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절대평가 전환 등으로 인해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변별력이 떨어지면서 대입 정시지원을 앞둔 수험생들의 전략 셈법이 복잡해졌다. 입시 전문가들은 “당장 6일부터 본격화되는 정시 지원 경향을 단언하기 어려운 만큼 그 어느 해보다 치열한 눈치작전이 전개될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안정적 지원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쏠림현상 뚜렷… “밀집구조에서 역전 어려워”
이번 수능 결과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 득점자가 전년도 1,277명에서 3,214명으로 증가했다. 1, 2등급 구간대 점수 분포도 전년도에는 139점에서 124점으로 14개 구간이었지만 올해는 134점에서 123점, 11개 구간으로 좁혀졌다. 1점을 올려 지원하더라도 상위 점수 구간에 많은 인원이 몰려 역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연계가 주로 응시한 수학 가형의 경우 1, 2등급대 점수 분포는 9개 구간으로 전년도와 같지만 특정 점수 구간의 쏠림현상은 두드러졌다. 표준점수 126점인 학생이 1,752명인데 상위 점수 구간인 130점은 165명, 127점은 16명에 불과하다. 또 123점에 6,727명이 몰려 있지만 125점은 7명, 124점은 212명에 그쳤다.
수학 나형은 1, 2등급대 점수 분포가 전년도 12개 구간에서 올해 10개 구간으로 줄었다. 특히 1등급 커트라인(표준점수 129점)에 1만9,937명이 밀집해 있다. 전년도 1등급 커트라인 131점의 1만1,971명보다 8,000여명 이상 더 몰린 것이다. 2등급 이하 수험생이 1등급과 경쟁하는 것은 사실상 더 어려워졌다.
탐구영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사회탐구는 9개 과목 가운데 6개 과목에서 1등급 커트라인이 50점 만점이다. 한 문제에 등급이 갈릴 정도로 변별력이 크게 감소했다. 과학탐구도 물리를 제외하고는 전년도보다 1등급 원점수 커트라인이 올랐다. 1등급대에서 과탐 2과목 합계 평균 최고·최저점 격차도 8점에서 6점으로 줄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인문계 상위권은 과거보다 상향 지원이 훨씬 어려워졌으며, 이들 학생의 하향 지원 성향에 따라 2등급대의 정시 성패도 크게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자연계의 경우 과탐 변별력이 사탐보다 더 적게 줄었고, 수학 가형에서도 1, 2등급대의 점수 분포가 전년과 유사하기 때문에 인문계에 비해 점수 밀집현상이 다소 약한 편이긴 하다”면서도 “전반적으로는 상향보다 안정 지원 경향이 강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 영향력 커진 국어·수학·탐구… “가산점 고려한 가능성 따져봐야”
전문가들은 영어 절대평가 시행으로 국어와 수학, 탐구의 반영 비중이 중요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 영역의 경쟁력을 얼마나 확보했는가에 따라 대학 및 학과의 지원 전략이 달라질 것으로 봤다. 절대평가로 치러진 영어의 1등급 인원은 5만2,983명으로 전년도(2만4,244명)의 2.2배에 달했다. 2등급 이내(1등급 포함)는 15만6,739명으로 2.5배 늘었다.
영어 등급이 낮더라도 국어, 수학, 탐구 성적이 상대적으로 좋으면 서울대, 고려대, 서강대 등 영어 1, 2등급 간 격차가 적은 대학에 지원이 가능하다. 반대로 연세대, 경희대 등과 같이 1, 2등급 간 격차가 큰 대학의 경우 영어 1등급과의 점수 차를 극복하려면 국어, 수학, 탐구 성적에서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임 대표는 “전년도 수능 자료를 토대로 시뮬레이션 한 결과, 동일 점수대라 해도 대학별 국어, 수학, 탐구 반영 비율에 따라 격차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러한 격차는 국어, 수학, 탐구 성적이 낮을수록 크게 벌어지기 때문에 지원 전에 각 대학별 반영 비율을 면밀히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어와 수학, 탐구 영역 표준점수대별 동점자 분석 결과, 서울 주요대 진입권인 인문계 382점선에서는 국어 127점, 수학 나형 128점, 탐구 127점으로 수학 경쟁력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문계에서 수학 반영 비율이 높은 대학은 서강대로 46.9%를 반영한다. 다음으로 성균관대, 중앙대, 서울대가 40% 수준이다.
자연계의 경우 주요대 진입권인 373점대에서 동점자 평균 국어는 126점, 수학 가형은 118점, 탐구 128점으로 국어와 탐구의 영향력이 컸다. 자연계에서 국어 반영 비율이 높은 대학은 고려대(가정교육과·35.7%), 서강대(34.4%), 서울대(33.3%) 등이 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은 “교차지원 시 수학이나 탐구 영역의 가산점을 고려한 합격 가능성을 보다 신중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 소장은 “중하위권 대학은 수학과 탐구 응시 유형을 지정하지 않아 영역별 응시 유형에 제한 없이 지원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며 “다만 응시 유형을 지정하지 않는 자연계열 학과의 경우에는 수학 가형이나 과학탐구 영역에 가산점이 부여되기도 하므로 가산점을 극복할 수 있는지 판단해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