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악녀' 김옥빈 "여배우라는 편견? 성 역할 고정하는 것 싫어"

[쿠키인터뷰] '악녀' 김옥빈 "여배우라는 편견? 성 역할 고정하는 것 싫어"

기사승인 2017-05-31 16:28:51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영화 ‘악녀’(감독 정병길)는 유독 수식어가 많은 영화다. 신선한 카메라 워킹이나 제 70회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는 타이틀, 김옥빈의 강렬한 액션 등. 이 많은 수식어가 방증하는 것은 대중의 기대감이다. 한국 영화시장에서 볼 수 없었던 액션 영화에 대한 기대감. 최근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주연배우 김옥빈은 “기대해주셔서 너무 좋다”며 “이런 기분을 오래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액션 영화로 칸에 초청받는 것은 김옥빈도 이전에는 미처 상상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악녀’를 만드는 작업 중에는 수많은 편견과 싸우는 과정도 있었기에 더 그랬다. 여배우가 액션 영화를 원톱으로 잘 소화해낼 수 있을까? 원톱으로 소화해낸다 한들 흥행할 수 있을까? 좋은 영화가 나올 수 있을까? 하는 편견에 대해 김옥빈은 당당한 도전으로 응했다.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제게 주어진 역할을 더 멋지게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님과 스태프들은 제게 할 수 있다는 기대를 걸어주신 거잖아요. 당연히 부응하고 싶었죠. 칸 초청 소식을 들었을 때요? 정말 깜짝 놀랐어요. 기분도 정말 좋았고요.”



그 중에는 김옥빈을 단지 ‘여배우’로 묶어서 어떤 편견 안에 가두려는 시선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김옥빈은 자신이 여자라는 이유로 들이대는 편견에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데뷔 때부터 저는 제 일이나 임하는 캐릭터에 대해서 젠더 역할을 고정하고 싶지 않았어요. 싫어했죠. 그런 편견에 맞서 싸워 이겨보겠다는 생각보다는, ‘우리 모두 같은 인간인데 그걸 왜 다들 구별하지? 단순히 먹고 사는 일일 뿐인데.’라는 생각이 더 컸죠.” 배우가 아닌, 여배우라는 단어 자체가 편견에 차 있음을 지적하는 현답이다.

그런 김옥빈에게 ‘악녀’는 편견을 극복하는 작품이라기보다는 커다란 도전에 가까웠다. 영화를 찍은 70회차 중 김옥빈은 61회차의 액션을 소화해낸다. 그 중 90%이상 스턴트맨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액션에 임했다. 싸우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풋풋한 사랑의 감정부터 진한 멜로, 그리고 복수극까지. “제가 맡은 캐릭터 숙희는 영화 안에서 아주 어린 시절부터 마지막까지 커가면서 감정은 물론 숱한 인간관계를 겪어요. 한 캐릭터에게 주어질 수 있는 가장 많은 역할을 수행해내죠. 한 영화 안에서 제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엄청나게 많아서 선택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에요.”

그리고 결과는 대만족이다. “현장에서는 최선을 다 해도, 편집을 거치면 어떻게 될지 모르니 긴장이 되잖아요. 편집 과정을 너무 보고 싶었는데 매번 감독님이 못 오게 하셔서 칸에서야 겨우 저희 영화를 볼 수 있었어요. 보자마자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래서 못 오게 하셨구나 싶기도 했죠. 저를 놀라게 해 주시려고 그러셨나 봐요. 하하. 두 번을 봤는데, 아직 극에 제대로 몰입은 못 했어요. 제가 잘 했는지 체크해보느라. 한 번 더 봐야 숙희에게 관객으로서 제대로 몰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악녀’는 다른 영화에서는 본 적이 없는 카 체이싱 장면과 날것 그대로의 액션이 담겨 있어요. 뭣보다 그걸 제가 소화한다는 거! 하하. ‘얼마나 잘했다고’하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다면, 제가 얼마나 잘했는지 와서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악녀’는 다음달 8일 개봉한다. 청소년 관람불가.

onbge@kukinews.com (사진=박태현 기자)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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