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嶺南 칼럼]스토리텔링이 어우러진 음식이 제맛이다

[嶺南 칼럼]스토리텔링이 어우러진 음식이 제맛이다

기사승인 2016-11-16 14:52:06

여행에서 가장 즐거운 일은 무엇일까? 필자는 삼시세끼 먹는 식사라고 자부한다.

다소 힘든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여정일지라도 푸짐한 저녁상을 마주하면 어느새 하루의 고단함은 잊혀지기 마련이다.

최근에는 '음식기행'이라는 이름으로 맛투어를 즐기는 관광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현대 관광객들은 어떤 맛투어를 선호할까?  저렴하면서도 푸짐하게 차려진 한끼의 식사도 좋지만 이젠 양으로 승부하던 시대가 지난 것은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음식은 단지 지역적 특색을 살려 양으로 승부하고 있지만 진부함을 느끼게 만드는 이유가 되고 있다.

유통망 발달로 대한민국 전역, 아니 전 세계의 식재료를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젠 음식에도 제 맛을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스토리텔링을 가미해야 한다.

음식이 생겨나게 된 배경이나 어느 시대, 누가 즐겨먹었다던지, 음식점을 경영하는 주인장의 인생스토리가 묻어나는 그런 음식…

물론 위생과 청결은 기본이고 음식 자체의 경쟁력(맛?)을 갖춰야 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래서 요즈음 여행객들은 무엇을 먹지? 보다는 어떤 음식을 어떠한 방식으로 먹을까로 삼시세끼를 고민하게 된다.

필자는 어느 곳을 여행하더라도 반드시 그 지역의 전통시장을 찾는 습관이 있다. 그 지역의 전통시장에 가보면 지역에서 생산되면 특산물과 상인들의 말투 등을 통해 지역의 정서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과정속에서 특색있는 먹거리도 찾는 행운을 안기도 한다. 최근 필자는 유명새를 타고 있는 대구 중구 교동시장에 있는 도깨비시장 내 한 냉면집을 우연히 알게 됐다.

지인의 추천으로 찾은 이 집은 지역민들에게는 꽤 익숙한 상호의 냉면집이다. 필자는 이 계절에는 무슨 냉면을 먹을까 하는 기대감을 안고 냉면집을 찾았다.

식당에 들어서는 순간 나의 의구심은 일순간 사라지게 되었다. 시장 내에 위치한 식당이지만 의외로 청결한 편인데다 직원들의 복장 역시 깔끔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시각 식당을 채우고 있는 손님들의 연령대도 대부분 60대 이상으로 보였다. 몇몇 젊은 커플도 눈에 띄었다.

사실 이 것 만으로도 필자의 식당선택 기준은 충족되었다. 주문을 한 뒤 마주한 겨울냉면을 한 젓가락 집어 먹는 순간 필자는 음식기행을 온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푸짐한 양, 재료에서 묻어나는 특별한 맛, 직원들의 능동적인 친절함 등…

언젠가 가족과 그리고 다른 지역에서 손님이 오면 반드시 한번은 함께 찾고 싶은 필자의 맛 집으로 인정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 냉면집은 1951년 한국전쟁당시 이북에서 피난 온 이제는 할아버지가 된 분이 경영하는 곳이었다.

60년이 넘은 식당이다. 식사를 마친 뒤 계산을 하면서 카운터에 게시된 홍보판을 보니 과거에 사회적으로 꽤 유명했던 사람이 단골로 찾았던 그런 집이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자처럼 지역의 정서를 느끼기 위해 시장을 찾는 여행객들에게 아주 매력적인 스토리가 있는 식당인 것이다.

나아가 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은 충동도 느껴지는 곳이다. 지역마다 그 지역을 대표하는 메뉴를 각종 홍보물을 통해 홍보하고 있는 것이 요즈음의 현실이다. 

하지만 그러한 메뉴들은 업주의 적극적인 마케팅 욕구가 있는 메뉴들이 선정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60년간 묵묵히 한자리에서 고집스레 하나의 메뉴를 지키고 있는 이런 스토리가 있는 식당을 여행객들에게 적극 소개하는 것 역시 관광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약력

△계명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경영학 박사
△前 대구광역시관광협회 사무차장
△前 문화체육관광부 한스테이사업단 연구원
△現 (사)대한관광경영학회 이사
△現, 미래문화관광경영연구소 대표연구위원

※쿠키뉴스에 실린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덕용 기자
sv101@kukinews.com
김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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