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고]어느 기관 통근버스 운전기사의 읍소

[신문고]어느 기관 통근버스 운전기사의 읍소

“폭행 사건 피해자인데 왜 제가 일을 그만둬야 하나요?”

기사승인 2017-09-08 15:05:35

[쿠키뉴스 창원=강승우 기자] 안녕하세요. 저는 용역업체와 근로계약을 맺고 정부출연기관인 국방과학연구소의 창원시험장 직원들의 출퇴근 버스 운전기사를 맡았던 이아무개(50)입니다.

, 맞습니다. 최근 뉴스에서 자주 접하던 공공기관 비정규직 노동자. 알고 보니 그게 바로 저였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20152월부터 최근까지 2년 넘게 일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저를 고용한 용역업체는 4번이나 바뀌었습니다.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지요. 그런데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월급이 오를 줄 알았는데, 그건 제 착각이었던 거죠.

3번째 용역업체와의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제 연봉은 150만원이 줄어들었습니다.

업체는 실수였다면서 나중에 모두 채워주겠다고 했는데, 정작 그 업체가 다시 바뀌면서 이 약속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지요.

이 와중에 새로 계약한 용역업체에서는 제 연봉이 300만원이나 더 깎였습니다. 기가 찰 노릇이지요.

하지만 별 수 있습니까? 고용이 승계돼 이 일을 계속 할 수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을 수밖에요.

그런데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습니다.

지난 523일 오후 이곳에서 근무하는 남자 직원 A씨가 쉬고 있던 저의 뒤에서 깍지를 낀 채 껴안은 뒤 한참 들어 올렸습니다.

A씨에게 왜 그랬냐고 물으니 대답이 가관이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랬답니다.

A씨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한 저는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습니다.

가슴 쪽에 심한 통증이 계속돼 병원에 가보니 갈비뼈 2개가 부러졌다며 4주 진단을 받았습니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원청업체 측이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원청업체 대표, 관계자 등과 여러 차례 자리가 마련됐지만 원만하게 해결되지 못했습니다.

이 때부터였습니다. 원청업체의 석연찮은 대응이 말이죠.

2년 넘게 운행일지 등을 기록한 컴퓨터를 사전에 한마디도 없이 치워버렸습니다.

따지니 제가 정규직 직원이 아니어서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저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비정규직인데, 그걸 정말 몰랐을지 의문이 듭니다.

그리고 저는 근무하는 동안 창원시험장 안에 있는 기숙사에서 지냈습니다.

지난 7월 초 느닷없이 원청업체는 운영관리 규정을 이유로 들며 저를 포함한 또 다른 비정규직들에게 기숙사 방을 빼라고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편의를 봐줬는데 이제부터 규정대로 처리하겠다면서 말이죠.

공교롭게도 이 시점에 규정을 언급하는 게 과연 우연일까요?

저의 수난은 여기서 끝난 게 아닙니다.

원청업체는 이즈음 저를 고용한 용역업체에 업무위탁에 대한 계약위반 및 불만사항 통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습니다.

내용인즉슨 제가 버스 탑승자들의 불안불만을 유발한다, 연구소 근무 분위기가 훼손됐다는 등이었습니다.

30년 넘게 무사고 운전을 한 제가 오히려 묻고 싶네요. 고속도로에서 시속 100로 주행하면 과속이라고 하고, 80~90로 주행하면 너무 천천히 운행해 출근시간에 지장을 준다는데 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까요.

원청업체는 최근까지 이 같은 공문을 용역업체에 4차례나 보냈더군요.

결론적으로 저는 지금 원래 업무인 통근버스 운행에서 배제됐습니다.

운전으로 돈을 버는 저에게 운전대를 잡지 말라는 것은 사실상 해고 통보나 다름없는 것이지요.

저 역시 정확한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저는 폭행 사건의 피해자인데, 왜 제가 운전대를 놓아야 하는지 말입니다.

 

*이 기사는 8일 오전 창원시험장 앞에서 집회 중인 이씨를 만나 진행한 인터뷰 등을 토대로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씨를 고용한 용역업체 대표는 원청업체 측에서 계약조건에 위배된다며 이씨에 대한 조처를 요구했지만 아직 결정 난 것은 없다현재 이씨를 해고한 상황은 아니다. 거취를 두고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씨가 업무에서 배제돼 현재 원청업체 직원들이 자가용으로 출퇴근하고 있다면서 저도 억울하고 갑갑하다고 했다.

국방과학연구소 본소 관계자는 폭행 사건과 관련해서는 양측 주장이 다른데다 합의금액 차이가 커 무산됐다. 이 문제는 저희가 개입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또 현재 별도 민사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용역업체 직원에게 기숙사를 제공하는 내용이 계약상 언급돼 있어야 하는데 이씨가 최근 고용승계되는 과정에서 이 내용이 빠진 것으로 확인돼 그렇게 조처했다고 덧붙였다.

원청업체가 용역업체에 수차례 공문을 보낸 것과 관련해서는 결과적으로 이씨의 해고를 종용하는 조처로 비춰질 수 있지만 원청업체가 용역업체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수준의 정상적인 의사표현으로 보인다고 했다.

kkang@kukinews.com

강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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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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