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챔스e뷰] kt는 왜 또 다시 SKT를 넘지 못했을까

[롤챔스e뷰] kt는 왜 또 다시 SKT를 넘지 못했을까

기사승인 2017-08-21 17:00:24

[쿠키뉴스=윤민섭 기자] 0승6패. 세트 스코어 6승14패. 올 한 해 kt 롤스터가 SK텔레콤 T1을 상대로 기록한 전적이다. 타도 'SKT'라는 슬로건 아래 똘똘 뭉친 수퍼 팀의 여름은 결국 SKT를 넘지 못한 채 끝이 났다.

kt 롤스터는 지난 19일 서울 상암 e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서머 스플릿 플레이오프전에서 세트 스코어 2대3으로 다시 한번 SK 텔레콤 T1에 덜미를 잡혔다.

승승패패패. 1세트와 2세트를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완승했다. 지난 5번의 패배를 완벽하게 설욕할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 하지만 이어지는 3번의 세트를 모두 내줬다. kt는 왜 끝내 SKT를 넘을 수 없었을까.

▶ 역전당한 밴픽 싸움

kt가 1, 2세트를 가져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밴픽싸움에서의 완승이었다. kt는 1세트에 자신들이 가장 좋아하는 픽들을 여럿 가져갔다. 반대로 SKT의 핵심 픽들은 전부 봉쇄했다. ‘페이커’ 이상혁이 가장 선호하는 챔피언 4가지 중 3가지(카시오페아, 루시안, 오리아나)를 전부 밴했다. ‘폰’ 허원석이 르블랑을 고름으로써 나머지 1개 탈리야 픽마저 억제했다. 포스트 시즌 들어 ‘피넛’ 한왕호가 가장 애용했던 그라가스를 빠르게 밴한 것도 주효했다.

2세트에도 카운터펀치를 적중시켰다. 카운터 픽인 갱플랭크로 이상혁의 갈리오를 무력화시킴과 동시에 글로벌 운영을 막고자 쉔에 투자한 SKT의 밴 카드 1장을 낭비시켰다. 바텀의 칼리스타-쓰레쉬 듀오는 1세트에 이어 SKT 바텀 듀오를 압도했다. 라칸, 타릭, 알리스타가 전부 잘린 상황에서 ‘울프’ 이재완이 선택한 탐 켄치는 라인전 주도권을 가져올 수 없는 픽이었다.

그러나 3세트 들어서면서 SKT가 kt의 공부 범위 밖 밴픽들을 꺼내 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글로벌 운영을 억제하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하듯 다시 한번 쉔과 갈리오를 금지시켰다. 이어 1, 2세트 바텀 주도권의 핵심 픽이었던 칼리스타를 추가로 밴했다. 이에 ‘데프트’ 김혁규는 준비해왔던 또 다른 픽 시비르로 맞대응했지만, 칼리스타-쓰레쉬만큼의 시너지는 기대할 수 없었다.

이상혁과 이재완은 코르키와 라칸을 골랐다. 정규 시즌 동안 이상혁은 코르키를 2회, 이재완은 라칸을 1회 선택한 게 전부였다. 그러나 이 경기에서 두 선수는 세트 MVP에 선정될 정도로, 혹은 그에 필적할 만큼의 활약을 선보이며 게임을 캐리했다. 코르키와 라칸은 4, 5세트에도 재차 등장했다. kt는 이상혁의 코르키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4세트에는 양 팀 미드라이너 간 레벨 차이가 3레벨 이상 벌어지기도 했다.

5세트에 새로이 등장한 자야와 트런들도 빼놓을 수 없다. 칼리스타를 잃은 kt는 3, 4세트에 시비르, 케이틀린으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하자 5세트에 ‘뱅’ 배준식의 트리스타나를 밴해 균형을 맞추고자 했다. 그러나 SKT는 자야라는 플랜 B를 준비해둔 상태였다.

또 1세트 완승 이후 꾸준히 밴되던 쉔이 해방되자 kt는 망설임 없이 5픽으로 쉔을 골랐다. 그러자 SKT는 기다렸다는 듯 자신들이 4세트를 치를 동안 3번 밴했던 픽, 트런들로 대처했다. 트런들은 5세트 내내 라인전·스플릿 주도권을 쥠과 동쉬에 ‘스멥’ 송경호의 캐리력을 제한시켰다.

▶ ‘블랭크’가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kt에겐 없고 SKT에겐 있는 것, 식스맨 ‘블랭크’ 강선구의 존재였다. 강선구의 가치는 kt를 상대할 때 더욱 빛난다. 강선구는 올 한 해 동안 kt를 4번 만나서 단 1번도 지지 않았다. 스프링 스플릿 정규 시즌 당시에는 1, 2라운드전 모두 마지막 3세트에 출전해 승부를 결정지었다. 올 서머 스플릿 1라운드 경기에서도 2, 3세트에 출전해 역전승을 이끌었다. 이날 3승을 추가함으로써 강선구의 대 kt전 전적은 7승0패가 됐다.

강선구는 모든 세트에서 퍼스트 블러드를 만들어냈다. 순서대로 탑-미드-바텀을 풀었다. 그의 효율성은 기록에서도 나타난다. 분당 3.8개의 CS 수급만으로 228의 분당 데미지 딜링과 7.2의 KDA를 남겼다. 한왕호는 5.1개, 고동빈은 4.2개의 분당 CS 수급률을 보였다.

그는 가장 가난한 정글러였지만 가장 희생적인 정글러이기도 했다. 분당 1.10개의 와드를 설치, 팀 와딩의 30.6%를 담당했다. 한왕호가 0.71개를, 고동빈이 0.83개를 설치한 것과 대비되는 수치다.

동시에 기싸움이 중요한 다전제 1, 2세트를 내리 완패한 상황에서 강선구의 투입은 안 좋은 흐름을 끊어줄 수 있는 분위기 전환용 카드였다. 강선구는 2017년에 24번 이기고 3번 졌다. 1세트에 진 것은 2번이고, 2세트에 져 팀의 패배를 확정지은 건 1번에 불과했다.

▶ 다전제 경험의 차이

kt는 베테랑들로 구성돼있다. 롤드컵을 들어 올려본 선수가 2명이고, 롤챔스 우승자 출신도 3명이나 된다. 개개인으로서 다전제 경험은 풍부하다. 하지만 한 팀으로서 다전제를 치러본 경험은 적다. 딱 2번, 지난 스프링 스플릿 플레이오프 삼성 갤럭시전 3대0 완승과 결승 SKT전 0대3 패배가 전부다.

반면 SKT에게는 이 경기가 올해 들어 5번째 다전제 경기였다. 승률은 100%. 1세트라도 뺏어온 팀은 G2 e스포츠와 kt 롤스터뿐이었다. 게다가 SKT는 늘 다전제에 강했다. 단일팀 체제가 도입된 지난 2015년부터 지난 2016년 롤드컵 우승 때까지 총 18번의 다전제 경기를 치러 16승2패를 기록했다.

한편 이상혁은 지난 15일 삼성과의 준플레이오프전 승리 이후 인터뷰 자리에서 “(다전제에 강한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리도 다 분석하진 못한다”면서 “밴픽이 강하다는 점과 풍부한 경험으로 인해 긴장하지 않고 실력발휘를 한다는 점” 2가지를 꼽았다. kt에겐 없고 SKT에겐 있는 또 하나. 한 팀으로써 쌓아온 다전제 경험치였다.

yoonminseop@kukinews.com

윤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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