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세이프가드’ 주사위는 던져졌다

[기자수첩] ‘세이프가드’ 주사위는 던져졌다

기사승인 2017-11-25 05:00:00

주사위는 던져졌다. 국내 기업들이 16년만에 세이프가드(긴급 수입 제한조치) ‘희생양’이 될 처지에 놓였다.

미국 ITC(국제무역위원회)는 21일(현지시간) 가정용 세탁기 세이프가드 구제조치 권고안을 통해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가 120만대가 넘게 수출될 경우 50%의 고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쿼터 기준인 120만대는 국내 기업들의 연간 수출량 절반을 웃도는 수치다. 이에 양사는 쿼터 기준을 145만대로 설정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세이프가드 발동 시 국내 기업들의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전자는 같은 날 입장문에서 “관세 부과는 (미국) 소비자와 소매업자, 일자리에 파괴적인 충격을 가져올 것”이라며 “작은 관세라도 (제품의) 가격을 올리고, 제품 선택의 폭을 제약하며 삼성전자의 사우스 캐롤라이나 공장에서 생길 일자리를 손상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도 보도자료를 통해 “LG 세탁기가 지금까지 미국에서 성장해온 것은 미국의 유통과 소비자들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춘 LG 세탁기를 선택해왔기 때문”이라며 “이번 권고안은 미국 유통 및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크게 제한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권고안은 곧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 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세이프가드 발동 여부와 수위를 결정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자국 우선주의를 주창해온 만큼, 세이프가드 발동은 피할 수 없으리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정부와 업계는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쿼터 내 관세부과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현지 생산공장 가동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관세가 적용되지 않는 120만대는 국내에서 생산하고, 나머지 물량을 현지에서 조달하겠다는 것이다.

LG전자는 세이프가드가 발효될 경우에 대비해 현재 건설 중인 미국 테네시 세탁기 공장의 가동 시점을 앞당길 예정이다. 또 한국 정부는 물론 다른 국가 정부, 미국에 세탁기를 수출하는 다른 기업들과도 협력해 공동으로 대응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남았으나 그가 권고안을 반려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국내 기업들로서는 세이프가드 발동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 희생양이 되느냐보다, 피해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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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445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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