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대부분의 영화에서 엔딩 장면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만 영화 ‘더 킹’(감독 한재림)의 엔딩 장면은 한층 강렬하게 다가온다. 결국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메시지가 조인성의 내레이션과 함께 단순하고도 직접적으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배우 류준열은 ‘더 킹’의 엔딩 장면을 보고 울었다. “우리가 어쩌면 잊었을 수도 있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라 절로 울컥하더라고요.” 최근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류준열의 말이다.
‘더 킹’을 이미 본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선거 독려 영화’라고 하고는 한다. 류준열의 의견도 비슷하다. “저는 원래 월드컵 경기 보다가 슛 들어갔을 때 얼싸안고 우는 종류의 감동에 약해요. 열정이나 열의 같은 것에 눈물이 나는 사람이랄까. ‘더 킹’은 우리의 의무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영화 같아요. 정치적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투표를 어느 곳에 해라’가 아닌 ‘투표를 하자’의 이야기니까요.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영화가 아니라 관객에게 고민거리를 던져주더라고요. 그것도 아주 좋은 고민.”
‘더 킹’을 보고 난 류준열은 한재림 감독에게 “제가 이 영화에 출연해 너무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감동을 표현했다고 한다. 그러나 정작 한재림 감독은 류준열이 맡은 최두일 캐릭터에 관해서는 별다른 감상이 없어 ‘혹시 자신의 역할이 마음에 안 들게 나왔나’ 하며 며칠을 미안해했다고. “영화를 찍을 때는 그렇게 냉철하시더니 의외의 부분에서 여리신 분이더라고요. 재미있죠?”
류준열이 ‘더 킹’을 보며 눈물이 난 부분은 또 있다. 초반 박태수(조인성)가 여러 가지 일에도 불구하고 서울대에 합격했을 때다. 류준열도 한때 입시생이었고, 태수는 류준열이 이입하기 쉬운 여러 가지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서울대에 가기까지의 태수는 공부를 잘 하는 것도 아니고, 면학 분위기에서 학교를 다닌 것도 아니었어요. 한마디로 전형적 코스를 밟지 않은 인물이에요. 그런 의외의 인물이 목표한 바를 이루는 것을 보고 저는 이입을 많이 했어요.” 류준열은 눈에 띄게 잘 생기지도, 혹은 대단히 키가 크거나 아주 어릴 적부터 배우를 목표로 노력한 이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태수는 류준열에게서 눈물을 뽑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작 ‘더 킹’에서 류준열이 연기한 최두일은 어떨까. 최두일은 박태수의 고향 친구로, 목포 들개파의 2인자다. 영화에서 태수가 해야 하는 일들 중 불법적인 일들을 도맡아 태수의 든든한 뒷배경이 되어준다.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사는 최두일은 한마디로 멋지다. 그러나 류준열은 최두일에 대해 단순히 멋져서 택한 역은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두일이는 멋있게 시작해서 멋있게 끝나는 인물이에요. 그렇지만 배우로서 멋지게 나왔다고 마냥 좋아하기는 어려워요. 왜냐하면 외롭기도 하고 순수한 친구거든요. 검사들 틈바구니에서 아슬아슬하게 행동하며 태수에게 큰 영향을 주지만, 탐욕스러운 인물도 아니고 오히려 로맨틱한 사람이에요. 그러다 보니 표현이 어려웠어요. 극중에서 두일이의 색이 잘 묻어나오면서도 이야기의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게끔 연기해야 했죠. 시사회가 끝나고 다들 제게 ‘잘 표현한 것 같다’고 말씀해주셔서 다행이라는 기분은 있어요. 만족스럽지는 않죠. 어떤 배우도 자기 연기에 만족하기는 어려울 거예요.”
다만 자신이 바라던 만큼은 나왔다는 것이 류준열의 말이다. “좋은 연기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칭찬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잘 한다고 칭찬해주셔야 더 잘 할수 있는 사람이거든요. 더 잘하고 싶어요.”
onbge@kukinews.com (사진=박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