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아이 캔 스피크' 이제훈이 말하는 주연배우의 책임감, 시나리오 선택 기준

[쿠키인터뷰] '아이 캔 스피크' 이제훈이 말하는 주연배우의 책임감, 시나리오 선택 기준

기사승인 2017-09-07 17:48:46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언론시사회 후 마주보게 되는 배우들은 대부분 스스로의 영화에 대해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자신의 연기를 분석하느라 영화 전체를 잘 보지 못했다거나, 혹은 객관적으로 보기 어려워서 몇 번이고 다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배우 이제훈은 그런 면에서 조금 다른 축에 속했다. 자신이 출연한 영화들에 대해 스스로의 연기보다는 영화 외적으로 완결성을 먼저 본다는 것이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감독 김현석) 개봉을 앞두고 서울 팔판로의 한 카페에서 마주앉은 이제훈은 “영화에 대한 비평이나 평가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아이 캔 스피크’에 대한 소감을 털어놨다.

“저는 원래 좀 제 영화를 메타적으로 보는 편이에요. 제가 출연한 영화의 완결성이나 방향성에 대해서 고민하며 보죠. 영화라는 큰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에 깊숙이 참여한 사람이고, 주연 배우로서의 책임감이 있기 때문에 ‘이야기를 얼마나 잘 이끌어갔나’하고 냉정하게 판단해보려고 하는 타입이죠.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아이 캔 스피크’는 그런 것들이 의미가 없었어요. 흔히 말하는 ‘진정성’이 와 닿았던 거죠.”

실제로 이제훈은 영화 촬영 중에도 비슷한 고민을 한다. 감독이나 주변 스태프들과 의논해가며 자신의 연기를 분석하고, 후반 장면에 얼마나 잘 맞아 들어갈지를 가장 먼저 고려한다. 이른바 ‘테이크’(촬영)를 많이 하는 타입의 배우가 아니기 때문에 더 그렇다. 장면과 장면 사이를 옮겨갈 때마다 어떤 연기가 이야기에 잘 맞을지를 치열하게 고민한다. 스스로 소모가 많아 힘들어질지라도, 스태프들이 조금 더 자신을 객관적으로 활용해주기를 바라는 타입이라고 이제훈은 말했다. 촬영이 끝나면 연기는 그 순간 고정돼버리기 때문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연기는 어떤 것을 선택한 순간 모든 고민이 끝나요. 그렇다면 그 선택 전에 하는 고민은 심도가 깊어야 한다고 생각하죠. 저는 주연 배우로서 대부분의 작품에 임하고, 그렇다면 책임도 크죠. 그렇기 때문에 연기를 신중하게 택하려고 해요. 시나리오를 봤을 때 단순히 재미있다, 해서 선택하기보다는 본 사람들의 반응까지 고려를 하게 된다고 할까요? 많은 사람들의 시선으로 번갈아 바라보고 싶은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고, 그 마음이 시나리오 선택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것 같아요.”

배우로 데뷔한지 벌써 10년차다. 지금의 이제훈에게 시나리오란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었겠지만, 신인 시절에는 그런 고민은 사치였을 수도 있다. 많은 사람의 반응이나 객관성까지 따져가며 시나리오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 선택받아야 하는 시절이 분명 어떤 배우에게나 있다. 그러나 이제훈은 “무명 시절에도 제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있었다”고 말했다.

“제가 나이를 어느 정도 먹은 후에 연기의 길을 걷기로 하면서, 제 연기적 성공보다는 영화를 만든다는 가치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어요.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 누군가 저를 발견해주고 선택해주기를 바랐기 때문에 저도 당연히 오디션을 봤죠. 그렇지만 분명히 오디션을 볼 때 타의만 개입되지 않잖아요.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것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었어요. 물론 시쳇말로 ‘흑역사’가 없지는 않아요. 제가 생각한 것과 다른 결과물이 나올 때가 있죠. 그렇지만 그건 또 그 이후에 제가 시나리오를 선택할 때의 새로운 기준이 돼요. 나름의 시행착오가 있었기에 기준이 더 견고해진 것이죠.”

‘아이 캔 스피크’는 9월 21일 개봉한다. 

onbge@kukinews.com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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