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기억의 밤' 다양한 장르 넘나들며 거듭되는 반전의 묘미

[쿡리뷰] '기억의 밤' 다양한 장르 넘나들며 거듭되는 반전의 묘미

기사승인 2017-11-23 18:08:55

‘기억의 밤’(감독 장항준)은 의심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두 남자의 기억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뭐든지 잘하는 형 유석(김무열)은 사고로 왼쪽 다리를 절게 되지만 진석(강하늘)에게는 언제나 자랑스러운 존재다. 새로운 집으로 이사간 첫날, 유석은 진석과 나간 산책길에서 의문의 괴한들에게 납치당한다. 

피가 마르는 시간 19일이 지나고 돌아온 형. 그러니 진석은 유석이 어딘가 다르다는 것을 직감한다. 진석이 자는 동안 몰래 밤마다 나가서 의문의 남자들과 접촉하고, 왼쪽 다리가 아닌 오른쪽 다리를 전다. 문제는 진석이 오랜 입시로 신경쇠약에 걸려 약을 먹고 있다는 것이다. 진석은 자신이 약을 제대로 먹지 않아 기억에 혼선이 온 것이 아닌지 괴로워한다. 그러나 자신의 기억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물리적 증거가 드러나고, 진석은 유석에게 묻는다. “우리 형 어디 있어?”

관객들은 사람의 기억이 모두 완벽하거나 명확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기억의 밤’에 몰입하기 쉽다. 영화는 시작부터 유석의 대사부터 진석의 행동 하나하나까지 의심하게 만든다. 관객은 자연스럽게 영화 속의 모든 기억을 의심하고 추측하며 스크린에 빨려든다. 영화는 스릴러, 미스터리, 공포, 추리극을 넘나들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문제는 중반의 반전을 알게 된 순간 모든 이야기는 너무나 익숙해진다는 것이다. 어디서 많이 본 장르 영화들을 이어붙여놓은 식이다. 초반에서 중반까지 팽팽하게 당겨지던 고무줄은 끊어진 후 내내 늘어져 있다. 스릴러 영화가 드라마로 바뀌는 순간 극은 힘을 잃는다. 다행인 것은 장항준 감독의 연출력이 어디서 본 이야기들을 퍽 섬세하게 이어붙여놨기에 지루함은 덜하다는 것이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나쁘지 않다. 좋은 형이었지만 납치됐다가 돌아온 후에는 어딘가 꺼림칙한 유석을 연기한 김무열은 호인과 악인을 오가며 관객에게 끊임없이 의구심을 심어준다. 강하늘은 영화의 장르가 바뀌는 순간마다 적절한 연기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관객을 객석에 붙들어놓는다. 오는 29일 개봉.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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