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갓 대학에 입학한 민재(임시완)는 돈이 필요해 장과장(진구)의 사무실을 찾아온다. 장과장은 은행의 서민대출 시스템을 이용해 서류를 조작하는, 이른바 ‘작업대출’을 통해 3000만원이라는 돈을 대출받는데 성공한다. 장과장이 민재에게 대출을 가능케 해 준 대가로 받는 수수료는 900만원. 그런데, 민재는 갑자기 “은행에서 입금이 안 됐다”고 말한다. 은행에 전화를 해 보니 서류가 미비해 대출이 보류됐다는 것이다. 민재에게 보낸 심부름꾼이 빈손으로 돌아오고, 장 과장은 자신이 민재에게 ‘감겼다’(속아 넘어갔다는 뜻의 은어)는 것을 깨닫는다.
그러나 고작 대학생인 민재가 그리 쉽게 대출사기꾼들을 따돌릴 수 있을 리 없다. 박 실장(박병은)에게 뒷덜미를 붙잡혀 끌려온 민재를 보고 장 과장은 민재를 추궁하기는커녕 미소 지으며 함께 일하자고 말한다. 그리고 금세 작업대출계의 샛별이 된다. 하루에 2000만원에서 많이는 8000만원까지 벌어오는 민재에게 장 과장은 “3D 대출은 절대 손대지 말라”고 충고한 후 잠적한다. 3D대출. 전세대출, 보험대출, 차량담보대출이다. 그러나 민재는 점점 앞서는 돈 욕심에 보험대출에 손을 댄다. “전세대출이야 집 넘어가고, 차량담보대출이야 차 넘어간다고 치고. 보험 대출은 이미 낸 보험금 담보로 쓰는 건데 왜 안 되지?”라는 민재의 말. 그러나 그 말에는 함정이 있다.
대출은 대부분의 사람이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고려하는 방편이고, 인생의 큰 고비들을 잘 넘기 위해 한 번쯤은 이용하게 되는 수단이다. 큰돈을 꾸어 쓰고, 천천히 이자와 함께 갚으면 될 것 같은 대출. 그러나 영화 ‘원라인’(감독 양경모)은 이 대출의 함정들을 영화 내내 찬찬히 짚어나가며 돈의 무서움을 보여준다. “우리는 사기꾼이 아니라 어려운 사람들이 은행에서 돈 받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 뿐”이라는 장 과장의 대사는 그럴싸하지만, 남의 돈을 위법적인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불러올 리 없다.
영화는 131분 내내 머리 아픈 돈 이야기를 쉽고 리듬감 있게 꾸려나간다. 개성 있는 캐릭터들은 대출이 뭔지, 이율은 뭔지 잘 모르는 사람도 충분히 영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수많은 캐릭터의 향연에 자칫 어지러울 수도 있었지만, 양경모 감독은 이야기를 효율적이고 노련하게 이어 나간다.
17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원라인’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양경모 감독은 “‘미생’ 1화의 장그래 역을 맡은 임시완의 모습을 보고 당장 연락했다”며 “초반의 민재는 장그래와 닮았지만, 그 모습에서 점점 바뀌어 나가는 민재의 변화를 의도적으로 그려냈다”고 밝혔다. 임시완이 맡은 민재가 영화 내내 성장해나가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쾌감을 안겨주기 충분하다. 주조연들의 연기력은 말할 것도 없다. 오는 29일 개봉. 15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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