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대북 정책 ‘제재·압박’으로 기우나?…대화 소홀해선 안 돼

[친절한 쿡기자] 대북 정책 ‘제재·압박’으로 기우나?…대화 소홀해선 안 돼

대북 정책 ‘제재·압박’으로 기우나?…대화 소홀해선 안 돼

기사승인 2017-09-25 06:00:00

해와 바람이 내기를 했습니다. 나그네의 외투를 먼저 벗기는 사람이 승자죠. 바람이 먼저 차가운 북풍을 보내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려 했습니다. 나그네는 도리어 몸을 움츠리며 두 손으로 외투를 꼭 여몄습니다. 해는 따듯한 햇볕을 비췄습니다. 나그네는 땀을 흘리며 겉옷을 벗기 시작했습니다. 대북정책을 언급할 때 종종 회자되는 이솝우화입니다. 북한의 핵 포기를 위해서는 강경정책과 군사적 압박이 아니라 대화와 회유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죠.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24일 오전(한국시각)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깡패’ ‘투전꾼’ ‘과대망상 정신이상자’ ‘악통령’이라고 지칭하며 비난했습니다. 이날 미 국방성은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전략폭격기 B-1B 랜서 여러 대를 북한 동해 북쪽 상공 깊숙이 투입하는 무력시위를 감행했습니다. B-1B 랜서는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무기 중 하나입니다. 전쟁 등 유사시에 미국 괌 기지에서 이륙, 2시간 만에 한반도에 도착할 정도로 빠르죠. 또 다량의 폭탄을 장착할 수 있어서 1대 만으로도 북한의 주요 시설들을 폭격 가능합니다. 

미국의 이번 군사적 행동은 북한의 연이은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강경책이었습니다. 북한이 지난 15일과 29일 각각 일본 상공을 넘어가는 중거리탄도미사일(ISBM)을 발사하며 괌 타격 능력을 과시했기 때문이죠. 또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했던 “북한 도발에 대한 미국의 군사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라는 메시지를 증명한 것이기도 합니다. 다나 화이트 미 국방성 대변인은 “북한의 핵·미사일에 맞서 군사 경고를 한 것”이라며 “우리는 미 본토와 동맹국을 방어하기 위한 모든 군사적 능력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나라 야 3당 역시 북한의 군사도발에 대해 강력한 대북 압박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국민의당 대변인은 각각 논평을 통해 강력한 압박과 제재를 통해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해야 한다며 대북 강경책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군사적 대응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습니다. 문 대통령은 평화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는데요. 그는 지난 22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는다. 어떤 형태의 흡수통일이나 인위적인 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스스로 고립과 몰락으로 이끄는 무모한 선택을 즉각 중단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문 대통령은 레이건 전 미 대통령의 ‘평화는 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분쟁을 평화로운 방법으로 다루는 능력을 의미한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군사적 충돌로 평화가 파괴되는 일이 없도록 북핵 문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역시 북한이 ‘대화의 길’로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강훈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북·미 지도자들은 말 전쟁을 중단해야 한다”며 “북한은 스스로 고립 심화를 자초하는 길로 가고 있다. 이제라도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나라 간 갈등을 해결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입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의 ‘이란 핵 협상’이 그 예입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 2013년 10월부터 이란 수뇌부와 대화를 통해 핵 개발 중단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결국, 2년여 뒤인 지난 2015년 7월 이란과 역사적인 핵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미국은 이란에 경제 제재를 풀고 핵을 평화적으로 이용할 경우 저농축 우라늄 농축 권리를 인정해 주기로 한 것입니다. 

반대로 실패한 강경책도 있습니다. 지난 2003년 미국은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이 대량살상 무기를 개발하고 보유한다는 의혹을 내세워 이라크를 침공했습니다. 당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42일 만에 승리를 선언했지만, 이라크 전쟁은 그 뒤로 수년간 지속됐습니다. 4년 뒤인 지난 2007년 이라크 민간인 사망자는 3200여명, 부상자 2만4000명, 난민 400만명이 발생했죠. 미국은 이라크에 강경정책을 고수한 대가로 4년간 전쟁비용으로 84억달러(약 7조8000억원)를 소요했습니다. 또 병력 14만여명을 투입했습니다. 그러나 이라크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는 전쟁이 된 셈입니다. 

강제적 조치를 통한 핵 포기를 대북 정책의 정답이라 할 수 있을까요? 북한의 자의적 핵 포기 의사가 없다면 어떤 방법도 해답이 될 수 없습니다. 원천적 해결이라기보다 한시적인 미봉책에 가깝기 때문이죠. 이솝우화가 주는 교훈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나그네의 겉옷을 벗긴 것은 찬바람이 아닌 따뜻한 햇살이었습니다.

심유철 기자 tladbcjf@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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