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 규제에 청약 '양극화' 심화…서울 강남 '웃고' 지방 '울고'

강력 규제에 청약 '양극화' 심화…서울 강남 '웃고' 지방 '울고'

수요자 옥석가리기 심화…하반기 양극화 더 심해지나

기사승인 2017-09-27 05:00:00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로 인해 청약시장 양극화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수요자들이 까다로워진 청약 정책에 일명 '될 곳'으로만 몰리는 옥석가리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투기과열지구인 서울과 청약조정대상지역인 부산 등에서는 규제를 비웃기라도 하듯 1순위 마감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지방은 미달 단지가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26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8·2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부터 약 한 달간 총 34개 단지(민간분양 기준)가 청약을 진행했다. 이 가운데 투기과열지구인 서울과 세종에서는 5개 단지의 청약에 나섰고, 대형 평형으로 구성된 '아크로 서울포레스트'를 제외한 모든 단지가 1순위에서 마감됐다.

이들 단지들은 청약경쟁률도 수십대 일에 달하며 높게 나타났다. 8·2 대책 이후 첫 분양단지로 주목을 받은 서울 마포 '공덕 SK리더스뷰'는 부진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평균 34.6대1의 경쟁률로 1순위 접수를 수월하게 마쳤다.

최근 서초와 강남에서 각각 분양한 신반포 센트럴 자이(168.1대 1)와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40.8대 1)에는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자들이 대거 몰렸다. 신반포센트럴자이의 경우 올해 서울 최고 청약 경쟁률 기록을 갈아치웠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인근 아파트 분양가의 110%를 넘기는 분양 단지에 대해서는 분양보증 승인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분양가를 통제했던 것이 오히려 청약 과열을 부추긴 셈이 됐다.

신반포 센트럴 자이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4250만원,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는 3.3㎡당 4160만원이었다. 애초 계획보다 신반포 센트럴 자이와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는 각각 450만원, 300만원 정도 낮게 책정됐다.

부산에서 청약접수를 진행한 '일광 이지더원 1차'도 1순위에서 모집을 마쳤다. 이 단지는 조정대상지역인 부산 기장군에 들어서는 새 아파트다.

이와 달리 규제 대상에서 빠진 지방 청약에서는 미달이 속출했다. 대책 발표 이후 분양에 나선 34개 단지 중 미달 단지는 14개로 집계됐는데,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8개(57.1%)가 지방 아파트였다. 지난 7월 청약미달률(지방 11곳 중 4곳, 36.3%)보다 크게 상승한 것이다.

9월 분양에 나선 단지 가운데 올 들어 처음으로 청약 건수가 '0'건인 단지도 등장했다. '신읍 코아루 더 스카이'는 254가구 모집에 1·2순위를 합쳐 한 건의 청약도 받지 못했다. 지난달 초 분양한 '제주 아드리아 애월 리얼타운하우스'는 111가구 모집에 청약 접수 건수가 1순위 1건, 2순위 1건에 그쳤다.

이처럼 지난해 말부터 보인 '되는 곳은 되고 안 되는 곳은 안 되는' 지역별 청약 양극화가 더 뚜렷해진 모습이다. 엄격한 청약 규제에 따라 주택 수요자들의 선택이 신중해지면서 나타난 움직임이라는 분석이다. 8·2 대책 규제가 내년 상반기까지 차례로 시행되면 서울 안에서도 입지가 좋은 아파트에만 몰리는 청약 쏠림현상이 두드러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강도 높은 정부 대책으로 인해 수요자들이 더 깐깐하게 골라 청약을 하다 보니 청약 시장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며 "정부가 투기 수요를 차단하겠다고 규제 장벽을 높였지만, 인기 단지 쏠림 현상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연진 기자 lyj@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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