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설물 위에서 단잠…‘동물 체험 카페’ 학대 논란

배설물 위에서 단잠…‘동물 체험 카페’ 학대 논란

기사승인 2017-06-27 17:23:25

[쿠키뉴스=심유철 기자] 한 동물카페의 비위생적인 환경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동물 카페의 학대 행위를 고발합니다’라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고발이나 고소를 당할까 봐 무섭지만, 충격적인 실태를 방관할 수 없었다”며 경기 평택시에 있는 한 동물 카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곳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코를 찌르는 배설물 냄새와 원숭이들의 울음소리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며 “곳곳에서 동물들의 뭉친 털과 배설물을 쉽게 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작성자가 함께 올린 사진 속에는 암컷 사자가 좁은 철창 안에서 힘없이 누워있다. 철창 틈 사이와 바닥에는 사자의 배설물이 묻어 있다. 

또 다른 사진에는 새끼를 낳은 지 얼마 안 된 어미 돼지가 1평 남짓한 공간에 있다. 새끼 돼지들은 더러워 보이는 이불 위에 모여 잠을 자고 있다.

너구리의 사육장에는 개집으로 보이는 플라스틱 조형물이 쓰러진 채 방치돼 있다. 작성자는 너구리의 식음료를 담는 통 내부에 곰팡이가 피어있다고 설명했다. 네티즌들을 더욱 경악게 한 것은 여우 사육장이다. 유리창에 어린아이 집게손가락만 한 구멍 3개가 뚫려 있을 뿐, 별다른 환풍구는 찾아볼 수 없었다는게 작성자의 주장이다.  

작성자는 “해당 동물 카페의 실내 역시 매우 습하고 악취가 심했다. 또 공사 자재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어서 아이들에게 위협적이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동물 카페에서 1시간여 동안 머물렀지만, 야외 시설물과 동물을 관리하는 사람은 볼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해당 동물 카페를 찾은 다른 네티즌 역시 “입구부터 고약한 냄새가 났다” “동물들이 지내는 장소 대부분이 협소해서 답답해 보인다” “피부병을 앓는 듯한 동물도 있었다”고 말했다.   

카페 관계자는 “사자는 사육장 수리 관계로 10일간 철창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이라며 “돼지·사자 등 모든 동물의 배설물을 매일 청소해 주는 것은 인력 문제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어 “여우가 있는 사육장 내에 환풍이 안 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천장이 콘크리트로 막혀있는 구조가 아니므로 환기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또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은 3명뿐”이라며 인력 부족으로 인해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점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다만 “30여 분 정도 돌아본 관광객이 겉모습만 보고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카페 내 동물들의 건강상태에 대해서 권선 동물자유연대 수의사는 “어느 동물이든 협소한 공간에 가두면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며 “스트레스에 따른 정신적 문제로 인해 자신의 발이나 꼬리를 물어뜯는 경우도 있다”고 언급했다. 권 수의사는 또 “생후 1~2달이 된 새끼의 경우 면역력이 전혀 없는 상태”라며 “배설물을 오랫동안 치우지 않고 방치한 곳에서는 세균·박테리아의 빠른 번식으로 인해 새끼 동물들의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전했다. 

한국동물보호협회 관계자는 “선진국의 경우 개인이 전시를 위해 동물을 기르는 행위는 동물 학대로 규정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이 동물을 기르는 데 어떠한 제한조항도 없다”며 “동물을 기르는 데 법적 규제가 약하기 때문에 사육장의 위생상태 및 규격에 따른 어떠한 처벌도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tladbcjf@kukinews.com

심유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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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유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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