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억 예산 들어간 '샵메일', 5년째 제자리…살려낼 수 있을까

83억 예산 들어간 '샵메일', 5년째 제자리…살려낼 수 있을까

기사승인 2017-11-29 18:53:17


100억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된 공인전자주소 ‘샵메일’의 사업 효용성에 대한 비판이 다시 불거졌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은 내년 1월 1일부로 샵메일을 통한 우편발송 업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2014년 공공기관 중 처음으로 샵메일을 도입했지만 실제 이용자 수가 약 20명에 그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샵메일은 2012년 6월 ‘전자거래기본법’ 개정에 따라 당시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공인전자문서 유통을 위해 82억원 이상의 예산을 들여 시스템을 구축, 같은 해 12월 보급을 시작했으며 지난해 1월 1일부터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으로 업무가 이관된 상태다.

보급 초창기 정부는 샵메일 이용자가 888만명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현재 총 가입자 수는 약 27만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템 구축 비용에 운영비까지 감안하면 현재까지 샵메일 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100억원에 달하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효용성 논란이 일고 있다.

샵메일의 보급이 이처럼 미미한 주된 이유로는 까다로운 가입 절차와 이메일과의 호환성 문제 등이 꼽힌다. 등기 등의 중요 문서를 전자문서화 할 수 있도록 개발된 샵메일은 송신부터 수신까지 전 과정을 암호화 하는 보안성 등 기술적 이유로 이 같은 한계를 갖고 있다.

때문에 샵메일은 2015년 국정감사에서도 연간 주소등록 건수가 목표치의 3.4% 수준이고 메일유통 역시 0.02%에 불과한 67만건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혈세 낭비’ 질타를 받은 바 있다. 또 보급 초창기 정부기관과 용역 계약을 맺은 민간업체와 예비군 등에게 샵메일 가입을 종용했다는 점이 ‘전시행정’으로 비판받기도 했다.

KISA는 앞으로 시스템 개편을 통해 샵메일의 활용성을 높여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KISA 관계자는 “초창기 샵메일의 수요에 대한 예측이 다소 잘못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국민적으로 필요한 서비스고 앞으로 활용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돼 개편을 통해 새롭게 추진하려 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공단의 사용 중단 결정에 대해서는 “국민연금공단의 이용 비중은 전체의 2~3% 수준으로 높지 않다”며 “모바일 활용 한계와 엄격한 가입절차 등 때문에 많이 활용되지 못한 측면이 있지만 서울시 등 여러 곳에서 활용되고 있는 인프라”라고 설명했다.

KISA는 안전하게 전자문서를 송수신할 수 있는 인프라 특성을 활용해 우정사업본부와 샵메일을 통한 내용증명 전달 체계를 지난해 구축했고 곧 선보일 예정이다. 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관련 고시 개정에 따라 모바일 메신저 사업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샵메일 서비스를 모바일에도 제공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김정우 기자 tajo@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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