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나침반] 어린 아이에게도 위내시경 검사가 필요한 이유

[건강 나침반] 어린 아이에게도 위내시경 검사가 필요한 이유

기사승인 2017-01-04 22:35:44

글‧고홍 교수(세브란스병원 소아소화기영양과)

[쿠키 건강칼럼] 흔히 ‘위내시경’이라고 부르는 검사기구의 정식명칭은 ‘식도위십이지장내시경’이다. 명칭 그대로 ‘식도와 위, 십이지장 내부를 직접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기계’라는 의미다. 우리나라에서는 1953년 성인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내시경 검사가 시행됐으며, 1980년부터 세브란스병원에서 어린이 위내시경 검사가 시작돼 지금은 전국 어디서든 검사가 가능하다.

여러 모임에서 필자를 ‘아이들에게 위내시경 검사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라고 소개하면 놀라는 경우가 많다. 어른이 아닌 아이가 위내시경 검사까지 왜 받아야 하는지, 위암이 있어서냐는 물음도 받는다.

다행히도 어린이 또래에서의 위암발생 확률은 매우 낮다. 하지만 위내시경이 꼭 필요한 경우가 종종 있다. 실수로 동전이나 납작한 전지, 귀걸이, 열쇠 등 이물질을 삼켰을 때다. 이땐 분초를 아껴 즉시 내시경을 시행해야 할 경우와 약간의 시간적 여유를 두고 진행상황을 살피는 경우로 분류할 수 있다.

동전과 같은 이물질은 대부분 식도를 지나 빠른 시간 내에 위로 이동한다. 식도에 걸려있지만 않다면 급히 뺄 것이 아니라 2~3주 정도 관찰해 대변으로 배출되기를 기다려볼 수 있다.

하지만 이물질을 삼킨 후, 목 주위 통증을 호소하거나 먹지 못하고 심지어 토하는 증상을 보인다면 식도에 걸린 경우가 많으므로 병원에서 제거해 주는 것이 좋다. 나이에 따라 다르지만 약 4~8시간가량 금식을 해 위에 음식물이 없음을 확신한 후 위내시경을 통해 식도에 걸린 이물질을 제거한다. 내시경 시술 과정에서 구토가 일어나기 쉽고 만약 위에 남은 음식물이 역류해 기도로 들어가면 흡인성 폐렴 등 2차적 합병증이 올 수 있기에 철저한 금식이 필요하다.

같은 이물질이라도 납작한 전지는 상황이 매우 다르다. 목에 걸렸다면 가장 위험한 응급상황이다. 전지가 목에 걸려 2~4시간이 지나면 전기적‧화학적‧물리적 화상이 일어난다. 화상으로 식도 벽에 천공(구멍이 뚫림)이 발생하면 봉합수술까지 해야 한다. 수술 후에도 여러 합병증이 발생하기에 생활에 매우 큰 불편을 가져온다.

만약 아이가 삼킨 이물질이 길거나 뾰족한 물질이라면 되도록이면 전문의와 상의하여 위내시경 시행 여부를 결정하는 게 좋다. 길거나 뾰족하다고 무조건 제거하는 것은 아니다. 병원으로 올 때 아이가 삼킨 이물질과 같은 물건을 가져오면 판단에 큰 도움이 된다.

이물질을 삼킨 경우 외에도 과중한 학업 수행 또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성인들처럼 위염이나 식도염이 발생한 아이들을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해 위내시경을 시행한다. 아이들의 위염이나 식도염은 생각보다 흔하다. 이때 대부분 위내시경으로 정확한 진단을 하고 약물치료를 시행하면 쉽게 증상이 좋아진다.

따라서 아이가 혈액이 섞인 구토를 하거나 원인 없는 상복부 복통을 장기간 겪는다면 위내시경을 시행하는 것이 권장된다. 헬리코박터 균은 위염과 위암의 주된 원인으로, 위내시경을 통해 헬리코박터균에 의한 위염 여부를 확인한다. 만약 연관성이 발견되면 균을 제거하는 치료를 반드시 시행한다.

특히 부모님이 헬리코박터균 감염을 겪은 후, 아이의 통증이 지속된다면 함께 생활하는 과정에서 감염이 일어났음을 의심해야 한다. 위내시경에서 위나 십이지장 궤양까지 발생했다면 충분히 약물 치료를 한 후, 검사를 다시 시행해 궤양이 완전히 회복되었음을 확인해야 한다.

요즘은 아이들이 편하게 위내시경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굵기가 매우 가늘어진 위내시경이 사용된다. 몸무게가 3kg이 채 되지 않는 신생아들에게도 내시경 검사를 어려움 없이 받는다. 과정이 무섭거나 어렵다고 피하는 시대는 지났다. 미래사회의 주역인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는데 ‘위내시경 검사’는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박예슬 기자
yes228@kukinews.com
박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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