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방송 결산] 올해의 키워드 7, 양세종부터 김생민까지

[2017 방송 결산] 올해의 키워드 7, 양세종부터 김생민까지

기사승인 2017-12-23 00:04:00

올해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되돌아봤다. 지난해 배우 박보검-서현진이 드라마 한 편으로 주목받았다면, 올해는 신인 양세종-우도환이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다. tvN ‘비밀의 숲’은 많은 시청자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드라마로 평가받았고, 수년 만에 시청률 기록을 갈아치운 드라마도 있었다.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는 워너원을 탄생시키며 KBS2 ‘더 유닛’, JTBC ‘믹스나인’을 제작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김생민은 전성기를 맞았고 나영석 PD는 다수의 프로그램을 제작하며 바쁜 한 해를 보냈다. MBC·KBS 총파업이 만들어낸 방송 공백도 잊지 말아야 할 올해의 사건이었다.


△ 올해의 인생작 - tvN ‘비밀의 숲’

올해가 가기 전에 반드시 봐야 할 드라마 한 편을 고른다 하면 단연 ‘비밀의 숲’이다. 그와 같은 선상에 올릴 만한 후보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지난 6~7월 방송된 ‘비밀의 숲’에 쏟아진 극찬은 셀 수 없이 많다. 극찬의 종류도 다양하다. 기존 드라마의 공식을 뒤집은 것부터 처음부터 끝까지 완결성을 갖고 진행되는 스토리, 흠 잡을 데 없는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까지 무엇 하나 부족한 점이 없다. 신인 작가 이수연의 데뷔작이라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최고 시청률은 6.6%(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 16회)에 그쳤다. 하지만 일부 마니아층이 사랑한 드라마라고 제한하기엔 완성도가 너무 높았다. 한국 드라마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뉴욕타임즈(The New York Times)에서 선정한 '국제 TV드라마 TOP10'에 오르기도 했다. ‘완벽한 드라마’라는 것이 어딘가 존재한다면, 아마 ‘비밀의 숲’에 가까운 모습이지 않을까.


△ 올해의 시청률 극과극 - KBS2 ‘황금빛 내인생’, ‘맨홀’

최근 대부분의 지상파 미니시리즈가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젠 예전처럼 제 시간에 TV 앞에 앉아 드라마를 감상하는 시청자가 많지 않은 것이다. 시청률의 위력은 해가 거듭 될수록 약해지고 있다. 대신 시청률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화제성 지수의 의미가 커지고 있다. TNMS는 재방송과 다시보기를 이용하는 시청자들의 숫자를 통계 자료에 넣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난 10일 ‘황금빛 내인생’이 기록한 시청률 41.2%(닐슨코리아 기준)는 특별하다. 드라마 시청률이 40%를 넘어선 건 2015년 1월 18일 KBS2 ‘가족끼리 왜 이래’가 40.5%를 기록한 이후 약 3년 만이다. 전 국민의 절반에 가까운 시청자가 같은 시간에 똑같은 드라마를 시청하는 현상이 2017년에도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드라마라는 콘텐츠와 지상파 방송이 여전히 폭발력을 갖고 있다는 걸 확인시켜준 사건이다. 

‘맨홀’은 ‘황금빛 내인생’과 대척점에 놓여 있다. 지난 8월 31일 ‘맨홀’은 1.4%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2000년 6월 27일 KBS2 ‘바보 같은 사랑’이 기록한 기존 역대 최저시청률 1.8%를 경신한 것이다. ‘황금빛 내인생’의 시청률 기록이 3년 만에 다시 써진 것이라면, ‘맨홀’은 무려 17년이다. 아무리 지상파 드라마라 해도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추락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다. ‘드라마는 제목 따라간다’는 속설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준 사건이기도 하다.


△ 올해의 급성장 - 양세종, 우도환

올해 초까지만 해도 양세종은 신인 배우였다. 드라마를 관심 있게 보는 시청자들 이외엔 그의 이름도 모르는 게 당연했을 정도다. 그랬던 양세종이 올해에만 네 편의 드라마(‘낭만닥터 김사부’, ‘사임당 빛의 일기’, ‘듀얼’, ‘사랑의 온도’)를 선보이며 급성장했다. 아역, 조연을 한 번씩 경험하더니 곧바로 주연으로 뛰어올랐다. 최근작인 SBS ‘사랑의 온도’에서 서현진과 함께 등장해 비교될 수 있었지만 부족함 없는 연기력을 선보이며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했다.

양세종과 92년생 동갑인 우도환도 마찬가지다. 우도환은 지난해 영화 ‘마스터’, KBS2 ‘우리집에 사는 남자’에서 조연으로 얼굴을 비춘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tvN ‘구해줘’에서 맹활약하더니 곧바로 차기작 KBS2 ‘매드독’에서 주연으로 뛰어올랐다. 양세종이 그랬듯, 우도환도 유지태와 맞붙는 장면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으로 주연으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 올해의 영향력 - Mnet ‘프로듀스 101 시즌2’

올해 예능계의 트렌드는 분명 관찰 예능이었다. SBS ‘미운우리새끼’를 비롯해 MBC ‘나 혼자 산다’, JTBC ‘효리네 민박’, SBS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을 비롯해 관찰 예능이 꾸준한 인기를 모았다. 외국인, 여행 예능도 유행했지만, 모두 관찰 예능의 범주에 들어가 있는 것들이었다.

관찰 예능과 함께 예능계를 장악한 것이 아이돌 오디션 예능이다. 이는 오로지 ‘프로듀스 101 시즌2’의 영향력이다. 남자 연습생 버전으로 방송된 ‘프로듀스 101 시즌2’은 두 시즌 만에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한 의문, 불안을 확신으로 바꿨다.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그룹 워너원은 빠르게 데뷔한 이후 활발하게 활동하며 엑소, 방탄소년단의 인기를 위협했다.

다른 방송사에서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KBS는 이미 데뷔한 아이돌 그룹 멤버를 재조명하는 ‘더 유닛’을, JTBC는 남자 9명, 여자 9명 그룹을 만들어 결승에서 대결하게 하는 ‘믹스나인’을 선보였다. ‘프로듀스 101’보다 더 많은 수의 연습생, 기존 아이돌 멤버들이 참여했고, 비슷한 시기 첫 방송돼 과연 어느 프로그램이 더 잘될지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두 프로그램 모두 완성도가 떨어지고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초반부 이후 화제성을 이어가는 데도 실패하며 동반 하락세를 타고 있다. 거꾸로 ‘프로듀스 101’의 인기와 영향력이 얼마나 컸는지 실감하게 했다.


△ 올해의 전성기 - 김생민

김생민이 2017년 전성기를 맞을 거라고 예측한 사람이 있을까.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김생민을 데뷔 25년 만에 화제의 주인공으로 만든 건 KBS2 ‘김생민의 영수증’이었다. 팟캐스트 ‘김생민의 영수증’을 그대로 방송에 가져오면서 그의 숨겨진 매력과 웃음 포인트가 세상에 알려졌다. 처음엔 15분 분량, 6회 파일럿으로 편성됐다. KBS 답지 않은 실험적인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결국 ‘김생민의 영수증’은 시청자들의 바람에 따라 1시간 분량으로 정규 편성됐다.

단순히 프로그램만 성공한 것이 아니었다. 김생민은 광고 섭외 1순위로 꼽히며 다양한 CF를 하나씩 섭렵하게 됐다. 다른 방송사에서도 김생민을 데려가기에 바빴다. tvN ‘짠내투어’, MBC 파일럿 ‘전지적 참견 시점’은 김생민을 캐스팅해 오랜 기간 쌓아온 그의 ‘짠돌이’ 캐릭터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KBS 파업으로 올해 ‘연예대상’ 개최가 무산된 것이 아쉬울 뿐이다.


△ 올해의 열일 - 나영석 PD

대체 언제 쉬는 지 궁금할 정도다. 나영석 PD는 올해도 정말 ‘열일’했다. 올해 초 tvN ‘신서유기3’를 시작으로 ‘신혼일기’, ‘윤식당’, ‘알쓸신잡’까지 세 편의 새로운 프로그램을 내놨다. 그리고 다시 ‘신서유기4’, ‘삼시세끼 바다목장편’을 방송하며 초심을 되찾더니 ‘신혼일기2’, ‘알쓸신잡2’까지 제작했다. ‘신서유기 외전’이라는 타이틀로 ‘꽃보다 청춘 위너’, ‘강식당’까지 만들었고, 내년 초 ‘윤식당2’ 방송 날짜까지 확정했다. 나영석 PD의 예능이 1년 내내 방송된 건 물론, 하반기엔 동시에 화, 금요일 두 편의 시리즈가 나란히 전파를 탔다.

나영석 PD의 예능이 곧 tvN 예능이었다. 여러 시즌을 거듭해도 매번 화제를 일으키며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탄탄한 시리즈를 보유한 것에 더해, 새로운 시리즈까지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시청자들을 만족시켰다. 나 PD의 올 한해 활약은 그의 수제자인 신효정, 양정우, 이우형, 이진주 PD를 비롯한 수많은 PD들의 ‘열일’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물론 매번 새로운 길을 걷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나 PD의 특출한 감각과 올바른 선택도 무시할 수 없다. 시청자들은 내년에도 그가 ‘열일’해주길 바라지 않을까.


△ 올해의 사건 - MBC·KBS 총파업

MBC·KBS의 총파업을 빼놓고 2017년 방송가를 설명하긴 어렵다. 72일 간 이어진 MBC 파업으로 인해 다수의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이 큰 영향을 받았다. KBS도 파업의 영향으로 예능 프로그램이 결방되는 사태가 이어졌고, 올해 ‘연예대상’ 개최도 무산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와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MBC노조)는 지난 9월 4일 경영진 퇴진과 공영 방송 개혁을 목표로 파업에 들어갔다. 5년 만에 진행된 총파업에는 KBS본부 조합원은 1800여명, MBC본부 조합원은 2000여명이 참여했다. 이번엔 반드시 이기겠다는 각오였다. 공영 방송 정상화의 필요성에 공감한 정치권이 움직이면서 결국 지난달 김장겸 MBC 사장의 해임안이 가결되면서 MBC 파업이 종료됐다. MBC는 최승호 신임 사장이 선임되며 개혁의 속도를 올리고 있다. 반면 KBS는 여전히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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