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장윤형 기자] 송파 세모녀 사건 발생 3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빈곤층의 여건은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권미혁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주최로 ‘송파 세 모녀 3주기 복지 사각지대 피해 당사자 증언대회’가 열렸다.
이날 증언대회에는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신청을 거절당하거나, 생활고로 건강보험료가 체납돼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해 사각지대 놓인 다양한 사례가 공개됐다.
고시원에 거주하며 30대 A씨는 정신장애를 갖고 있다.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서는 방 청소를 비롯한 자기관리를 하지 못한다. 공공근로에서도 일을 하지 못한다고 거절당했지만 국민연금공단에서는 A씨에게 장애등급 외 판정을 내렸다. 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신청도 거절당했다. 부모가 부양의무자 금융정보 제공동의서에 동의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임대아파트에 거주 중인 50대 B씨는 사고로 수술을 했고 갑자기 찾아온 당뇨로 일을 할 수 없어 기초생활수급을 받았다. 그러던 중 큰 딸의 취업으로 발생한 소득으로 인해 수급에서 탈락됐다는 소식을 받았다. 큰 딸과 사이가 좋지 않아 경제적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는데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기초생활수급 자격에서 탈락했다.
정부가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 후 전체 수급자 수가 2016년 5월 기준 167만명으로 개편 전보다 35만명 증가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보건복지부가 개별급여 개편으로 확대하겠다고 한 75만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며 2009년 156만9000명과 400만명에 이르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사각지대에 비해 크게 늘어나지 않은 숫자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이날“박근혜 정부가 공약을 이행했다고 자랑하는 것이 바로 송파 세모녀법,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라며 “여전히 가난한 이들이 생계를 비관해 목숨을 끊고 있는 현실이 박근혜 정부의 무능을 방증한다.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은 실패했다. 송파 세모녀를 구할 수 없는 개정안이었다는 점에서 실패는 예고됐다"고 꼬집었다.
특히 부양의무자 기준은 생계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복지조차 받지 못하는 이들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부양의무자 범위와 소득 및 재산기준은 완화됐지만, 2001년 인구대비 3.2% 수준이던 수급자수가 2006년 3.2%, 2012년 2.7%, 2015년 2.6%까지 떨어졌고 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큰 폭의 상승은 없었다. 노인빈곤율도 50%에 육박하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지 않는 한 사각지대는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며 "부양의무자기준의 페지를 위한 순차적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주거급여와 의료급여, 생계급여의 순으로 급여별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해나가는 안을 마련하자"고 주장했다.
2014년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부양의무자기준 전면 폐지에 드는 비용이 약 7조원이다. 이는 우리나라 GDP 대비 0.5%, 정부총예산대비 2%, 총복지예산대비 6%에 불과하다. 김 사무국장은 "기초생활보장제도는 한국사회 최후의 안전망이라고 불리지만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소득이 최저생계 이하인 빈곤층을 사각지대로 두고 있다. 이들을 위해 이정도 예산도 편성하지 못한다면 한국사회 빈곤은 해결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권미혁 의원은 “송파 세모녀 죽음 이후 우리는 여전히 빈곤과 맞서 싸워야 하는 현실에 마주하고 있다. 더 이상 복지 사각지대로 인해 죽음을 택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지만 아직까지 이 문제는 미완으로 남아있다"며 "빈곤은 현재이자, 미래 우리사회의 문제다. 이런 사례가 더 이상 나타나지 않도록 정책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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