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배성은 기자 =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본인과 가족이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소유한 이스타항공의 지분을 모두 회사 측에 헌납하겠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이스타항공 임급체불 사태와 함께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 논란이 이어진 뒤 무려 4개월 만의 공식 입장이다.
창업주인 이 의원이 그동안 임금체불 사태와 인수합병 무산위기에 이어 본인 자녀의 주식 매입 자금 출처 등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이 확산하자 뒤늦게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하지만 주식 헌납에 대한 진정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입장 발표 당일 이상직 의원과 딸인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는 기자회견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논란을 확산시킨건 입장 발표가 대독 형식이라는 점이었다. 당일 김유상 이스타항공 경영본부장이 나서 입장문을 대독했다.
일각에서는 "이상직 의원은 모든 책임을 피하기 위해 이스타항공에 주식을 던져 놓고 갔을 뿐"이라며 "진정성 있게 사과를 하려고 했으면 최소한 이수지 대표는 나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정이 있고,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여기고 대독이라는 형식에서 이상직 의원은 어떤 말을 했을까?
“작금의 이스타항공 문제로 임직원여러분과 국민여러분께 심려 끼쳐드려 송구합니다. 특히 직원들의 임금체불 문제에 대해서는 창업자로서 매우 죄송하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또한 이스타홀딩스의 이스타항공 주식 취득 과정과 절차는 적법하였고, 관련 세금도 정상적으로 납부하였으나, 국민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점이 있다면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이 의원은 “가족회의를 열어 제 가족들이 이스타홀딩스를 통하여 소유하고 있는 이스타항공의 지분 모두를 회사 측에 헌납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이스항공 뿐 아니라 모든 항공산업이 풍전등화입니다. 이스타항공 회사와 구성원들이 살아야한다는 절박함에 놓여있습니다. <중략> 저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창업자의 초심과 애정으로 이스타항공이 조속히 정상화되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중요한 대목은 창업주 가족의 보유지분 회사 헌납이다. 현재 이상직 의원의 두 자녀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이스타홀딩스는 이스타항공 지분 39.6%(약 410억원)를 보유하고 있다. 제주항공으로부터 받기로 한 매각 대금 전부를 사실상 회사 측에 돌려주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은 비상장 기업으로 증권거래소에서 불가능하다. 때문에 정확한 가치를 매기기 현실적으로 어렵다.
특히 이 의원이 이스타홀딩스를 통해 가족이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을 헌납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지분 헌납'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과 이후 자금 활용 계획 등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입장 발표의 알맹이가 없다는 점, 즉 구체적인 실행계획이나 방법이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동안 다수의 기업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창업주 또는 소유주(오너 등)들이 위기탈출 계획을 제시해 왔지만 알맹이 없는 선언을 국민들과 기업 구성원들은 너무나 많이 경험해 왔다.
물론 계획을 밝힌 만큼 시간을 두고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차근 차근 지켜볼 일이다. 그럼에도 '대독'과 알맹이 없는 '계획'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타당하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고객 환불 급증과 매출 급감으로 유동성 위기에 놓였다. 올해 1분기 자본 총계는 마이너스 1042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국제선과 국내선 모두 셧다운 상태가 이어지며 임직원 급여를 지급하지 못할 정도의 심각한 위기다.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월급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반 직원들은 지난 2월 월급의 절반도 받지 못했고, 3월과 4월엔 그마저도 없었다. 회사는 직원들의 4대 보험료도 지난 1월부터 내지 못했다. 임금 체불 해소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이로 인해 지난해 12월18일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예정보다 실사 작업이 길어지고 있다.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이 두 차례 연기되면서 인수합병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이스타항공 측은 제주항공에 인수·합병(M&A) 작업을 서둘러 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제주항공은 "사실상 일방적인 계약 변경"이라며 황당해하고 있어 양사의 M&A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1600여명의 이스타항공 직원들이 경영 정상화를 누구보다 바라고 있다. 특히 직원들이 하루빨리 현업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창업주의 책임감 있는 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보다 구체적인 창업주의 진심어린 해결책 제시를 이스타항공 구성원 모두가 바라고 있다.
seba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