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하루' 김명민 "'연기본좌' 수식어? 민망해… 왜 하필 나에게"

[쿠키인터뷰] '하루' 김명민 "'연기본좌' 수식어? 민망해… 왜 하필 나에게"

기사승인 2017-06-08 17:06:08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배우 김명민이 스스로를 보는 눈은 냉철한 편이다. ‘연기본좌’등의 수식어가 그의 대단함을 방증하지만, 최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명민은 “그런 소리를 들으면 창피하고 민망하다”고 말했다. “왜 하필 저에게 그렇게 과한 수식어가 붙었을까요?” 김명민의 말이다.

“연기를 잘하는 사람은 참 많은데, 왜 저에게 그런 수식어가 붙었는지 정말 모르겠어요. 가끔은 멍에같이 느껴지기도 해요. 저 스스로 보기에 아직 많이 모자란 사람인데 그렇게 불리면 민망하거든요.” 자신의 연기일수록 더 냉정하게 보는 김명민이기에 그런 수식어로 불리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것은 개봉을 앞둔 영화 ‘하루’(감독 조선호) 또한 마찬가지다.

“솔직히 말하면 ‘하루’에 대한 제 만족도는 좀 떨어져요. 좋은 말로 치장할 수 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아요. 재미있지만 좀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하는 욕심이 있죠. 그렇지만 제가 상상했던 완성본보다는 훨씬 잘 나온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잘 나온 영화니까 내가 좀 더 잘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마음인 거죠.”

영화 ‘하루’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지옥같은 하루를 사는 남자 준영의 이야기를 그렸다. 딸을 잃는 교통사고를 영원히 반복하는 이야기인만큼 감정적인 부분이 크다. 그러나 의외로 김명민은 “기술적으로 찍어야 하는 부분이 좀 있었다”고 설명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순간 속에서 미세한 감정 변화를 표현해야 했고, 같은 곳에서 반복되는 일이니만큼 미리 계산하고 연기에 들어가야 했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스피디하고 급박한 영화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밀도 있게 짜진 인물들이 보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사건들이 반복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모두 지루해지죠. 그래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찍었어요. 대신 자부심은 있어요. 완벽하게 잘 짜진 이야기 내에서 어떤 각도로 조명해 봐도 모든 인과관계가 들어맞거든요. 저는 시나리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러티브라고 생각해요. ‘하루’도 잘 짜인 내러티브라는 매력이 없었다면 선택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렇다고는 해도 배우 본인도 엄청나게 고생했을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김명민은 “고생은 배우뿐만 아니라 누구나 다 한다”고 말했다. 본인의 고생이 이야기의 내러티브를 위해 꼭 필요하다면 그것은 더 이상 연기의 일부분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간 ‘페이스 메이커’ ‘연가시’ 등의 영화에서 어떤 고생도 마다하지 않았던 김명민의 선택이 일견 이해되는 말이다.

“저는 안주하고 싶지 않아요. 아직까지 제가 뭔가에 안주하는 배우가 아니라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고생하고 싶죠. 정확히는 계속 뭔가를 만들어내는 사람이고 싶어요. 배우는 자신이 가진 재능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 제 가치관이거든요. 제 재능을 계속 써먹고 창조하고 싶어요. 창조가 끝나는 순간 제 배우 생명도 끝이겠죠.”

‘하루’는 오는 15일 개봉한다.

onbge@kukinews.com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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