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해당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홍상수·김민희 두 사람이 공식석상에 서겠다고 밝힌 덕분에 이날 시사회장은 뜻하지 않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취재신청이 쇄도한 나머지 본래 신청 마감일보다 이틀 앞서 시사회 취재신청이 조기마감 됐을 정도다. 그간 조용히 치러졌던 홍상수 감독 영화들의 언론시사회를 생각하면 놀랍다.
분명 주연배우 김민희가 제 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인 여우주연상을 받은 덕도 있겠지만, 이렇듯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돼온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의 불륜설에 관해 두 사람은 단 한 번도 공식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그러나 이들은 이날 개최되는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사적인 질문도 사전 차단하지 않고 모두 답변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 관심이 단순히 불륜설 때문이라 하기는 어렵다. 기실 두 사람의 불륜이 진짜인지, 진짜라면 기혼자인 홍상수 감독의 결혼생활은 어떻게 되는지, 이미 광고계약 위약금을 물고 커리어가 멈추다시피 해버린 김민희의 심정은 어떠한지 등에 대한, 관음에 가까운 관심 때문인 것이다.
‘차라리 노이즈마케팅이었으면 좋겠다’라는 말에는 이들에 대한 언론의 안타까움, 혹은 비판이 그대로 담겨 있다. 두 사람은 불륜 논란이 일어나기 전 각자의 길에서 성공적인 행보를 펼쳐왔다. 홍상수 감독의 경우 유수의 영화제 등에서 계속해 인정받아왔으며, 김민희는 연기력 논란을 딛고 ‘화차’ ‘우는 남자’ 등으로 꾸준히 성장해와 지난해에는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로 각종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도의에 어긋나는 사생활 때문에 높게 평가받던 커리어까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상황까지 초래했다. 베를린 국제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한 김민희는 본래라면 훈장을 받아 마땅하지만 사생활 논란 때문에 수훈 또한 요원해졌다. 불륜설만 아니었다면 영화계 전체가 기뻐할 수 있는 큰 경사였다.
기자간담회에서 두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할지는 미지수다. 한 CF처럼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 주세요’ 라고 외칠지, 혹은 윤리적인 논란에 대해 사과할지, 그도 아니라면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 버릴지 모르지만 이미 망가져 버린 이미지를 되돌릴 길은 없다. 단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밤의 해변에서 혼자’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는 것이지만, 그 관심이 작품의 ‘대박’까지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onbge@kukinews.com/ 사진=박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