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사야플레이어’ 하정우 “국대 탈락 아쉬워… 내년엔 꼭 뽑힐 것”

[쿠키인터뷰] ‘사야플레이어’ 하정우 “국대 탈락 아쉬워… 내년엔 꼭 뽑힐 것”

“국대 탈락 아쉬워… 내년엔 꼭 뽑힐 것”

기사승인 2017-07-13 08:00:00

[쿠키뉴스=윤민섭 기자] 폭우가 그친 지난 11일 낮, 서울 홍제역 근방 카페에서 메타 아테나 딜러 ‘사야플레이어’ 하정우를 만났다. 메타 아테나의 여름이 끝난 지 거진 한 달만이었다.

지난달 20일 하정우가 속한 메타 아테나는 APEX 시즌3 8강 패자전에서 엔비어스에 패해 시즌을 마감했다. 바로 다음날 그는 고향 대구로 떠났다. 팀으로부터 10일 휴가를 받았다.

“휴가는 나름 유익하게 보냈어요. 어디 놀러가기보다 실력을 증진하는 데 활용했습니다”

▶“APEX 8강 탈락, 메타 부적응 아쉽지만 희망 보여드렸다 생각해”

하정우에게 APEX 시즌3는 어떤 기억일까. 시즌을 마친 소감을 가장 먼저 물었다.

“시즌2보다 기세가 많이 떨어진 상태였고, 메타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드렸어요”

그의 말대로 메타 아테나는 시즌3 내내 주류를 이뤘던 ‘돌진 메타’ 적응에 애를 먹었다. 이들이 선호하던 라인하르트와 자리야가 대세에서 멀어졌다. 디바와 윈스턴이 그 자리를 대신 채웠다. 하정우는 그게 아쉬웠다.

“처음에는 장기인 3탱커 조합을 고집했어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억지로 스타일을 바꿨죠. 다른 팀 기본기에도 못 미치더라고요”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팀 동료를 신뢰했다.

“모두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고, 열심히 하려는 의지를 내비쳤어요. 막바지에는 희망을 보여드렸다고 생각해요. 안 좋게만 시즌을 마무리한 것 같지는 않아요”

돌진 메타가 굳어지면서 하정우도 주류 영웅을 바꿔야했다. 트레이서를 고정 픽했다. 그가 선호하던 영웅은 아니었다. 그게 아쉽지는 않았을까.

“트레이서도 재밌긴 하지만 좀 더 다양한 영웅을 플레이하고 싶은 마음은 있죠”

하정우는 “돌진 메타가 고착화되면서 유저·팬들도 지쳐 떠나고, 프로들도 재미 없어하는 게 사실”이라며 “기본적으로 게임이란 재밌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새로운 밸런스 패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하정우는 “디바 디펜시브 매트릭스를 예전처럼 사용 스킬로 바꾸든지 하는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신 영웅 둠피스트 등장으로 돌진 메타가 파훼되진 않을까. 하정우는 “역부족”이라고 분석했다.

“둠피스트로 메타가 바뀔 거라고는 생각 안 해요. 경쟁전은 모르겠지만, 프로 씬에서는 돌진 조합을 잘 쓰는 팀이 둠피스트까지 섞어 더 저돌적으로 달려들지 않을까 싶어요”

현재 메타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낸 하정우였지만, 이번 시즌 실력이 가장 일취월장한 것도 그였다. 트레이서 활용 능력이 눈에 띄게 성장했다.

“난생 처음 제 스스로 많이 부족하다는 걸 자각했어요. 경기 중에도 ‘왜 내 트레이서는 적 트레이서만큼 활약하지 못 하는 거지?’ 하는 의문점이 들었어요”

어떻게 하면 트레이서 실력이 늘 수 있을까를 가장 많이 고민했던 시즌이었다.

“경쟁전을 통해 기량을 많이 늘렸어요. 또 엔비어스 ‘이펙트’ 김현이나 BK 스타즈 출신 ‘버니’ 채준혁에게 많이 물어봤죠”

하정우에게는 팀 성적과 별개로 아쉬운 점이 하나 더 있다. 대한민국 오버워치 월드컵 국가대표 딜러로 물망에 올랐던 그였다. 하지만 LW 블루 ‘새별비’ 박종렬과 ‘플라워’ 황연오에게 태극마크를 내줬다.

“솔직히 아쉬운 마음은 있죠. 국가대표로 선발이 됐으면 전 세계에 제 실력도 선보일 수 있고, 무엇보다 많은 걸 경험할 수 있을 테니까요”

하정우는 “솔직히 정말 국가대표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뽑아주셨다면 기꺼이 기대에 부응할 만큼 노력했을 거에요. 하지만 선발위원 분들께서 객관적으로 평가하셨고, 많은 분들이 그러하듯 저도 불만은 없어요”

그는 “내년에는 뽑힐 만큼 잘 하는 선수가 되는 걸 목표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 어느덧 1년, 심한 비난 견디기 힘들어도 팬들 보내주는 열기가 좋아

폭풍 같은 2017년이었다. 어느덧 오버워치 프로게이머로 데뷔한 지 1년이 다 되어간다.

“전부터 게임에 흥미가 많았지만 프로게이머가 목표는 아니었어요” 

오버워치가 출시되기 전 하정우는 경찰을 꿈꿨다. 오픈 베타 때 처음으로 오버워치를 접했고, 재능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진로를 바꿨다.

물론 쉽지 않았다. 난생 처음 해본 단체 생활도 어려웠다. 무엇보다 그를 힘들게 했던 건 세간의 비난과 냉혹한 평가였다.

“제일 힘들었던 건 다른 사람들이 나를 평가한다는 점이었어요. 게 중에는 심한 비난도 많았고요. 저는 그런 비난도 수용하고 피드백하는 편이지만, 마음고생을 하지 않았다고는 말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물론 얻는 것도 있었다. 하정우는 “팬들로부터 느낄 수 있는 열기가 좋았다”고 지난 1년을 회상했다. 현 소속팀 메타 아테나와의 추억 얘기다.

▶ 메타 아테나, 내게 첫 단추를 끼우게 해준 팀

하정우는 친한 친구들과 함께 만든 팀, TPM에서 데뷔했다. 메타 아테나로 적을 옮긴 뒤 본격적인 프로게이머 커리어를 시작했다. ‘승격팀 기적’을 일군 APEX 시즌2 4강, 아쉬웠던 시즌3 8강까지. 여기서 희노애락을 전부 겪었다. 그에게 메타 아테나는 어떤 의미일까.

“메타 아테나는 저에게 첫 길을 열어준 팀이고, 모든 첫 단추를 끼우게 해준 팀이죠”

또한 그는 “기본기와 경험을 쌓을 수 있게 해준 발판과도 같았다”고 팀을 소개했다.

“사실 디시 인사이드 더 메타 마이너 갤러리를 포함해서 커뮤니티는 여럿 챙겨 봐요. 트레이서 연습에 매진하게 된 계기도 그 때문이에요. 팬 갤러리에서 ‘왜 이리 못하느냐’는 비판이 이어졌고, 저도 이건 아니다 싶어서 더 열심히 했어요”

그러나 메타 아테나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고. 팬들은 하정우를 ‘띵띵갑’ ‘컷무새’ 등으로 부른다. 정교한 에임 덕에 개인 방송에서 유독 ‘띵’ 소리(헤드 샷 음향 효과)가 많이 들리기 때문이다.

“마음에 드는 별명은 없어요. 아니, 선수 별명이 ‘띵띵갑’이 뭐에요? 더 좋은 별명 붙여주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히트 스캔 세계 탑3’로 기억되고 싶은 ‘사야플레이어’

APEX 시즌3 결승이 열리는 7월29일은 하정우 생일이기도 하다. 그는 결승전 무대에서 생일을 보내지 못하는 게 못내 아쉬운 듯 보였다.

‘사야플레이어’는 대중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을까.

하정우는 “프로로서의 마인드가 굳건한 선수, ‘히트 스캔’하면 최소 세계 탑3 안에 드는 선수로 남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오버워치 팬들 사이에서 ‘노력형 천재’로 불린다.

“처음부터 저를 노력하는 선수, 열심히 하는 선수로 봐주실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어요. 제 입으로 말씀드리기는 좀 그렇지만…… 계속 열심히 했던 건 사실이에요. 프로로서의 마인드가 굳건한 그런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또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하정우에게 끝으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팬 여러분, 앞으로도 메타 팀 많이 응원해주세요. 저 개인으로서도 여러분 기대에 부응할 수 있게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 프로게이머 아들, 나중에 후회 남지 않게 열심히 했으면

이날 인터뷰에는 하정우의 어머니 양은희 씨가 동석했다.

하정우는 고3 때 모친에게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경찰을 꿈꾸던 수험생 아들이 덜컥 목표를 바꿨을 때 그는 어떤 심경이었을까.

“당시 프로게이머가 되는 걸 크게 반대하진 않았지만, 아이가 대학에 갔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모자는 하정우가 다가오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평소 원하던 학교, 원하던 학과에 합격한다는 전제하에 진로를 바꾸기로 합의했다.

하정우는 그해 수능에서 평소 진학을 희망했던 경찰행정학과에 합격했다. 아들의 진심을 알게 된 양은희 씨는 ‘소질이 있다면 열심히 해보라’며 하정우를 물심양면 지원했다.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제 심경에 큰 변화는 없어요. 우리 세대는 부모님들이 ‘어디로 가라’고 고집하는 경우가 잦았죠.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잖아요. 자신이 원하는 게 있다면 젊을 때 해봐야죠. 나이를 먹으면 하고 싶어도 못하지 않겠어요?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제가 최대한 도와줄 수 있을 때, 그럴 능력이 될 때 했으면 해요. (아들이) 나중에 커서 후회가 남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yoonminseop@kukinews.com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
윤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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