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챔스e뷰] 히든카드 꺼내 들은 삼성, ‘시그니처 픽’의 가치 증명

[롤챔스e뷰] 히든카드 꺼내 들은 삼성, ‘시그니처 픽’의 가치 증명

히든카드 꺼내 들은 삼성, ‘시그니처 픽’의 가치 증명

기사승인 2017-06-07 16:05:23

[쿠키뉴스=윤민섭 기자] 최근 선수들의 실력이 상향평준화됨에 따라 밴픽싸움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삼성에겐 ‘크라운’ 이민호의 빅토르와 ‘코어장전’ 조용인의 자이라라는 히든카드가 있었고, 이것은 곧 삼성에게 밴픽과정에서의 어드밴티지로 작용했다.

지난 6일 삼성 갤럭시가 아프리카 프릭스를 상대로 세트 스코어 2대1 승리를 거뒀다. 삼성은 이로써 2017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서머 스플릿에서 3전 전승을 기록, 단독 1위에 올랐다. 이날 경기 역시 밴픽과정에서의 유리함이 곧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 아프리카의 밴픽전략을 초토화시킨 ‘크라운’ 이민호의 빅토르

아프리카는 지난 6일 삼성전 1세트에서 ‘미드 저격밴’을 선보였다. 1번째로 자이라를 밴한 뒤부터 신드라·카르마를 순서대로 잘랐다. 이후 1픽으로 요즘 대세인 미드 갈리오를 선택, 이민호의 챔피언 선택폭을 다시 한 번 좁혔다.

아프리카의 노골적인 저격밴은 4·5번째 순서에도 계속 됐다. 탈리야와 오리아나를 잇따라 잘랐다. 이로써 아프리카는 밴 카드 5개 중 4개를 미드 챔피언을 막는 데 사용했는데, 이민호가 이번 서머 스플릿에서 사용한 3개의 챔피언(신드라·탈리야·카르마)이 모두 금지된 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자신들의 미드 챔피언 선택을 10번째 순서까지 미뤘다. 그리고 꺼내든 카드는 빅토르였다. 올 시즌 단 한 번도 등장한 적 없던 챔피언. 아프리카가 기껏 짜온 밴픽전략이 무의미해지는 순간이었다.

아프리카는 2·3세트에도 신드라·카르마·오리아나·탈리야 등 4개의 미드 챔피언 중 3개를 금지하는 전략을 고집했다. 하지만 삼성은 우직하게 빅토르를 고르며 아프리카의 수싸움을 무시했다.

아프리카는 밴픽을 뛰어넘는 훌륭한 경기력으로 1세트를 가져가긴 했으나, 이어지는 2·3세트에서 이민호의 빅토르를 제어하지 못해 패배했다. 빅토르는 ‘전설’을 달성하는 등 2·3세트 내내 종횡무진 활약했다.

빅토르는 지금껏 단 1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만큼 대세픽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앞으로 삼성과 붙는 모든 팀들은 밴픽을 짤 때 빅토르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 ‘코어장전’ 조용인의 자이라, 밴 카드 1장을 먹고 들어가는 삼성

시그니처 픽을 가진 선수가 이민호 외에 또 있다. 서포터 ‘코어장전’ 조용인이다. 지난 2016년 스프링 스플릿을 앞두고 원거리 딜러에서 서포터로 자리를 옮긴 그는 상대적으로 챔피언 폭이 좁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자이라 하나 만큼은 세계에서 가장 잘 다룬다.

조용인 때문에 자이라는 삼성전에 한해 밴픽률 100%를 기록 중이다. 상대가 밴하지 않으면, 조용인이 무조건 가져간다.

삼성은 지난 31일 ‘최강’ SK텔레콤 T1과 시즌 개막전을 치렀다. 이날 SK텔레콤은 탑·미드·정글에 밴 카드를 집중 투자했다가 조용인의 자이라에게 호되게 당했다. 조용인은 2세트 도합 5킬 10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뱅’ 배준식과 ‘울프’ 이재완을 상대로 바텀 라인 주도권을 지켜냈다. 데스는 없었다.

이 경기를 참고한 락스 타이거즈는 지난 3일 삼성전 1세트와 2세트에 연달아 자이라를 밴했다. 하지만 3세트에 ‘큐베’ 이성진을 견제하기 위해 클레드를 자르면서 자이라를 풀었다가 조용인에게 3킬 1데스 9어시스트를 허용하면서 그 대가를 치렀다.

조용인은 이날 경기 후 인터뷰에서 “자신 있다면 (자이라를) 밴하지 않아도 좋다”며 자신의 숙련도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아프리카는 좀 더 현명했다. 이들은 1세트부터 3세트까지 내리 자이라를 1번째 혹은 2번째로 밴했다. 그 결과 조용인의 캐리력을 억제할 수는 있었지만, 밴 카드 1장에서 손해를 보는 셈이됐다. 만약 이들이 자이라에 밴 카드를 고정하지 않았다면 이민호에게 빅토르를 내주지 않을 수도 있었다.

▶ ‘하루’ 강민승의 렝가, ‘스티치’ 이승주의 징크스

삼성에는 이밖에도 특정 챔피언의 ‘장인’으로 꼽히는 이들이 있다. 정글러 ‘하루’ 강민승과 원거리 딜러 ‘스티치’ 이승주가 그 주인공이다. 강민승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Rengar’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며 솔로랭크를 평정했던 ‘렝가 장인’이다. 렝가가 OP 챔피언으로 평가 받던 지난 스프링 스플릿에는 9번 꺼내 단 2번만 패배해 무려 77%의 승률을 기록했다.

렝가는 현재 롤챔스 서머에서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팀에서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총 4번 금지됐다. 북미 LCS에서는 각 3번씩 픽 또는 밴되는 등 다시 1티어 정글러로 떠오를 기미가 보인다. 만약 렝가가 다시금 주류로 자리 잡는다면 강민승의 위력은 배가 될 가능성이 높다.

후보 원거리 딜러인 ‘스티치’ 이승주 역시 아마추어 시절 ‘징크스·칼리스타 장인’으로 이름을 날렸다. 징크스는 현재 메타에서 볼 수 없는 챔피언이지만, 칼리스타는 서서히 얼굴을 비치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승주의 쓰임새 또한 더욱 요긴해질 전망이다.

yoonminseop@kukinews.com

윤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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