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또 남과 북의 이야기? 영화 ‘강철비’는 무엇이 다를까

[쿡리뷰] 또 남과 북의 이야기? 영화 ‘강철비’는 무엇이 다를까

또 남과 북의 이야기? 영화 ‘강철비’는 무엇이 다를까

기사승인 2017-12-13 00:01:00

‘북한 1호가 남한으로 내려왔다’

홍보 포스터의 이 한 줄은 영화 ‘강철비’(감독 양우석)의 내용을 명료하고 명쾌하게 설명한다. 북한에서 쿠데타가 일어난 가운데,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우연히 경계를 넘어 남한에 존재하는 긴장 상황을 그린 것. ‘강철비’는 이 같은 영화적 상상력을 토대로 현실감 있는 상황을 만들어 가며 흥미로운 서사를 구축한다.

‘강철비’는 제작 전부터 양우석 감독의 작품이란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양우석 감독은 2013년 영화 ‘변호인’으로 1000만 관객에게 인정받은 바 있다. ‘변호인’은 1981년 부산 지역에서 발생한 부림사건을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다.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화를 다룬 셈. 근현대의 사건과 인물을 영화로 표현해 사회적인 담론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양우석 감독이 4년 만에 내놓은 신작 ‘강철비’의 소재는 남과 북, 핵전쟁이다. 북한에 쿠데타가 발생한 상황에서 북 최정예요원 엄철우(정우성)은 ‘북한 1호’와 함께 남한으로 내려온다. 북한 1호는 치명상을 입은 상태. 그 사이 북한은 대한민국과 미국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선포하고 이에 남한은 계엄령을 내린다. 이때 북한 1호가 남한으로 내려왔다는 정보를 입수한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는 전쟁을 막기 위해 이들에게 접근한다.

영화의 기본적 구조는 ‘의형제’(감독 장훈) ‘공조’(감독 김성훈) 등으로 이어지는 남북한 협력 첩보물과 유사하다. 남한의 세속적 공무원과 북한의 특수부대원이 우연히 만나 힘을 합쳐 사건을 풀어나가고 남북한 긴장을 해소한다는 점이 그렇다.

‘강철비’는 여기에 다른 시선을 더했다. 만약 한반도에 핵전쟁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가정을 스크린으로 옮겨와 현실적으로 풀어냈다. 초반 몰아치는 서사와 액션 덕분에 관객은 쉽게 영화에 집중하게 된다. 북한 1호가 어떻게 남한까지 오게 됐는지 의문을 가지고 자리한 관객에게 ‘강철비’는 그럴싸한 상상력을 촘촘한 연출을 통해 보여준다. 많은 일이 우연히 일어나지만,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끔 만들어 놓은 것.

‘강철비’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단연 개성공단에 ‘강철비’가 쏟아지는 장면이다. 전쟁의 참상을 가장 영화적인 연출로 나타낸 덕분이다. 처음 이 장면을 목도한 관객은 자연스레 전쟁을 막고자 고군분투하는 인물에 이입하게 된다.

각각 남한과 북한을 대표하는 엄철우와 곽철우 캐릭터도 흥미롭다. 자칫 관성적으로 그려질 수 있는 지점을 교묘하게 빠져나가 조금은 다르고 그래서 매력적인 인물로 표현됐다. 곽철우는 정권 끝물의 외교안보수석으로 대학에서 강의할 수 있는 엘리트다. 능력보다 감정을 앞세우는 캐릭터가 아닌 것. 화려한 액션을 선보이는 엄철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강인하면서도 순수한 구석이 있는 북의 특수요원인 동시에 본인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약점을 지닌 인물이기도 하다.

앞선 두 인물이 남과 북의 메타포라면 김의성이 연기하는 현직 대통령과 이경영이 맡은 차기 대통령 당선인 역할은 북한에 대한 우리 안의 이분법적 시선과 관념을 나타낸다. 더불어 미국과 중국, 일본이 한반도의 긴장 상황과 전쟁을 대하는 태도를 비추며 전쟁과 핵에 대한 국제 역학 관계를 그려낸다.

여러 장점이 있는 영화지만, 마지막 장면은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시선에 따라 매우 훌륭한 끝이거나 맥 빠지는 마무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아쉽다.

오는 14일 개봉. 15세 관람가.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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