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패왕에서 골목대장으로…TSM, 무엇이 문제인가

북미패왕에서 골목대장으로…TSM, 무엇이 문제인가

기사승인 2017-05-17 13:50:31

[쿠키뉴스=윤민섭 기자] 이번 리그 오브 레전드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에 북미 대표 자격으로 출전했던 팀 솔로미드(TSM)는 조별예선서 총 4승6패를 기록했다. 이어 15일(한국시간) 동률을 기록한 플래시 울브즈에게 순위 결정전에서 패배, 6팀 중 5위로 4강 진출에 실패했다.

TSM은 지난 북미 LCS 스프링 스플릿에서 정규시즌 15승3패라는 준수한 성적으로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엔 다르다’며 세계무대에 도전했지만, 이번에도 별 거 없이 실망스런 경기력만 선보이고 조기 귀국길에 올랐다.

▲ 원거리 딜러 ‘와일드터틀’의 부진

언제나 북미 정상급의 원거리 딜러로 꼽히는 ‘와일드터틀’ 제이슨 트런이지만, 이번 대회에서 그는 가장 부진한 선수 중 하나였다. 대회 평균 KDA 기록은 2.7로 원거리 딜러 중에는 와일드 카드팀인 기가바이트 마린즈의 ‘슬레이’ 응우옌 응오쿵(2.5) 다음으로 낮았다.

평균 킬 또한 2.4에 그쳐 꼴찌였던 반면 데스는 2번째로 많았다. 분당 데미지도 가장 낮았으니 사실상 하이 리스크-로우 리턴 원딜이었던 셈이다.

라인전 구간이라고 볼 수 있는 15분 이전까지 상대 원거리 딜러와의 맞대결에서는 평균 100골드를 덜 벌었으며, CS를 5개 더 놓쳤다. 퍼스트 블러드 관여율도 9.1%에 그쳤다. 그를 제외한 모든 원거리 딜러가 20% 이상의 관여율을 보였던 것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대규모 교전 상황에서는 포지셔닝 능력에 의문부호가 붙었다. 그가 짤리는 것을 신호탄 삼아 교전이 열리거나, 그가 혼자 빈 라인을 먹으러 갔을 때 전투가 열리는 경우가 잦았다.

‘와일드터틀’은 이번 대회기간동안 총 11게임에서 27번 전사했다. 그의 죽음을 자세히 살펴보면 대규모 교전 중 필연적으로 사망한 것은 12회로 채 절반도 되지 않았다. 반면 원거리 딜러임에도 불구하고 3번 먼저 이니시에이팅을 당해 죽었으며, 대규모 교전 시작과 함께 CC 폭탄을 맞고 전사한 게 5번이었다. 또 과감한 앞 비전이동이나 공격적 포지셔닝 때문에 2번 죽었다.

라인전 단계에서 적 정글러에게 갱킹을 당해 죽은 것은 2회에 불과했다. 반면 안일하게 혼자서 라인을 클리어하러 갔다가 3번 물려 죽었다.

챔피언 활용폭도 낙제점이었다. 트위치와 케이틀린을 제외한 다른 챔피언을 잡으면 포지셔닝을 어려워했다. 눈치 빠른 플래시 울브즈는 4위 결정전에서 케이틀린을 자르면서 밴픽부터 이기고 들어갔다.

▲ 강단 있어야 할 때 우유부단하고, 신중해야 할 때 과감하다

이들은 대회 내내 의아한 샷 콜링을 반복해 다 잡았던 게임도 뒤집히곤 했다. 15일 G2전에서 바론을 1분 넘게 치다말다 한 것이 우유부단함의 대표적 예다. TSM은 5대5 대규모 교전서 2킬을 따내는 일방적인 이득을 봐놓고 내셔 남작 근처에서 1분 동안 매복했다. 지켜보던 시청자도, 잡힐 거라 예상했던 내셔 남작도 민망해지는 상황이었다.

적이 매복하고 있는지도 몰랐던 G2는 그 1분 동안 대열을 재정비하면서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빨리 끝날 것 같던 게임은 결국 50분을 넘겼고, 상대 원거리 딜러 ‘지븐’의 케이틀린이 필수 아이템을 모두 갖추면서 기본 공격으로 핵미사일을 연사해 TSM이 역전패했다.

그런데 또 어떨 때는 의아할 정도로 과감하기도 하다. 정글러 ‘스벤스케런’ 데니스 욘슨이 이 부분의 대가다. 이번 대회 동안 그의 카운터 정글링엔 근거가 없었다. 결과가 좋으면 ‘감이 좋은 정글러’지만, 그렇지 못하면 ‘잘 던지는 정글러’가 된다. MSI의 ‘스벤스케런’은 후자였다.

13일 SKT전에서 카직스를 선택한 그는 자신의 쌍 버프를 챙긴 뒤 적 정글에 잠입했다. 시야도, 적 정글러의 동선도 확보되지 않은 채였다. 그리곤 자연스럽게 SKT에게 둘러싸여 ‘페이커’ 이상혁의 오리아나에게 쌍 버프를 헌납했다.

초반 카운터 정글링은 라이너의 상성과도 큰 연관이 있다. 우선 탑에서 SKT는 럼블을, TSM이 쉔을 선택했다. 쉔이 도저히 라인을 밀고 도와줄 수 없는 상성이다. 오리아나 대 신드라 구도 역시 오리아나가 라인 푸쉬에서 쩔쩔 맬 이유가 없다. 당연히 SKT 두 라이너들의 커버가 훨씬 빨랐다.

자존심이 상한 ‘스벤스케런’은 2분 뒤 참회의 미드 갱킹을 시도했지만 이때도 의아한 동선 탓에 2대1로 두들겨 맞기만 하고 2데스째를 기록했다. 제 아무리 ‘비역슨’ 쇠렌 비에르그라도 ‘5분만에 쌍버프와 1킬 1어시스트를 얻은 페이커의 오리아나’를 상대로 라인전을 이기기란 불가능했다. TSM은 그렇게 패배했다.

▲ 아쉬운 집중력과 운영능력

뛰어난 피지컬을 바탕으로 한 라인전 이득을 운영으로 다 깎아 먹는 팀이 TSM이었다. TSM은 11경기에서 1레벨 인베이드를 2번 당했다. 18%의 확률로 1분 만에 퍼스트 블러드를 내준 셈이다. 2번 다 상대의 인베이드 동선이 날카로웠던 것도 아니었다. TSM측이 굳이 체크할 필요 없는 부쉬로 걸어 들어가 킬을 내줬다. 이틀 연속이었다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13일 G2전에서는 상대가 빈집을 터는 동안 우직하게 장로 드래곤을 점사하다가 미드 포탑, 억제기 그리고 쌍둥이 포탑까지 모두 내줬다. 한 대 차이로 넥서스를 지키면서 승리하기는 했지만 누가 봐도 잘못된 오더였다. 한 때는 글로벌 골드를 1만 가량 앞서던 경기였으니, 갭 이즈 클로징이라는 말이 역설적으로 들어맞았던 TSM의 미드 시즌이었다.

이들의 평균 게임 시간은 39분33초로 참가 팀 중 가장 길었다. 대회평균(36분12초)과 3분 이상 차이 나는 수치다. 초반을 잘 풀어놓고 중후반에 다 말아먹었다. 운영능력의 부재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밖에 여러 운영 관련 지표에서도 TSM의 부진은 적나라했다. 팀단위의 분당 골드 수급량 또한 1684로 가장 낮았다. 상대팀과의 차이는 -175로 기가바이트와 공동 꼴찌였다.

이들은 대회기간 동안 1경기 당 8.5개의 타워를 잃었다. 5위인 G2(7.5)보다 1개 이상 더 밀린 셈이다. 반면 철거한 횟수는 게임당 4.9로 기가바이트에 0.1 앞섰을 뿐이었다. 또 드래곤 사냥 횟수(2.36)에선 SKT(2.6) 다음으로 높았으나 동시에 유일하게 협곡의 전령을 단 한 번도 얻지 못한 팀이었다.

이러나 저러나 TSM은 북미에서 손꼽히는 강자다. 이제 이들의 목표는 북미 정복을 넘어 세계 무대에 족적을 남기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큰 이변이 없을 시 2017 롤드컵에 출전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이 전력 그대로라면, 이번 롤드컵에도 만족스러운 성적을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는 서머 스플릿에서 TSM은 베테랑 원거리 딜러 ‘더플리프트’ 일리앙 펭을 복귀시킨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더블리프트’의 여유와 풍부한 경험이 ‘비역슨’의 부담을 덜어주고, TSM을 보다 완숙미 넘치는 팀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을까. 북미 리그 오브 레전드 팬들의 희망과 관심이 모이고 있다.

yoonminseop@kukinews.com

윤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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