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싱글라이더' 이병헌 "죽고싶다는 감정? 가장 일상적일 수도"

[쿠키인터뷰] '싱글라이더' 이병헌 "죽고싶다는 감정? 가장 일상적일 수도"

기사승인 2017-02-22 08:00:00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영화 ‘싱글라이더’(감독 이주영) 속 강재훈(이병헌)은 극단적인 상황이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순간에 서 있다. 최근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이병헌은 ‘죽고 싶다’는 재훈의 감정에 관해 “어쩌면 관객들이 일상에서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살을 결심하고 다리 위에 서는 것까지는 해보지 않았어도, 늘상 ‘죽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싱글라이더’는 배우 이병헌이 출연과 동시에 투자를 결정해 화제를 모았다. 물론 그 전에는 충무로에 오랜만에 좋은 시나리오가 나타났다고 유명해진 작품이기도 하다. 이병헌은 ‘싱글라이더’ 시나리오에 관해 “이렇게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간 제가 많은 작품을 해왔지만 우리 영화계의 장르적 한계 때문에 이런 종류의 시나리오를 쉽게 받아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관객들이 선호하는 영화들이 아무래도 한 쪽으로 쏠려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다양한 시나리오가 개발이 되지 않고, 개발됐다 해도 흡족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제가 목말랐던 감성적 장르에서 ‘싱글라이더’같은 시나리오가 나타난 거예요. 그리고 나서 생각해 보니 예전에는 더 다양한 시나리오가 많았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병헌의 말을 빌리자면 시나리오라는 것은 읽는 사람만의 감성으로 좋거나 나쁘거나가 결정되는 성격의 물건이다. 이병헌은 ‘싱글라이더’를 택한 이유에 관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정서가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앞만 바라보고 달려온 남자가 어느 순간 뒤를 돌아 봤을 때 깨닫는 것들과, 잠시 멈췄어도 좋았을 거라는 후회 등이다. “시나리오의 완성도부터 정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까지 전부 저에게 ‘안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했죠.”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배우들은 정말 좋은 작품을 만났을 때, 그 작품의 일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예를 들면 예전에 제가 출연했던 ‘내 마음의 풍금’ 같은 경우에는 흔히 저보다는 전도연 씨의 영화라고 이야기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나리오를 골랐던 것은 아름다운 이야기에 저도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만약 ‘싱글라이더’의 시나리오에서 남녀가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저는 꼭 출연했을 거예요.”

재미있는 것은 ‘싱글라이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달리 이병헌은 끊임없이 앞만 보고 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개봉한 ‘매그니피센트 7’부터 ‘마스터’ ‘싱글라이더’까지. 길게는 ‘내부자’들 까지도 국내 관객들을 비롯해 전 세계 관객을 만나기 위해 끊임없이 작품을 찍었다. 메시지는 좋은데, 정작 본인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지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병헌은 “정말 지친다”고 웃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정말 좋은 얘기라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저는 정작 이 영화와는 반대되는 삶을 살고 있는 아이러니함이 있더라고요. 하하. 내년 상반기까지도 지금처럼 일하게 될 것 같아서 아득하기도 해요. 그렇지만 적어도 ‘싱글라이더’가 제게 많은 영향을 주기는 한 것 같아요. 당장 멈추진 못해도, 언제든 제가 뒤를 돌아볼 수 있는 자세는 됐다고 생각하거든요. 얼마나 자주 돌아볼 수 있을지, 혹은 얼마나 오랫동안 스스로를 돌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요.”

‘싱글라이더’는 오는 22일 개봉한다.

onbge@kukinews.com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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