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KBS2 수목드라마 ‘김과장’은 주된 내용은 김성룡 과장(남궁민)의 성장기로 채워져 있다. 회사 돈을 중간에서 삥땅치던 김 과장이 의인으로 거듭나는 전개다. 그가 무너지는 TQ그룹을 일으켜 세우는 모습에 많은 시청자들은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김과장’에서 성장기를 쓴 인물이 또 한 명 있다. 박현도 회장(박영규)의 아들 박명석(동하)이 그 주인공이다. 초반부엔 상대적으로 분량이 적었던 박명석은 무개념 재벌 2세에서 경리부 막내로 차근차근 자신만의 스토리를 이어갔다. 결국 마지막 회에서 극적 반전을 이끌어내는 역할까지 맡으며 ‘김과장’의 숨겨진 주인공 같은 느낌도 줬다.
지난 11일 쿠키뉴스 사무실에서 만난 배우 동하는 박명석의 비중이 커지는 것에 자신도 놀랐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역할에만 집중하려고 했단다. 마지막 회에 등장한 교도소 장면은 잠을 못잔 상태로 찍어서 힘들었지만 특히 더 공을 들였다.
“저도 대본을 보고 놀랐어요. 작가님이 저를 사랑하시나 하는 생각도 들고 많이 당황스러웠죠. 그런데 어떻게 보면 기회잖아요.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된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 목숨 걸고 해야겠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잠을 못자면서 촬영해도 행복했어요. 특히 교도소 세트에서 마지막 장면을 찍을 때는 4일 동안 잠을 못 잔 상태였어요. 너무 졸려서 대본에 글씨가 안 보일 정도였죠. 중요한 장면인데 너무 속상하고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최대한 집중하려고 했어요. 덕분에 그 장면만큼은 제가 표현할 수 있는 진심의 최대치를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동하는 자신의 대본이 글씨 하나 없이 깨끗하다는 얘기를 꺼냈다. 대사보다는 인물에 대한 분석을 먼저 하기 때문에 대본에 메모하지 않는 스타일이란다. 머리로 계산해서 대사를 전달하고 감정을 끌어내는 것 이전에 일단 그 인물이 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에서다. 동하는 ‘김과장’을 찍은 수개월 동안 박명석으로 살았을 뿐이라며 자신이 박명석에 대해 분석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학교 다닐 때 각 반에 한 명씩은 부잣집 아들, 딸이 있잖아요. 그 친구들을 지켜보면 특유의 말투나 습관적인 행동들이 있어요. 그것들을 토대로 박명석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귀 뒤로 머리를 넘기는 제스처도 그 중 하나였죠. 거기에 류승범 선배님이 영화 ‘품행제로’에서 보여준 연기도 입혔고요. 나머지는 제 안에 있던 것들을 조금씩 섞어서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죠. 박명석이 어떤 사람이라고 누가 정의해놓은 건 없잖아요. 대본이나 시놉시스에 나오지 않은 것들은 제 생각이 정답이라는 마음으로 연기했어요.”
동하는 벌써 데뷔 9년차 배우다. 2009년 KBS2 ‘그저 바라보다가’로 데뷔해 꾸준히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해왔다. 데뷔 시기도 빨랐지만 연기 시작은 더 빨랐다. 13년 전 중학교 1학년이었던 동하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관객들 표정보고 ‘나도 관객들의 표정을 저렇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연기를 시작했다고 했다. 지금은 연기가 자신의 전부라고 할 정도다.
“저는 가족과 연기가 전부예요. 그것 말고는 없어요. 지금 당장 죽어도 연기는 포기 못하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실제로 연기 때문에 죽을 뻔했던 적도 있어요. 몇 년 동안 준비한 예술 고등학교 시험을 일주일 남기고 콩팥이 찢어진 일이 있었거든요. 의사 선생님이 무리하면 죽을 수도 있다며 가능성이 ‘50:50’이라고 하셨을 정도였죠. 그때 제가 죽더라도 시험을 봐야겠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시험을 봤어요. 결국 떨어졌지만 속은 후련했어요. 연기 말고는 딱히 할 줄 아는 것도 없어요. 그래서 연기에 대한 애착이 더 큰 것 같아요. ‘김과장’에서 탄자니아어와 성대모사를 보시고 잘한다고 하시는데, 그건 연기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해서 한 것뿐이에요.”
동하는 ‘김과장’을 촬영하는 동안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는 것도 참았다. 안 좋은 댓글에 마음이 흔들려 연기에 영향을 미칠 것 같아서다. 그래서 드라마 종영 이후 이틀에 걸쳐 댓글을 모두 읽어봤지만 나쁜 건 하나도 없었단다. 마지막으로 동하는 다시 차기작으로 확정된 SBS ‘수상한 파트너’에 대한 기대와 함께 자신만의 목표를 털어놨다.
“이제 ‘김과장’의 박명석을 떨쳐버리고 ‘수상한 파트너’의 정현수라는 새로운 인물에 이입해보려고 노력할 예정이에요. 잘 표현될지는 모르겠지만, 시청자 분들이 잘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배우로서의 목표는 한 가지예요. 연기에 대해 인정받았으면 하는 거죠. 연기는 제가 좋아하고, 열심히 했고, 또 앞으로도 노력하면서 살 대상이니까요.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얘기를 언젠간 꼭 듣고 싶어요.”
bluebell@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