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박예슬 기자] 유력 대선 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귀국 후 첫 주말인 14일 고향인 충북 음성으로 향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이 취임 이후 고향을 찾는 것은 지난 2013년 8월 이후 3년여 만에 처음으로, 사실상 대권도전을 공식화하는 모멘텀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유엔 수장으로서의 임무를 대과없이 마무리하고 고향으로 ‘금의환향’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른바 ‘반풍’(潘風)을 본격 점화하는 성격을 띠고 있어서다.
이날 오전 음성에 도착한 반 전 총장은 들뜬 표정이었다. 반 전 총장은 “고향에 오니 기쁘고 설레기도 하다”면서 “선친 묘소에 참배한 게 벌써 몇 년(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반 전 총장의 생가 주변으로 수백 명이 운집했고, 지역구 국회의원인 새누리당 경대수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이시종 충북도지사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마을 곳곳에는 ‘고향 방문을 환영합니다’, ‘세계 평화를 위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반기문과 하나 되어 다시 한 번 대한민국’ 등 지지자‧주민단체 등에서 마련한 플래카드가 나부꼈다.
마중 나온 지역주민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눈 반 전 총장은 생가 주변의 선친 묘소에서 성묘했다.
이어 오후에는 음성 주민들에게 귀향 인사를 하고 ‘꽃동네’를 방문할 예정이다. 꽃동네는 국내 최대 사회복지시설로 지난해 설립 40주년을 맞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014년 8월 방문한 곳이기도 하다.
반 전 총장은 꽃동네에서 점심을 먹고 충주로 이동, 모친 신현순(92) 여사에게 인사한다. 이날 오후 일정에는 조류인플루엔자(AI) 방역 현장방문이 추가돼 눈길을 끈다.
반 전 총장은 음성에서 충주로 이동하는 길목에 있는 AI 거점소독소를 찾을 예정이다. 귀국 전후로 강조해온 ‘삶의 현장’을 직접 돌아보는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애초 충주에서 하루 묵을 예정이었던 것을 전날 밤 당일치기로 변경했다. 지난 12일 귀국 이후 설 연휴까지 전국 곳곳에서 ‘민심청취 행보’를 하는 만큼 시간이 촉박한 데다 고향에 오래 머무르는 게 공연히 불편을 끼칠 우려 때문이라고 한다.
늦은 오후 상경하는 반 전 총장은 전날 별세한 ‘옛 동료’ 고(故) 박세일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의 상가에 조문하는 일정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 전 총장 측은 “빈소는 꼭 한 번 찾을 계획이지만, 오늘은 충주 일정을 마치고 서울에 도착하는 시간 등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늦어도 주말 중에는 조문하려 한다”고 전했다.
반 전 총장은 박 명예교수와 함께 김영삼(YS) 정권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으로 근무하며 김 전 대통령을 보좌했다.
반 전 총장이 박 명예교수를 조문할 경우 당분간 거리를 두기로 했던 정치권 인사들과의 ‘조우’가 불가피해질 수 있어 주목된다. 신촌에 있는 고 박 명예교수의 상가에는 특히 바른신당에 몸담고 있는 현역 국회의원들이 다수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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