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박예슬 기자] 최근 한 여성의 모유 속에 가슴보형물 성분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섞여 나와 아기가 먹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5년 전 가슴 성형수술을 받은 A씨는 아기에게 수유 중 끈적한 액체가 모유에 섞인 것을 확인하고 조사를 요청했다.
한 대학병원에서 MRI(자기공명영상) 촬영을 통해 검사해본 결과, 실리콘 보형물 성분이 젖과 함께 유관으로 흘러나오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에 A씨는 가슴 보형물 제거와 유관도 일부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원래 가슴 보형물 파열 문제는 이전부터 발생해오던 부작용 중 하나다. 하지만 보형물 성분이 모유에 섞여 나온 일은 세계적으로 처음 있는 일이다. 이에 따라 가슴 성형수술을 한 여성들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라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윤원준 대한성형외과의사회 학술이사는 “그동안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MRI상에서 해당 성분이 실리콘이라는 것으로 추측은 되지만, 아직 확실한 성분은 검사 중인 상태라 단정 짓긴 어렵다”고 말했다.
사실상 우리 몸의 구조를 고려하면 이번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굉장히 적다는 것이 윤 학술이사의 설명이다. 가슴 보형물의 위치와 모유가 흘러나오는 유관까지 그 사이에 굉장히 많은 구조물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슴은 피부 아래 유관, 유선조직이 있고, 그 뒤에 지방층, 대흉근이 위치해있는데 보형물은 이 대흉근 밑에 삽입된다. 게다가 보형물이 삽입되면 몸 안에서 보형물을 감싸는 피막이 형성되기 때문에 파열이 된다고 해도 보통은 파열 성분이 피막 안에 머물게 된다.
윤 이사는 “만약 터진 보형물이 유관을 통해 젖으로 나오려면 먼저 피막을 뚫은 다음 근육을 뚫고, 또 근육을 싸고 있는 근막을 뚫고, 유선조직의 막을 뚫은 다음 유관에 들어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에서 더욱 충격적인 점은 파열된 보형물 제품이 액상실리콘도 아닌 코헤시브겔(cohesive)이었다는 것이다. 코헤시브겔은 반고체 형태인 고분자 실리콘으로 액상실리콘보다 응집력이 강한 점이 특징이다. 그럼에도 해당 성분이 유관으로 흘러나왔다는 점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것이 의료계의 시각이다.
또한 실리콘이 인체 내에 머물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윤원준 이사는 “국내에서 사용하는 코헤시브겔 8개 제품 중 3개가 미국FDA 승인을 받았고, 5개가 유럽CE 허가를 받았다. 그만큼 고분자 실리콘은 안전성이 확보된 제품이라 인체에 큰 지장은 없다”고 설명했다.
진웅식 서울대학교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예전에 실리콘 사용이 금지됐던 건 실리콘이 몸속에 들어갔을 때 질환이 생길 수 있어서인데, 큰 질환이 아니라 알러지 반응 정도였다”면서, “코헤시브겔은 파손되더라도 그 모양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체내에 있을 거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안전성 허가가 됐던 것이다. 이번 일은 예상치 못한 일이라 일단은 최종 결과를 봐야할 것 같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식약처가 모유에 섞인 성분을 검토하는 중이지만, 성분 분석 및 사고 원인을 밝혀내기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안만호 식약처 대변인은 “모유에 나온 성분이 MRI상으로 보면 실리콘은 맞지만 정확한 분석을 해봐야 하는데, 외국에도 없는 사례라 직접 검사법을 만들어야 한다”며, “또한 수술 자체의 문제인지, 제품의 문제인지, 또는 압축의 문제인지 검토해야 해서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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