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취재 결과 창원지방검찰청 모 지청의 검사 10명은 지난달 18일 저녁 경남 사천시 곤양면의 한 농장에서 범죄피해자지원센터(이하 범피센터) 소속 위원들과 저녁식사를 겸한 술자리를 가졌다.
만찬이 열린 이 날은 문재인 대통령이 ‘돈봉투 만찬’ 사건의 감찰을 법무부와 대검찰청에 지시한지 불과 하루 밖에 지나지 않았고, 5·18 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이 치러질 정도로 엄숙한 날이기도 하다.
이 자리에는 지청 검사 중 당직자 1명을 제외하고 A 지청장을 포함해 부장검사 등 검사 10명, 검찰 직원 5명 등 총 15명이 참석했다.
범피센터에서는 B 이사장과 4개 분과위원회 위원장 등 임원, 사법보좌인위원회 위원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부적절성 소지가 되고 있는 건 만찬이 열린 곳이 바로 사법보좌인위원회의 C 위원장이 운영하는 조경회사의 농장.
이곳은 근처에 주택이 없는데다 인적이 없는 야산에 위치해 있고, 일반도로가 아닌 비포장도로로 들어가야 찾을 수 있는 장소로 간담회를 가지기에는 장소의 적절성에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이들은 농장 안에 있는 주택의 테라스에서 바비큐를 비롯해 와인, 맥주와 소주 등 술을 곁들이며 저녁식사를 가졌고, 위원들이 직접 고기를 굽는 등 만찬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에 참석한 한 위원은 “그날 자리는 사법보좌인위원들과 지청에 계신 분들과의 간담회 자리였다”며 “비용의 출처에 대해서는 노코멘트하겠다”고 말했다.
비용 확인 결과 A 지청장이 업무추진비 50만원을 현금으로 범피센터에 지급했고, 이 돈은 센터에서 C 위원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B 이사장이 개인적으로 30만원을 부담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05년 문을 연 00지역 범피센터는 범죄 피해를 입어 치료나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법무부 산하 사단법인이며 위원은 총 240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임원들의 직업은 기업체 대표와 병원장, 변호사, 학계 인사 등 소위 ‘지역 유지’들로 구성돼 있다.
식사를 준비한 위원들이 받은 문자메시지에는 <5월 모임 공지> 라는 제목으로 ‘이번 행사는 지청장님과 부장검사님 이하 16명과 우리 위원님들과 화합하는 자리’라고 돼 있다.
이런 가운데 A 지청장은 사법보좌인위원들이 오는 줄은 몰랐다는 입장이다.
A 지청장은 “범피센터에서 제안이 왔길래 검찰 업무를 도와주는 분들이라 임원진, 분과위원장, 운영위원들과 간담회를 한 것이다. 업무보고, 애로사항 청취, 또 검사들과 상견례를 하는 공식적인 간담회 자리였다”며 “한 달 전에 정한 일정이라 굳이 연기해야 한다는 생각은 못했다”고 말했다.
농장을 간담회 장소로 정한데 대해 A 지청장은 “고기값은 우리가 부담하는 차원에서 50만원을 전달했고, 통상 식당에서 하는데 식당보다는 거기가 경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C 위원장은 “센터 업무를 위해 검사들을 만나는 자리였지, 접대하기 위해 장소를 제공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과 관련 국민권익위원회 관계자는 “이 간담회가 친교의 목적도 있었던 만큼 만찬의 정확한 성격과 함께 실제 음식값이 어떻게 지출됐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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