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에너지의 무게추가 셰일오일로 옮겨지고 있다. 셰일오일은 중동 산유국들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왔다. 최근 다시 유가가 상승세를 보이지만 국내 정유업계는 수입국 다변화로 대응해 장기적으로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원유의 강력한 대체제로 등장한 셰일오일은 오랜 세월 동안 모래 진흙이 쌓여 굳은 탄화수소가 퇴적암(셰일)층에 매장되어 있는 오일을 말한다. 유전이나 가스전에서 채굴하는 원유와 화학적 성분이 동일해 난방용‧석유화학 연료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
셰일오일의 등장은 유가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 2012년 미국의 셰일혁명으로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25달러에서 95.6달러로 급락하기도 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 셰일오일 시추공은 최근 1년간 2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5월엔 262개였지만 11월 현재 738개에 달한다. EIA는 내년 일일 생산량이 1000만 배럴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최대 셰일가스 매장량을 가진 중국도 셰일 혁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영기업 시노펙은 약 70억 달러를 투자해 알래스카에 천연가스전을 미국 회사와 공동 개발한다. 중국 국토자원부는 셰일가스 생산량이 지난해 80억㎥에서 올해 100억㎥으로 늘어난다고 발표했다.
이 와중에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지난 21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56.83달러를 기록했고 국내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두바이유는 지난 6일 기준 배럴당 60.58달러로 2년4개월 만에 60달러를 돌파했다. 최근의 유가 상승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연장 합의, 이를 지지한 사우디의 실세 왕자가 반대파를 제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원유 가격이 단기적으로는 상승세를 유지하다가 중장기적으로는 안정세를 보일 거라는 것이 대체적 전망이다.
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본부장은 ‘2018 오늘의 세계경제’ 보고서에서 “OPEC의 감산 노력에도 불구하고 비(非)OPEC을 중심으로 원유 공급이 증가해 시장의 공급과잉이 국제유가 하락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유를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정유업계는 ‘셰일오일 붐’으로 ‘수입선 다변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4월 다국적 석유기업 셸과 미국 남부 멕시코만산 원유 200만 배럴을 도입하기로 계약했다. 2014년 미국 셰일오일 개발에 뛰어든 SK이노베이션도 미국산 셰일 오일 도입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미국산 셰일오일 200만 배럴 들여온 GS칼텍스는 내년 1월까지 1450만 배럴의 북미산 원유를 수입할 예정이다.
이종혜 기자 hey33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