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승인 없이 시설공사 강행해 2억3000여만원 추가 손실…장비 사용시 2억 추가 투입해야
[쿠키뉴스=조민규 기자] 부산양산대학교병원이 국비지원사업으로 건설된 어린이병원 시설설계 변경공사를 진행하면서 보건복지부의 승인을 받지 않아 원상복구를 하게 돼 수십억원의 세금을 낭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로 인해 수십억원에 달하는 의료기기가 20개월 넘게 창고에 잠자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상급병원인 부산대병원 역시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고 방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감사원 감사자료에 따르면 부산대병원은 방사선치료용 선형가속기 구매업무 부당 처리 및 활용 부적정으로 관련자들의 징계 및 주의 처분을 요구했다.
내용을 보면 부산대병원 본원은 암환자 치료 수요가 증가하자 지난 2014년 10월 스웨덴 업체와 미화 1469만달러에 수의계약을 체결해 고성능 선형가속기 2대를 도입하면서 양산부산대병원에 고성능 선형가속기 1대와 저성능 선형가속기 1대 등 2대를 함께 도입했다.
문제는 부산양산대병원이 도입한 선형가속기 2대 중 저성능 선형가속기 1대의 경우 양산병원의 장비도입심의위원회(이하 심의소위)에서 당초 고성능 선형가속기 1대만 구매결정을 의결한 바 있음에도 심의소위 심의와 시설·환경안전관리위원회(이하 안전위) 사전심의도 거치지 않았다.
특히 보건복지부의 사전심의와 승인도 받지 않은 채 국비지원사업으로 건설된 어린이병원 지하 2층에 저성능 선형가속기 1대를 추가 설치하는 것으로 변경해 시설설계 변경공사를 착공했고, 이후 복지부의 승인을 받지 못해 원상복구를 진행해 공사비를 낭비했다.
이로 인해 2014년 12월14일 부산신항만에 도착한 후 1년 8개월이 지난 2016년 7월30일까지 장비검사와 가동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선형가속기 도입업무도 부당하게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품목별 추정금액이 2000만원 이상인 의료장비를 도입할 경우 도입요구 부서장이 장비도입 전 검토조서를 장성해 심의소위에 사전심의를 신청하고, 심의의뢰 부서장은 실무검토조서를 작성해 검토조서와 함께 심의소위에 제출해 장비 도입의 타당성 등에 관한 사전심의를 받도록 돼 있다.
이와 함께 의료장비 도입에 따른 설치를 위해 병원 내 2000만원 이상의 시설변경 공사가 필요할 경우 안전위 사전심의를 받은 뒤 공사를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양산부산대병원 A과장, 병원 심의·의결과 다른 장비 구입…본원 원장까지 일사천리 결재
이와 관련 양산부산대병원 A과장은 2012년 8월23일 2009년부터 운용해오던 고속선형가속기 고장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 B사의 고성능 선형가속기 1대를 구매하고자 검토조서를 작성했고, 이에 따라 2013년 6월5일 양산부산대병원 심의소위는 구매 요구한 고성능 선형가속기의 제작사, 모델명, 구매대수를 그대로 받아들여 1대(미화 550만달러 한화, 63억여원)를 구매키로 의결해 통보했다.
반면 양산부산대병원은 개원부터 복지부로부터 어린이병원 지하 2층에 있는 C과에 제1치료실과 제2치료실만 갖추도록 승인을 받았고, 제2치료실에는 2009년 B사로부터 구매한 선형가속기를 설치·운용하고 있어 비어 있는 제1치료실에 선형가속기 1대만 추가로 설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A과장 역시 C과에 선형가속기를 추가로 설치하려면 어린이병원 지하2층 C과의 환자대기실과 사무실 일부를 철거해 제3치료실을 새로 설치해야 하는 등 어린이병원 시설설계 변경공사가 불가피해 안전관리위원회의 사전심의가 필요하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사정변경으로 저성능 선형가속기 1대의 추가 구매가 추진될 경우 설치장소인 어린이병원의 시설변경 공사가 가능한지에 대해 안전위 사전심의를 요청하고, 사전심의결과 문제가 없는 경우 검토조서를 발송해 심의소위의 재심을 받았어야 했다.
하지만 A과장은 2013년 12월경 당초 구매계획과 달리 본원 D원장이 저성능 선형가속기 1대를 추가 구매키로 결정했다는 이유로 양산부산대병원 안전위 사전심의를 요청하지 않은 채 2014년 5월15일 E사의 고성능 선형가속기 1대와 저성능 선형가속기 1대 등 2대의 선형가속기를 구매하는 내용으로 검토조서를 재작성해 F실에 발송했다.
이후 양산부산대병원은 2015년 4월16일과 2016년 3월7일 두차례에 걸쳐 복지부에 어린이병원 시설설계 변경승인을 신청했으나 각각 불승인 통보를 받아 20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구매한 저성능 선형가속기를 2014년 12월14일 국내에 들여온 이후 2016년 7월30일 현재까지 1년 8개월 동안 검수조차 못하고 진해신항만 보세창고에 방치했다.
또 양산부산대병원 F실 G팀장은 2014년 5월15일 A과장이 선형가속기 2매의 구매를 요구하는 내용으로 재작성해 발송한 검토조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2013년 6월5일 개최된 심의소위에서 고성능 선형가속기 1대를 구매하기로 의결한 사실을 알았고, 재 작성된 검토조서의 선형가속기 구매대수와 추정단가가 2013년 6월5일자 심의소위 심의결과와 다른 사실도 알게 됐다.
그럼에도 G팀장은 A과장에게 연락해 심의결과와 재 작성된 검토조서의 장비구매 대수와 추정단가가 서로 다른 사유도 확인하지 않은 채 한 번 심의를 받았다는 사유로 심의소위에 검토조서를 상정하지 않았다.
이후 G팀장은 본원의 선형가속기 구매 입찰 전인 2014년 6월30일 양산부산대병원이 B사가 아닌 E사의 선형가속기 2대를 추정단가 81억4160만원에 구매키로 결정했다는 내용의 선형가속기 도입문서를 하급자에게 기안하게 해 상급자인 양산부산대병원 F실 H실장, 양산부산대병원 I원장, 본원 D원장의 결재를 받아 본원의 계약 총괄부서인 기획조정실에 발송했다.
더욱이 이 같은 문제를 부산대병원 D원장, 양산부산대병원 I원장, 양산부산대병원 H실장 등은 알고 있었음에도 변경에 따른 문제점이 없는 지를 확인하지 않은 채 그대로 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부 시설변경 승인 늦어진다는 보고에 공사 강행 지시한 양산부산대병원장
특히 양산부산대병원 I원장은 어린이병원 지하 2층에 선형가속기 2대 설치를 위한 시설설계 변경공사의 착공과 공사 중단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시설공사를 총과하는 담당 팀장으로부터 시설설계 변경공사는 복지부의 사전심의와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보고와 시설공사 하도급 계약을 맺은 회사에서 설치과에 가설칸막이를 설치한 사실도 보고 받아 2015년 4월7일부터 16일까지 공사진행을 일시 중단하도록 지시했다.
그 후 2015년 4월16일 복지부에 시설설계 변경공사 사전심의와 승인을 요청했는데 시설공사 총괄 팀장으로부터 심의결과를 언제 할지 모르겠다는 보고를 받고 2015년 4월17일 복지부의 심의결과를 기다리지 말고 공사를 재개하도록 지시했다.
이로 인해 양산부산대병원은 2015년 4월17일부터 5월30일까지 저성능 선형가속기 설치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어린이병원 시설설계 변경공사를 하다 후임 J원장이 복지부 승인을 받지 못했다는 사유로 같은 해 6월1일 공사를 다시 중단시킬 때까지 변경공사비 1억9900만원을 집행했다.
이후 2015년 7월3일 복지부는 불승인 통보를 했고, 그 결과 양산부산대병원은 시설설계 변경공사비 1억9900만원과 원상복구공사비 약 2700만원 등 2억2600만원의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복지부가 수년내 승인을 하거나 기존에 운용중인 선형가속기를 페기해 진해신항만 보세창고에 보관돼 있는 저성능 선형가속기를 들여와 설치하는 경우에도 별도로 2억여원의 공사비를 더 투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당시 양산부산대병원장이던 I교수는 복지부 심의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공사를 재개를 지시한 데 대해 2014년 10월17일 본원에서 E사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제3 치료실 신규설치를 위한 시설설계 변경공사를 이미 계약에 포함하고 있어 복지부 심의결과와 관계없이 시설설계 변경공사를 착공할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하고 있다며, 약정상 준공시점이 명시돼 있지 않아 복지부의 심의결과를 기다린 뒤 공사를 재개할 수 있었던 점을 고려할 때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부산대병원은 감사결과를 수용하면서 관련자에 대한 처분요구가 통보되면 합당한 조치를 하고, 빠른 시일내에 보세창고에 보관중인 선형가속기 1대의 활용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의견을 재시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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