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챔스e뷰] SKT의 치열한 주전경쟁, ‘세계최강’의 원동력

[롤챔스e뷰] SKT의 치열한 주전경쟁, ‘세계최강’의 원동력

SKT의 치열한 주전경쟁, ‘세계최강’의 원동력

기사승인 2017-06-15 15:28:40

[쿠키뉴스=윤민섭 기자] 야구에 ‘거를 타선이 없다’는 표현이 있다. 1번부터 9번 타자까지 전부 위협적일 때를 말한다. 지금의 SK텔레콤 T1도 그렇다. 뚫을 포지션이 없다.

SK텔레콤 T1은 지난 14일 서울 상암 e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서머 스플릿에서 MVP를 세트 스코어 2대0로 꺾었다. 

완승이지만 뚜껑을 열어보면 경기력에 다소 의문부호가 붙는 경기였다.

1세트 초반부터 고전했다. 탑 라이너 ‘후니’ 허승훈은 라인전 적 정글러에게 집중 공략당해 라인전 과정에서만 0킬3데스0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정글러 ‘피넛’ 한왕호 역시 위기를 타개할 방법을 모색하지 못해 한동안 헤매는 모습을 보였다.

SKT는 라인전 때의 손해를 후반 게임 운영과 대규모 교전 능력으로 메워 역전승을 거뒀으나 ‘세계최강팀’의 명성에 걸맞은 게임 내용은 아니었다.

그러자 이들은 다음 세트가 시작되기 전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허승훈과 한왕호를 대기실로 불러들이고 그 대신에 ‘운타라’ 박의진과 ‘블랭크’ 강선구를 투입시켰다.

이 용병술은 적중했다. 특히 피오라를 선택한 박의진은 상대 라이너와의 CS 격차를 100개 이상 벌리는 등 스플릿 푸셔의 교과서와도 같은 플레이를 선보였다. 강선구 역시 그라가스로 대규모 교전마다 ‘궁극기 대박’을 터트리는 등 팀 승리에 크게 공헌했다. 어제 경기만 놓고 본다면 누가 주전이고 누가 후보인지 알 수 없었을 정도로 두 선수의 활약은 눈부셨다.

얼마 전 국제 대회에 출전해 전 세계 정글러를 상대로 ‘서열 정리’를 마쳤던 선수가 3경기 연속으로 팀 동료에게 부스를 내주고 있는 상황. 선수간의 친분과는 별개로 프로 게이머로선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다.

SKT는 후보 선수가 투입돼도 전혀 전력 감소가 없다. 오히려 더 좋은 성적을 내기도 한다. 지난 스프링 시즌 최고의 빅 매치로 꼽혔던 통신사 더비 2연전에서의 교체는 상징적 장면이다. 당시 이들은 2경기 모두 3세트에만 강선구를 투입해 승리했다.

로스터에 후보 선수가 없는 바텀 듀오를 제외하면 SKT에는 붙박이 주전이 없다. 서머 시즌을 앞두고 ‘프로핏’ 김준형이 떠나자 SKT는 곧장 ‘운타라’ 박의진으로 그 공백을 채웠다.

천하의 ‘페이커’ 이상혁도 한때는 ‘이지훈’에게 자리를 내줘 결승전 내내 구경만 해야 했던 때가 있었다. 언제 또 ‘스카이’ 김하늘이 치고 올라올지 모를 일이다.

동 포지션 선수의 선전은 주전 선수의 투쟁심을 자극하고 더 열심히 연습에 매진하게끔 동기를 부여한다. 약간이라도 부진할 시 가차 없이 선수 교체가 감행되니 선수들 사이에는 항시 긴장감이 유지된다. SKT의 강함은 여기서 온다. ‘못하는 순간 아웃’이니 잠시도 나태해질 수가 없다. 

SKT는 선수 교체를 통해 팀 컬러를 바꾸지 않는다. 이들이 추구하는 팀 컬러는 완벽한 경기력 하나뿐이며, 따라서 매 경기 더 알맞은 퍼즐을 찾아 넣을 뿐이다. 이들이 세계 정상을 몇 년째 고수하는 이유다.

yoonminseop@kukinews.com

윤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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