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아역 출신 배우들에겐 공통된 고민이 하나 있다. 어떻게 성인 배우로 안착하느냐의 문제다. 단순히 성인 역할을 맡는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다. 역할의 변화와 관계없이 아역 이미지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성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파격적인 역할을 맡거나, 꾸준히 한 단계씩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등의 방법을 선택하곤 한다.
배우 남지현이 선택한 길은 후자다. 남지현은 스무 살이 되어서 출연한 KBS2 ‘가족끼리 왜 이래’를 시작으로 MBC ‘쇼핑왕 루이’에 이어 최근 종영한 SBS ‘수상한 파트너’까지 연이어 성인 역할을 맡으며 차근차근 이미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 학동로 한 카페에서 만난 남지현은 ‘수상한 파트너’를 통해 나름대로의 목표를 달성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
“어른들의 연애를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었어요. 처음 계획하고 목표했던 대로 저를 성인으로 생각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던 것 같아서 뿌듯해요. 감독님과 작가님이 잘 풀어주시기도 했고요. 그동안 소녀와 여자의 경계에 있는 역할을 주로 했는데 이번에 어엿한 성인 여자로서의 역할을 해내기 위해 노력한 점이 많아요. 장면마다 행동이나 걸음걸이, 스타일링, 헤어 같은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썼죠. 저를 관심 있게 쭉 지켜보지 않았으면 알아채기 힘들 정도로 말투나 목소리에 작은 변화를 주기도 했어요. 가끔 알아채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더 열심히 했어요.”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공이라 할 만하다. 그럼에도 남지현의 고민은 멈추지 않고 있다. 앞으로 성인 배우로서 어떻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지, 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되는지에 대한 고민들이다. 남지현은 그것을 숙제라고 표현했다.
“어떻게 하면 성인으로서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것인가 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예요. 전에는 시작이었으니까 잃을 게 없었다면, 지금은 풀어내야 할 것이 많아요. 숙제가 많은 배우죠. 어떻게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방향성을 잡아야 할지 조심스러워요. 지금 자리 잡는 게 평생 갈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인간 남지현으로서는 어떻게 하면 다양한 경험을 더 많이 하고 이해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에요. 더 나은 제 모습을 찾기 위한 고민들이죠.”
남지현은 다음 학기 대학교로 복학을 앞두고 있다. ‘연기를 잠시 쉬는 것’이 아니라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수상한 파트너’도 학교를 다니다가 급하게 출연하게 됐을 정도로 학교생활에 애정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번 학기만큼은 학교를 다니면서 에너지를 재충전하겠다는 계획이다.
“학교생활은 제 평범하고 소중한 일상이에요. 제가 원래 있어야 할 곳이란 느낌을 주는 장소죠. 스물세 살 제 나이 또래들이 가장 흔하고 일반적으로 하고 있는 일 중 하나가 학교에 다니는 거잖아요. 다시 일을 할 수 있게끔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시간이기도 하고요. 복학은 오는 9월에 할 예정이에요. 제가 자꾸 가을학기에 드라마를 해서 이번 봄에는 학교를 쉬고 좋은 작품이 오면 해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3월까지 작품 인연이 안 닿아서 일단 학교를 다니던 중에 ‘수상한 파트너’를 만났죠. 이 작품을 하면 제가 보여드릴 게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학교를 중도 휴학하고 촬영에 들어갔어요.”
남지현은 ‘수상한 파트너’를 통해 처음으로 스릴러 장르의 맛을 봤다. 지방에서 막 상경한 역할이 아닌 사회생활을 이미 하고 있는 성인 역할을 맡은 것도 처음이었다. 하지만 남지현은 ‘수상한 파트너’에서 처음으로 성숙한 멜로를 시도했다는 것에 가장 큰 의미를 뒀다. 첫 시도를 넘어 앞으로 계속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도 드러냈다.
“‘수상한 파트너’는 제가 성숙한 멜로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보여준 작품이에요. 대중들이 제 성숙한 멜로를 어색해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해줬죠. 아직 한 번으로 자신감을 얻기엔 부족하지 않을까 싶어요. 세 번 정도는 해야 괜찮구나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