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원더걸스 소희가 아닌 연기자 안소희로 대중 앞에 서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지난해 1000만 관객의 영광을 안은 영화 ‘부산행’(감독 연상호)부터 tvN ‘안투라지’, 그리고 ‘싱글라이더’(감독 이주영)까지. 이제 안소희가 연기하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퍽 익숙하다. “연기를 오래 하고 싶었고, 그래서 더 서두르지 않으려고 했어요.” 최근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싱글라이더’ 개봉을 앞두고 만난 안소희의 말이다.
그가 연기를 하고 싶어 한지는 꽤 됐다. JYP에서 연예인이 되고 싶어 오디션을 볼 때부터 연기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춤과 노래 테스트를 비롯해 연기 테스트도 거쳐 원더걸스가 됐다. “그 때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가지고 있었지만, ‘연기도 해 보고 싶다’였지, ‘연기를 하고 싶다’가 아니었어요.” 안소희에게 먼저 찾아온 기회는 가수였고, 그래서 화려하게 데뷔를 했다. 국민적 인기를 끌었던 만큼 연기를 할 기회도 비교적 빠르게 찾아왔다.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를 하게 되면서 연기가 정말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제대로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단체 활동이 먼저였기 때문에 그 때는 가수 활동에 집중했죠.”
연기자로 전향하기로 한 후에도 안소희는 서두르지 않았다. 스스로가 준비가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당초 안소희가 연기자를 한다고 했을 때 대중의 관심도는 꽤 높았지만, 그럴수록 조심스러웠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기대해 주시는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준비할 시간을 오래 가져야겠다 싶었어요. 레슨도 받고 연습도 하며 시간을 보냈죠.”
인기가 컸던 만큼 가수 활동을 할 때도 많이 바빴다. 연기를 하려면 많은 것을 경험해 보고 느껴 봐야 한다는 주변의 조언이 있었지만 안소희 스스로 놓친 것이 많다고 생각했다고. 중학생 때부터 연예계 활동을 하다 보니 일상을 다른 사람들처럼 영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실제로 일반적인 경험이 부족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저 스스로도 생각하고, 부딪쳐보는 경험이 많이 필요했죠. 일을 하다 보니 남들에게는 당연하지만 제게는 당연하지 못했던 것을 하며 시간을 보냈어요.”
그렇지만 가수로 보낸 10년 또한 고스란히 안소희만의 경험이다. 안소희는 “이렇게 말하면 가수 활동은 연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지만, 아주 많은 도움이 된다”고 털어놨다. 예컨대 ‘싱글라이더’속 호주에서 외로운 시간들을 보낸 지나의 모습을 표현할 때 원더걸스 활동 당시 미국에서 보낸 시간을 녹여내는 식이다. “제가 평범하지 않은 삶을 보냈기 때문에 관객에게 공감을 줄 수 있을까? 하고 의심하는 분이 계실 거예요. 그렇지만 그런 경험들도 제게는 엄청나게 도움이 돼요.”
아이돌 가수로 보냈던 시간이 많기 때문에 고착된 이미지 또한 안소희의 숙제다. “지우려고는 하지 않아요. 그렇지만 다른 색으로 천천히 덧칠을 하고 싶고, 그게 제가 넘어야 할 산이죠. 빨리 칠하려고 하지도 않아요. 빠른 게 무조건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면서 좋은 필모그래피로 천천히 잘 칠해 나가면 또다른 안소희가 완성돼 있을 거예요.”
‘싱글라이더’는 22일 개봉된다.
onbge@kukinews.com (사진=박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