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줄어들지 않는 지역 간 격차

[옐로카드] 줄어들지 않는 지역 간 격차

기사승인 2017-09-29 20:05:06

[옐로카드] [레드카드]는 최근 화제가 된 스포츠 이슈를 비판적인 시선으로 되짚어보는 쿠키뉴스 스포츠팀의 브랜드 코너입니다.

2017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본선으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 플레이-인 스테이지가 막을 내렸다. 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치러진 1라운드 그룹 스테이지를 통해 8팀을 가렸고, 28일과 29일 이틀간 펼쳐진 2라운드 녹아웃 스테이지를 통해 최종 본선에 오를 4팀을 추렸다.

플레이-인 스테이지는 라이엇 게임즈가 기존 방식인 인터내셔널 와일드카드전을 폐지하며 올해부터 도입한 국제대회 예선의 일환이다. 세계 각지 대표팀들과 대만·유럽·미국 3시드 팀이 리그·토너먼트 방식을 거쳐 본선 진출 여부를 확정 짓는 방식이었다.

본선을 밟지 못하는 팀과 해당 지역 팬들까지 성대한 잔치에 초대한 라이엇 게임즈의 의도는 바람직하다. 기존 인터내셔널 와일드카드전은 롤드컵 본선 진출 여부를 결정짓는 큰 이벤트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플레이-인 스테이지는 와일드카드전 역할을 함과 동시에 롤드컵 전야제 성격을 띄어 흥행 몰이에도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역 간 경기력 격차가 현저해 반전 드라마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결국 올라갈 팀만이 올라간 작금의 구도는 아쉬움이 남는다. 라이엇 게임즈는 “일본이나 브라질 등 기존 신생팀의 경우 지역 리그가 자리를 잡으며 경기력이 크게 향상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제대회 경기의 질적 향상을 목적으로 새로 만들게 됐다”고 지난 2월 플레이-인 스테이지 신설 이유를 밝힌 바 있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미국 클라우드 나인(C9)은 지금껏 치른 7세트에서 단 1번도 지지 않았다. 평균 경기시간은 31분29초. 포지션 특성상 희생을 자처해야 하는 탑라이너 ‘임팩트’ 정언영을 제외한 4인의 KDA는 최소 9.6에서 최대 18.5에 이르렀다.

유럽 프나틱도 예선에서 베트남 영 제너레이션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하긴 했지만 여전히 압도적이었다. 2라운드 녹아웃 스테이지에서는 대만 지역 3시드팀 홍콩 애티튜드를 시종일관 압도하면서 3대0 완승을 거뒀다.

중국 팀 월드 엘리트(WE) 역시 3대0 완승으로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2세트 적에게 내셔 남작 사냥 기회를 내주며 잠시 고전했던 것을 제외한다면 위기랄 것도 없었다. 1라운드에도 4승 전승을 거둔 이들은 베인, 그레이브즈 등 자신들이 서머 스플릿에 단 1번도 기용하지 않은, 메타에 적합하지도 않은 챔피언들을 사용하며 전력을 숨기기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몇몇 경기에서는 명승부가 연출되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경기 수준이 떨어졌다. 특히 일본 램페이지와 러시아 갬빗 e스포츠는 대회 내내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혹평을 받았다. 이들은 1라운드에서 단 1승도 챙기지 못하고 귀국길에 올랐다.

정글러 ‘무브’ 강민수의 비자 미발급 문제로 인해 대회 개막 직전 선수 교체를 감행해야 했던 터키 1907 페네르바흐체 역시 1라운드에선 조 1위다운 경기력을 보여주진 못했다. 한국 선수 개인 기량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으며, 연이은 내셔 남작 버프 스틸 등 성적에는 운도 많이 따랐다. 평균 경기 시간은 41분08초로 대회 참가팀 중 가장 길었다. 버티기에 능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스노우볼을 가속화하지 못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했다.

지난 2016년 롤드컵 당시 러시아 알버스 녹스 루나 서포터 ‘리크릿’ 키릴 말로피프는 “언더독은 패배자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말해 e스포츠 팬들에게 깊은 감명을 남겼다. 아무도 기대를 걸지 않았던 e스포츠 변방 리그팀이 유럽 G2 e스포츠, 미국 카운터 로직 게이밍(CLG)을 꺾고 8강에 올랐을 때 팬들은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기대했다. 하지만 올해 롤드컵 플레이-인 스테이지에서는 이런 기쁨을 만끽하지 못한 게 작은 아쉬움으로 남을 듯하다.

윤민섭 기자 yoonminseop@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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