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알못의 면허시험④] 다시 불면허된 지 1년…여전히 물면허 수준

[차알못의 면허시험④] 다시 불면허된 지 1년…여전히 물면허 수준

기사승인 2017-12-12 05:00:00

지난해 12월 면허취득이 어려워져 소위 ‘불면허’가 된 지 1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5일만에 면허를 어렵지 않게 취득했다. 여전히 물면허인 셈이다.  실제 독자들의 반응도 여전히 너무나 쉬운 물면허라는 의견이 많았다.

운전면허증은 한국 성인 10명 중 6명이 갖고 있는 국가 인증 자격증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운전면허 소지자는 3118만9000명에 이른다. 경찰청 조사에 따르면 2007년 이후 운전면허 소지자들이 꾸준히 증가했다. 이 중 여성 운전면허 소지자는 2009년 1000만명 넘겼고 지난해 12월말 1289만8000명을 기록했다. 전체 면허 소지자의 41.4%를 차지한다. 이는 처음으로 운전면허를 성별로 구분한 1976년 당시 여성 운전면허 보유자가 1만4587명으로 운전면허 보유자의 1.8%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약 23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운전면허시험 간소화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운전면허시험 간소화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주도했다. 취임 직후부터 간소화를 주장했다. 2011년 4월 간소화 방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같은해 6월부터 시행됐다. 장내 기능시험 항목이 방향전환 코스, 곡선 코스, 굴절 코스 등 기존 11개에서 정차 상태에서 기기 조작, 와이퍼를 움직인다든지, 정차를 한다든지 또 차를 움직인다든지 등 2개로 확 줄었다.

당시 경찰은 장내기능과 도로주행으로 기능 시험을 중복 실시해 응시자에게 부담을 줬다. 특히 장내기능시험의 경우 T자와 S자 등 운전경력자도 통과하기 힘들 정도의 코스가 있다며 실제 도로 주행 때 활용도는 미흡하다고 개정 배경을 설명했다. 제도 시행 6개월 뒤에는 6개월 간 신규 면허 취득자의 교통사고 감소율이 40% 전후로 안정되게 나타난다며 S자, T자가 폐지되고 도로주행시험에 집중하게 되면서 주행능력이 향상된 결과라고 분석하면서 간소화를 두둔하기도 했다.

5년 동안 초보운전자 사고 1만건 이상 늘어

운전면허제도 간소화 이후 부작용은 심각했다. 초보운전자의 교통사고 증가율이 늘었고 국내뿐 아니라 이웃 중국에서도 문제를 제기할 정도로 ‘물면허’에 대한 부작용이 심각했다.

도로교통공단자료에 따르면 운전경력 1‧2년 미만의 운전자들의 교통사고를 낸 건수는 각각 5만55893건, 4만3922건으로 9만9505건이었다. 비교적 운전면허취득이 어려웠던 2007~2010년에는 초보운전자들의 사고 건수는 4만1525건, 3만2999건이었다.

게다가 국내에 관광비자로 입국한 중국인이 관광을 하면서 간편하게 운전면허를 취득해 자국에서 교통사고 가능성을 높인다는 게 중국 정부의 비판이었다. 급기야 중국 정부는 한국에 공문을 보내 개선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태도가 급변한 건 지난해 1월이다. 당시 경찰은 2011년 시험 기준이 완화된 이후 안전사고에 대한 여론의 우려가 높아졌다며 간소화 정책 폐지 계획을 발표했다. 간소화 시행 3년 뒤인 2013년 하반기부터 1년간 연습면허 운전자 사고 건수가 1만명당 10.7건에서 12.7건으로 2건 가량 늘었다며 ‘간소화’로 사고가 줄어든다던 입장도 뒤집었다.

◇ 여전히 물면허…기본적인 운전 상식 부족한 사례 多, 면허 따도 도로연수 불가피

지난해 12월 22일부터 운전면허 취득은 간소화된 2011년보다는 비교적 어려워졌다. 지난 6월 경찰청에 따르면 새 제도가 시행되고 6개월 간 운전면허를 취득한 초보운전자 교통사고가 지난해 같은 기간 904건에서 562건으로 342건(37.8%) 감소했다고.

기능시험에만 합격한 연습면허자 교통사고는 60건에서 16건으로 44건(73.3%) 줄었다. 연습면허 소지자 중 인명피해 사고를 내 연습면허가 취소된 경우도 43건에서 9건으로 34건(79.1%)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 9월까지 교통사고가 발생한 16만199건 중 안전거리미확보 1만4461건, 안전운전불이행 등 9만938건, 교차로통행위반 1만369건 등 기본적인 운전 법규를 지키지 않아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운전면허를 취득해도 운전자들의 운전 상식은 여전히 부족하다. 운전 경력 2년 미만의 초보운전자든, 운전 경력이 20년 이상인 운전자들이든 마찬가지다.

 지난해 운전경력 별 사고 발생건수를 보면 15년 이상의 운전자의 사고 발생건수가 11만7976건으로 전체 사고 발생건수(22만917건)의 50%를 차지한다.   

◇ 독일‧뉴질랜드 등 정식 운전면허 따기도 어렵고…사후 관리도 철저해

대다수의 선진국은 대체로 운전면허 취득이 매우 어렵다. 임시면허, 관찰면허, 제한면허 등을 일정 기간 유지하다 정식면허로 바꿔주며 최종 면허를 받기까지 호주는 4년, 독일은 2년, 프랑스는 3년이 소요된다.

또한 일반도로 주행은 물론이고 야간 주행이나 고속도로 주행을 의무화하는가 하면 공사구간에서의 속도제한 등 실제 도로환경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실격시키기도 한다.

운전면허 따기가 어려운 나라로 알려진 ‘뉴질랜드’는 필기시험을 통과하고도 6개월 동안 연습해야 제한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다시 18개월(25세 이상이면 6개월)이 지나야 정식면허 시험을 볼 수 있다. 차가 없이는 생활하기 어렵고 대부분 10대 때 시험을 치르는 것을 감안하면 정식면허를 따기까지 꼬박 2년이 걸린다.

필기시험을 치르고 나면 연습면허를 받는데 여러 제약이 따른다. 자동차의 조수석 앞 유리와 운전석 뒷 유리에 연습면허를 뜻하는 노란색 ‘L’ 글씨를 써 붙여야 한다.

정식면허를 딴 지 2년 이상 된 운전자가 항상 동승해야 하고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만 운전할 수 있다. 6개월 후부터 취득할 수 있는 제한면허도 오전 5시∼오후 10시까지만 혼자 운전할 수 있고 오후 10시 이후 오전 5시까지는 숙련된 운전자가 같이 타야 한다.

다른 나라도 비슷하다. 관찰면허 제도를 운영하는 독일에서는 시험에 합격해도 2년간 임시면허로 운전해야 한다. 임시면허 소지자가 법규를 위반하면 한국 돈으로 30만 원의 높은 벌금을 물린다. 또다시 위반하면 임시면허 기간이 두 배로 늘어난다. 프랑스도 시험 합격 후 3년간 임시면허를 주고 사고나 범칙행위가 없었던 사람에게만 정식면허를 발급한다.

면허를 따기 전 꼭 이수해야 하는 교육 시간도 길다. 호주는 120시간을 채워야 응시할 수 있고 독일은 72시간, 일본은 학원에서 교육받는 경우 57시간을 꼬박 채워야 한다. 영국은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할 교육 시간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면허시험을 통과하는 것이 워낙 어려워 공인강사에게 평균 30∼35시간을 교육받고 시험장에 간다.

공통점은 다양한 도로 상황을 교육하고 시험을 보는 것이다. 특히 야간주행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는 나라가 많다. 호주는 20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10시간 동안 야간주행 교육을 받아야 시험을 볼 수 있다. 독일에서는 일반도로뿐 아니라 고속도로에서도 주간 4시간, 야간 3시간 교육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운전 능력과 습관뿐 아니라 사고 때 적절한 조치 능력이 있는지 확인하는 곳도 있다. 독일은 교통사고 응급조치 교육을 8시간 받아야 면허시험을 볼 수 있다. 영국에서는 실기시험을 치르기 전 감독관이 차량 안전에 관한 내용을 직접 묻고 틀리면 감점한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의 운전면허가 선진국으로 가기엔 멀었다”며 “T자 코스 등 예전 방식이 다시 도입됐다고는 하지만 비상시 대처방법 등은 여전히 면허따는 과정에서 배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독일이나 호주처럼 정식 면허증을 받는데 2년이 소요된다”며 “충분한 교육과 사후 관리 등 한국도 면허취득이 더욱 어려워져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종혜 기자 hey33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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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y33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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