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만연한 재건축 비리 뿌리 뽑아야 할 때

[기자수첩] 만연한 재건축 비리 뿌리 뽑아야 할 때

기사승인 2017-10-19 05:00:00


강남 재건축 시장이 고가의 금품 향응이 오가는 등 비리로 혼탁함이 극에 달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수사당국까지 나서는 전례 없던 일이 벌어지면서 이제는 정말 오랜 병폐를 뿌리 뽑아야 할 때가 왔다.

최근 강남 재건축 시장에서는 반포주공1단지 1ㆍ2ㆍ4 수주전을 비롯해 한성4지구까지 복마전을 방불케 할 만큼 치열했던 전쟁이 일단락 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벌어진 각종 비리의 온상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이달 한신4지구 재건축 수주전에 참여한 GS건설은 경쟁사를 겨냥한 금품 향응 신고를 받았다며 공식적으로 폭로했다. 이에 롯데건설은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맞서면서 건설사간의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얼마 전에도 반포주공1단지 수주전에서는 거액의 이사비 지원 논란과 현대건설과 GS건설이 용역업체를 통해 수십만 원짜리 굴비세트나 고급 호텔 코스요리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로 최근 강남 재건축 시공사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들이 고액 이사비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 대납 등 전례 없던 파격 사업조건을 제시한 것은 물론 호텔 접대와 고가 명품백 등 선물부터 현금 살포까지 노골적인 불법 행위가 만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재건축 비리의 심각성은 하루이틀 문제는 아니다. 오래전부터 계속해서 문제가 제기됐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개선 되기는커녕 더욱 만연해지고 있다. 또 이런 문제가 발생 할때 마다 건설사들은 혼탁해진 재건축 수주전을 반성하고 자정노력을 하겠다고 천명했지만 뒷북대처라는 비판과 함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지금까지 했던 자정 선언은 말잔치에 불과 했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강남 재건축 진흙탕 싸움을 방관적 태도로 보고 있는 국토교통부의 태도다. 해당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이런 사실을 확인하고도 처벌과 고발 등 법적 조치 대신 경고 조치로 끝나면서 불법 금품 살포가 더욱 기승을 부렸다. 불법행위가 적발되더라도 '5년 이하 징역과 5000만원 이하의 벌금'만 내면 되는 솜방망이 처벌도 실효성이 없었다.

이제는 정말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위한 전문적인 제도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뿌리박힌 고질적인 비리와 부패를 끊는 근본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불법행위가 드러난 건설사는 재개발∙재건축사업 참여 제한 등 재발방지를 위해 강력한 처벌조치가 있어야 한다. 결국 불법적인 금품 살포와 대규모 유사 금융행위 등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소비자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연진 기자 lyj@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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