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장기 체납’ 200만세대, 의료사각지대 취약계층 위기

건보료 ‘장기 체납’ 200만세대, 의료사각지대 취약계층 위기

기사승인 2017-01-18 00:04:53

[쿠키뉴스=장윤형 기자] #. 취업을 준비중인 H씨는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부모님과 떨어져 고시원에 살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데, 부모의 건강보험료 체납 독촉과 함께 통장압류가 들어왔다. 그는 “압류까지 들어와 앞으로 취업을 할 수 있을지 두렵다”고 말했다.

#. 20대 미혼모 A씨는 현재 임신 3개월인 산모로 건보료를 납부하지 못해 고운맘카드를 발급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경제활동을 하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데 다른 임신부처럼 고운맘 카드도 나오지 않아 병원도 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파산, 실직, 경제적 어려움 등을 이유로 건강보험료를 6회(6개월) 이상 장기 체납해 의료이용이 중단된 가구원이 약 405만 명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송파 세모녀 자살 사건’과 같은 사태가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 취약계층을 위해 현행 급여제한이 전면 개편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7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국회의원 권미혁(더불어민주당)과 건강세상네트워크,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주빌리은행 공동주최로 ‘건강보험체납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가 열린 가운데 김선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연구원은 이 같이 밝혔다.  

낮은 소득과 불안정한 일자리 등으로 경제적 빈곤층이지만 체납으로 인해 의료이용이 제한돼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체납자들이 상당수다. 실제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6년 7월 누적 기준으로 '6개월(6회) 이상' 장기 체납자는 지역가입자 134만7000개소에 이르는 실정이다. 또한 총 체납액은 2조4131억원에 달한다. 김 연구원은 "건보공단 체납 통계에서 지역가입자 자격을 잃은 경우까지 포함하면 50만 가구가 추가된다"며 "이를 합산하면 2015년 기준으로 장기체납세대가 총 216만 가구이고 최소 405만 명이 장기체납 상태"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6개월 이상 장기 체납자 중 ‘생계형 장기 체납’ 비중이 절반 이상의 비율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생계형 건강보험 체납자는 월 보험료 5만원 이하의 저소득, 차상위계층을 일컫는다. 실제 2016년 7월 기준으로 월 보험료 5만원 미만 ‘생계형 체납자’가 전체의 67.4%, 체납액의 55.2%를 차지했다. 2년 이상 장기 체납자의 비율도 전체의 53.4%, 체납액의 78%에 육박했다. 

특히 직장가입자에 비해, 지역가입세대의 체납문제가 더 컸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지역가입자 전체세대 중 18~27%는 급여제한 기준 이상의 체납 세대였다. 또한 지역가입 체납세대당 체납액(누적)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2003년 5월 기준으로 세대당 53만원이었던 것이, 2007년 7월 70만원, 2016년 7월에는 약 157만원으로 급증했다. 

김 연구원은 “의료급여과 건강보험으로 이분화된 한국 건강보장제도의 대표적 사각지대가 바로 ‘생계형 건강보험 체납자’다. 건강보장제도로서 국민건강보험이 갖는 근본적 한계를 드러냈다”며 “보험료를 납부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 보험료를 면제 받거나 공공부조제도의 대상이 됐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생계형 장기체납자들은 체납의 결과로, 통장압류가 되고 이로 인해 생계가 위협되며 새로운 체납이 부가된다. 이로 인해 자녀들인 미성년자에 대한 체납이 승계되는 문제까지 발생한다. 

김 연구원은 “국민건강보험 징수율이 지난 2010년 이후 99%를 상회하고 있다. 이는 다른 선진국 사회보험과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체납관리가 과도하다”며 “가입자가 체납 금액이 상당히 커졌을 때야 알 수 있게 되거나 가입자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전달되지 않는 등 가입자 친화적이지 않은 징수제도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김 연구원은 “가입자의 취약성과 위기상황을 고려해 도와주기보다 건보공단이 적극적 추심자 역할에만 골몰하고 있어 체납자들이 고통받고 있다”며 제도개선의 필요성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김후식 국민건강보험공단 징수팀 부장은 모든 국민이 적용 대상인 사회보장제도인 건강보험 체제 하에서, 공단은 체납 대상자에 대해 건보료를 징수할 의무가 있다”면서도 생계형 체납자 등에 대한 결손처분을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 다만 성실납부자와의 형평성도 고려해서 제도가 추진돼야 한다. 장기체납자가 소명할 경우에는 압류를 즉각 해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 과장은 정부가 국민들이 낸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해 취약계층을 지원해야 할 의무가 있다. 다만 가입자의 보험료 부과를 면책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방치할 위험이 있다현재 건보재정이 흑자상황이지만 고령사회가 다가오며 각종 중증질환 등에 대한 보장범위가 확대되면서 4~5년 안에 국고가 바닥날 수 있다. 생계형 장기체납자 뿐 아니라 차상위계층 등 서민 취약계층의 재난적 의료비에 투입되는 재정투입 비용도 커지고 있다. 취약계층에 대한 결손처분 등의 문제를 해결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newsroom@kukinews.com

장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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