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구혜선 “‘셀프 디스’가 제일 속편하고 재밌더라고요”

[쿠키인터뷰] 구혜선 “‘셀프 디스’가 제일 속편하고 재밌더라고요”

기사승인 2017-01-05 17:52:28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구혜선만큼 자유분방하게 활동하는 배우가 있을까. 지난 몇 년간 구혜선은 배우로 쌓아올린 커리어에 만족하지 않고 소설가, 작곡가, 영화 감독 등 다방면으로 자신의 영역을 넓혔다. 자신이 그린 미술 작품으로 전시회를 개최한 것도 2009년 시작해 벌써 여러 번째다.

지난 4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 ‘다크 옐로우(dark YELLOW)’에서 만난 구혜선은 “하고 싶은 일이 생기는 것이 무섭다”고 털어놨다. 구혜선이 연기 외적으로 시작한 활동들은 대부분 결과가 좋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 것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활동하고 싶은 마음도 가득하다. 전시회장 벽면에 적혀 있는 ‘세상에서 가장 공포스러운 것, 자꾸만 꿈이 생기는 것’이라는 문구는 그 두 가지의 충돌을 표현하는 말이다.

“제가 정말 순수했던 어린 시절에는 상상 속에 존재하는 귀신같은 것들이 무서운 존재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생기고 그것에 대한 기대가 생겼을 때가 무섭더라고요. 공포의 의미가 달라진 거죠. 꿈을 이루기 위해선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데 그걸 할 수 있을까 싶어요. ‘잘되지 않을 텐데’하는 생각도 들고, 반대로 잘되더라도 사람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나 환경이 달라지는 게 무섭죠. 그럼에도 어떻게든 균형을 맞추면서 살아가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어요. 이번 전시에도 그런 의미들이 많이 담겨있어요.”

개인전 ‘다크 옐로우’는 균형과 불균형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균형 안에 있으면서도 그 틀을 벗어나 불균형해지려고 하는 자유의 속성을 삼각형을 통해 표현했다. 가장 꿈이 많았던 동심의 색깔인 노란색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의 색깔인 어두운색을 삼각형의 형태에 가둬봤다.

“삼각형은 가장 적은 선으로 만들 수 있는 도형이에요. 어느 쪽으로 치우쳐도 무게가 맞고 질서가 이뤄지죠. 그림을 그리면서도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리기 전에 테이핑을 해서 삼각형을 만드는데, 한쪽을 잘못 만들어도 다른 쪽에서 새로운 균형이 생기더라고요. 인생도 내가 어느 쪽으로 가던 그 쪽에 맞는 균형이 생길 거라고 생각했어요. 결혼을 해서 내가 달라지기보다 결혼에 맞는 균형과 질서들이 생기겠다는 식으로요.”


이번 전시는 구혜선이 지난해 5월 배우 안재현과 결혼한 이후 내딛은 첫 행보이기도 하다. 신혼 생활을 즐기고 있는 두 사람은 최근 나영석 PD의 새 예능 tvN ‘신혼일기’를 촬영하기도 했다. 구혜선은 “저는 결혼해서 성격이 변하진 않은 것 같다”며 신혼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결혼을 했다고 생각이 변하진 않았어요. 생각이 변해서 결혼을 한 거죠. 사실 통념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결혼은 아니었어요. 같이 살 사람, 같이 놀 사람을 찾은 느낌이죠. 남편을 보며 죽어도 어른이 안 될 사이, 제가 온전히 아이가 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혼일기’ 촬영은 어제 마쳤어요. 제가 계획한대로 되지 않고, 원하는 방향대로 가지 않는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죠. 재밌으려고 한 건 아닌데 시청자들이 보시면 재밌을 것 같아요. 저희 둘은 유치한 걸로 정말 심각하게 싸우는데 남들이 보면 웃기잖아요. 초등학생들처럼 약 올리고 놀리면서 노는 장면이 많이 나올 것 같아요.”

구혜선에게도 고통의 시간이 있었다.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끊임없이 창작물을 만들었지만,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무기력해졌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구혜선은 결과에 초연해졌다. 구헤선은 “지금도 이걸 계속 해야 하나하는 의문이 있다”면서도 “친한 사람들끼리 있을 때는 ‘병인가 봐’라는 얘기도 한다”고 말한다. 고통에서 벗어나, 이젠 속편하게 ‘셀프 디스’를 즐기게 된 것이다.

“아침마다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는 직업은 한정적인 것 같아요. 매일 제 이름을 검색하는 것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했어요. 내가 왜 그래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결혼과는 별개로, 어떤 삶이 의미 있고 어떻게 해야 내가 더 평화롭고 즐거울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어요. 또 대중에게 사랑받으며 예술과 영화를 하는 삶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생각하고 있고요. 이런 과정에 있으니까 제 스스로에게 막말을 해도 즐거운 거예요. 제가 영화를 성공시키고자 하는 마음이 컸다면 이런 말들이 상처가 됐겠죠. 지금은 ‘뭐가 돼도 상관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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