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A씨(73)는 두개내동맥의 지주막하출혈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후 증상이 악화된 A씨는 치매 진단을 받아 손해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의료자문결과 뇌손상, 뇌기능 이상 및 신체질환에 의한 기타 정신장애가 원인이라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보험사와 소비자간 보험 분쟁이 늘어나고 있다. 금융당국이 자문의제도를 전격 손보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가운데 분쟁 갈등이 해소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의료감정 관련 분쟁건수는 총 2112건이다. 이는 2015년 1519건과 비교해 593건 늘어난 수치다. 2013년에는 1364건, 2014년은 1738건으로 보험사와 소비자간 분쟁은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자문의는 보험사가 의료심의, 장해평가 등을 위해 자문을 의뢰하는 의료기관의 전문의를 말한다. 보험사는 자문의 소견을 토대로 보험금 지급여부를 결정한다.
보험사들은 지난 2016년 6만5225회의 의료자문을 실시했다. 생명보험사의 경우 2만9176회, 손해보험사는 3만6049회에 걸쳐 자문을 구했다.
문제는 보험사가 자문의 정보와 자문내용을 가입자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제3의료기관 자문절차에 대한 안내 및 설명도 불충분해 소비자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자문의가 보험사에 유리한 자문을 제공하는 일부 의사에 편중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소비자연맹 이기욱 사무처장은 “보험사 자문의 제도는 20년이 넘게 문제가 돼왔지만 근본적인 해결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제라도 자문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소비자와의 신뢰가 형성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분쟁 관련 당사자들은 상호신뢰 부족으로 협의를 통한 제3의료기관 선정에 시간에 오래 걸리고 그 결과도 잘 받아들이지 않는 실정이다.
정부는 이런 정보 비대칭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지난 20일 보험사 자문의 소견서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권고안을 내놨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에 의사로 구성된 의료분쟁전문소위원회를 신설해 중립적 입장의 의료 자문을 통해 분쟁조정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제동 움직임에 보험업계에서는 의문부호를 남겼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아직까지 고객이 불법 사무장병원 등에 돈을 주면 얼마든지 장해진단서를 쉽게 발급받을 수 있다”며 “고객이 정확한 진단서를 받는다는 전제 하에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당국이 내놓은 방안이 실효성 있을지 의문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조미르 기자 m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