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의 아름다운 공원을 만들기 위해 직접 나무를 심고 가꾸는 단체가 있다.
대부분 60세가 넘은 고령이지만 그 열정 하나 만큼은 묘목(어린나무)과 다를 바 없다.
바로 젊은 마을을 꿈꾸고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마을기업 ‘야시골협동조합’이다.
수성구 범어2동 주민들로 꾸려진 야시골협동조합은 자발적으로 범어시민근린공원을 가꾸고 있다.
“회색빛 시멘트 건물로 가득한 이 도심 한가운데 공원이 있다는 건 매우 감사해야 하는 일이죠. 그래서 한 번 제대로 가꿔보자 마음먹었어요.”
야시골협동조합 손찬 대표를 비롯한 270여 명의 회원들은 2015년부터 범어시민근린공원에 편백나무를 심어오고 있다.
마을의 가장 큰 자랑거리인 범어시민근린공원 산책로 주변에 나무가 부족하다는 문제인식에 따른 데서다.
현재까지 그들의 손에 심겨진 나무는 3000그루 남짓. 2015년 수성구청의 도움을 받아 편백나무 200그루를 심은 것이 시작이다.
이듬해 주민들로부터 적게는 5만 원에서부터 많게는 10만 원까지 성금을 모아 1000여 그루의 편백나무를 더 심었다. 그리고 올해 대구시의 지원으로 1700그루를 더 심게 됐다.
“2015년 편백나무를 심자는 의견을 두고 주변에서 반대가 심했어요. 당시만 해도 대구에 편백나무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잘 자랄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생긴 거죠. 하지만 그러한 걱정은 고사하고 건강하게 쑥쑥 크다 보니 대구시에서도 이렇게 지원을 해준 거죠.”
야시골의 노력은 단순히 편백나무를 심는데서 끝나지 않는다.
주기적으로 공원을 찾아 물과 비료를 주고 가지치기 등을 하며 숲을 가꾸고 있다.
최근에는 ‘편백한아름협동조합’을 설립해 향후 편백나무에서 나오는 잎과 열매 등을 이용한 관련 제품을 만들 계획도 구상하고 있다.
또 앞으로 찾아올 시민들을 위해 회원 중 20여 명을 선정, 숲 해설사 양성과정에 참여시키고 있다.
지난 10월 28일에는 범어시민근린공원에서 주민 축제인 ‘야시골 숲속 음악회’도 열었다. 3회째다.
“범어시민근린공원은 대구에서 가장 번화한 곳인 범어네거리의 자랑이자 숨은 힐링 명소라고 할 수 있죠. 앞으로 편백나무가 우거진다면 더 많은 시민들이 도심 속에서도 삼림욕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야시골의 활동은 현재보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
대구시와 수성구청 등으로부터 13억 원의 예산을 받아 전국 최초의 편백나무 정자를 계획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편백나무로 만든 벤치와 의자는 있어도 정자는 아직 없다.
“범어시민근린공원 곳곳에 편백나무로 만든 정자를 세워 ‘전국에서 처음’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누구나 쉬어 갈 수 있는 쉼터로 보다 많은 시민들을 불러 모으는 게 목표예요. 나아가서는 전통놀이 체험장과 잔디광장, 약초농원 그리고 다양한 수종의 나무도 심을 계획입니다.”
야시골협동조합의 땀과 노력이 있는 이상 도심 속 힐링 숲 조성은 꿈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또 하나의 대구 명소 탄생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대구=김명환 기자 km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