담배의 위해성은 니코틴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연소과정에서 발생하는 물질에서 기인한다. 따라서 담뱃잎을 태우지 않고 가열하는 방식의 전자담배는 궐련보다 건강해 훨씬 덜 해롭다”고 언급했다.
이런 논의들에 발맞춰 해외에서는 ‘담배 위해성감축’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여 보건학적 연구 및 금연 행동 관점에서 논의하고 있다. 더불어 흡연대체재를 통해 소비자의 금연 욕구를 충족시키면 서도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금연 정책을 연구하고 있다.
영국은 담배위해성감축을 금연정책으로 진행하는 대표적인 국가다. 영국 보건국(Public Health England)은전자담배가 기존 궐련담배보다 건강에 덜 해롭다는 입장으로, 전자담배를 흡연대체재 중 하나로 지지하는 입장이다. 또한 정책지침서에 전자담배와 궐련담배는 분리하고, 각각의 위해성 증거를 바탕으로 금연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문옥륜 서울대학교 보건학 명예교수는 “국내에서는 전자담배의 위해성만 강조되는 실정”이라며 “전자담배를 포함한 모든 담배의 위해성과 안전성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검증하되, 유럽과 같이 담배위해감축 개념을 도입 등 현실성 있는 금연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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