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문성근이 이른바 'MB 블랙리스트' 피해 정황을 진술하기 위해 18일 검찰에 출석했다.
이날 오전 10시45분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문성근은 취재진과 만나 "경악스럽고 개탄스럽다"고 말문을 열었다.
더불어 MB정부시절 국정원이 배우 김여진과 문성근의 나체 합성사진까지 유포한 일에 관해 "이명박 정권 수준이 일베와 같았다"라며 "세계 만방에 국격을 실추시킨 것을 개탄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변 소속 김자연 변호사와 동행한 문성근은 "제 사례뿐 아니라 주변에서 벌어졌던 공작 의혹도 오늘 검찰 조사에서 진술할 예정"이라며 "'늦봄 문익환 학교'를 사찰한 일, 제 주변에서 광범위하게 세무조사가 벌어진 일 역시 국정원의 공작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 "법적인 처벌보다도 역사적으로 기록한다는 측면에서 사건의 전모를 밝혀주길 바란다"고 바람을 밝혔다.
더불어 블랙리스트에 오른 예술인 82명 중 최대 피해자는 배우 김민선이라고 강조하며 문성근은 "영화감독은 투자를 받지 못하면 독립영화를 만들 수 있고, 가수나 개그맨은 콘서트를 할 수 있지만 배우는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전혀 없다. (김민선은)한창 입지를 키워나가야 할 시기에 집중적으로 배제돼 회복할 수 없는 치명적 피해를 입었다"고 김민선이 겪은 고충을 대변했다. 이어 김민선과 지난 17일 통화했다며 "(김민선은)피해를 증언하는 것조차 두려워한다"며 "여전히 악성 댓글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문성근은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검사 진재선)·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성훈)에 출석해 자신이 겪은 부당한 퇴출 압박 정황을 진술하게 된다. 오는 19일에는 방송인 김미화가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한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