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 잃기 전에 외양간 고칠 순 없을까

[기자수첩] 소 잃기 전에 외양간 고칠 순 없을까

기사승인 2017-06-12 08:41:03

[쿠키뉴스=박예슬 기자] 일명 ‘해피벌룬(Happy balloon)’이라고 불리는 풍선이 있다. 아산화질소를 주입한 풍선을 말하는데, 흡입시 일시적으로 환각 증세를 일으켜 정신이 몽롱해지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그동안 해피벌룬은 별다른 규제나 제재가 있지 않아 무분별하게 사용돼오곤 했다.

아산화질소는 주로 의료용 보조 마취제로 쓰이는 화학물질이다. 그런데 마취제로 쓰여야할 이 물질이 엉뚱한 풍선으로 들어가 사람들의 정신을 빼놓기 시작했다. ‘기분이 좋아진다’는 이유로, 또 마약 물질의 ‘범위 밖’에 있다는 이유로 해피벌룬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의 손에 너무나 쉽게 쥐어졌다. 특히 유흥주점이나 대학교 축제 등에서는 더욱 빠른 속도로 확산돼 갔다.

이미 올해 초부터 일각에서는 해피벌룬에 대한 관리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해왔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정부는 별다른 대응이 없었다. 그러다 최근 해피벌룬으로 인한 사망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4월 해피벌룬을 과다흡입한 20대 남성이 중독사로 사망한 것이다. 그제야 정부는 해피벌룬을 환각 물질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8일에서야 말이다.

환경부는 의약품 용도를 제외한 다른 용도로 아산화질소를 흡입하거나 흡입을 목적으로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화학물질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6월 중으로 입법예고하기로 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한 식약처는 아산화질소가 의료용 이외에 흡입 용도로 유통·판매되지 않도록 인터넷 사이트 모니터링과 현장 지도·점검 등 관리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흡입 목적으로 아산화질소를 개인에게 판매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모니터링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포털사 등에 판매 사이트 차단을 요청하고, 대학가 축제 행사장과 유흥주점에 대해서도 지도·점검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이제라도 해피벌룬에 대한 규제가 생긴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결국 또 정부는 소 잃고 외양간을 고쳤다. 만약 조금이라도 더 일찍 정부의 조치가 이뤄졌다면 어떻게 됐을까. 적어도 사망사고는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번 개정을 통해 해피벌룬에 대한 안전장치가 제대로 걸리길 바라며, 앞으로는 부디 더 큰 화(禍)를 부르기 전에 미리 대처하는 정부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yes228@kukinews.com

박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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