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이름을 부르지 못하게 된 아이돌 그룹이 또 탄생했습니다. 최근 계약을 해지한 그룹 티아라 얘기입니다. 전 소속사가 그룹명을 상표권으로 등록하며 ‘티아라’로서의 활동이 어려워진 것이죠.
티아라는 지난달 31일 전 소속사 MBK엔터테인먼트의 품을 벗어났습니다. 재계약을 맺지 않아 계약기간이 만료되며 자연스럽게 회사를 나오게 됐습니다.
계약이 만료됐을 뿐 티아라가 공식 해체를 선언한 건 아니었습니다. 멤버 효민은 지난 3일 자신의 SNS에 자필로 쓴 편지를 통해 활동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효민은 “저희는 작년을 마지막으로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함께 했던 회사와는 이별을 하게 됐다”며 “그렇지만 걱정은 말라. 아직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순 없지만 멤버들은 앞으로도 어디 있든 언제든 함께 할 수 있을 거다”라는 뜻을 전했습니다.
또 “멤버들 각자 오랜만에 자기 시간을 갖고 여유도 부려보며, 어떻게 하면 앞으로 팬 분들과 함께할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마련할 수 있을지 진중히 고민해보기로 했다”며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다른 멤버들과 의논한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했죠. 해체라는 표현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티아라는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전 소속사가 ‘티아라 T-ARA’라는 그룹명을 상표권으로 등록했기 때문이죠. 티아라로 등록된 음원과 벨소리, 공연, 티셔츠, 신발, 패션 제품, 화장품 등의 상표권이 MBK엔터테인먼트로 귀속됐습니다.
이제 전 티아라 멤버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새로운 그룹명으로 활동하는 방법입니다. 선례가 있습니다. DSP엔터테인먼트 소속이었던 SS501과 큐브엔터테인먼트 소속이었던 비스트 역시 소속사의 상표권 등록으로 계약 해지 이후 기존 그룹명을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이들은 더블에스301(Double S 301)과 하이라이트라는 새로운 그룹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동방신기로 활동하던 김재중, 김준수, 박유천도 비슷한 경우입니다. 소속사와 재계약한 정윤호, 심창민은 동방신기로 계속 활동하고, 나머지 멤버들은 새로운 소속사에서 JYJ라는 그룹명으로 팬들을 만났습니다. 기존 티아라 멤버들도 이들처럼 다른 이름을 사용할 수 있겠죠.
아니면 그룹명을 되찾기 위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이었던 신화가 긴 법적 공방을 통해 이름을 되찾은 경우입니다. 신화가 소속사와 계약이 종료한 2004년 당시는 상표권의 개념이 약했습니다. 다른 소속사에서 신화로 계속 활동하는 이들을 두고 SM엔터테인먼트가 ‘신화’를 상표권으로 등록하며 문제가 복잡해졌습니다. 소속사 측은 해당 권리를 오픈월드에 양도했고, 신화 멤버들은 그 이후 이름을 되찾기 위해 긴 싸움을 벌여야했습니다. 2012년 신화 측이 상표권 취소 심판을 청구한 것이 맞소송으로 이어져 법정 공방을 벌였고, 2015년 결국 법원의 강제조정으로 ‘신화’라는 이름을 되찾게 됩니다. 멤버들이 자신들의 그룹명을 소유하게 된 최초의 사례인 것이죠. 신화는 지금도 앨범을 발매하고 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신화의 이름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 소속사와 대화를 나누는 방법도 있습니다. 자신들의 뜻을 알리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죠. 가장 평화적인 해결 방법이지만 대화가 원하는 대로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쩌면 이미 대화를 시도했다가 실패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티아라의 팬들과 대중은 전 소속사 MBK엔터테인먼트를 강하게 비난하는 분위기입니다. 10년을 함께한 소속사가 소속 가수의 앞길을 막는 모양새이기 때문입니다. 상표권 등록 시기도 문제입니다. 멤버들의 계약이 만료되기 3일 전인 지난달 28일 상표권을 등록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죠. 소속사는 티아라 계약 만료에 대해 “아름다운 이별”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뒤에서는 그다지 아름답지 않은 행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그동안 자신들에게 소속된 그룹명 권리를 보유하고 싶은 욕심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동안 회사에서 해당 그룹에 투자한 시간과 자금이 아깝게 느껴질 수도 있죠. 각 멤버들과 계약한 것이지 단체로 그룹 계약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판단의 여지에 따라 문제없는 행동처럼 보일 수도 있고요.
하지만 대중의 시선은 다릅니다. 그룹명을 보유하는 것이 회사의 권리가 아니라 회사를 떠난 가수들의 행보를 방해하는 것으로 비춰질 뿐이죠. 실제로 비스트와 SS501의 상표권을 보유한 소속사들은 그룹명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비스트, SS501로서의 아무런 활동 없이 상표권만 갖고 있는 것이죠. 대중들이 소속사의 그룹명 상표권 등록을 비난하는 이유입니다.
한 시기를 풍미했던 아이돌 그룹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티아라는 국내 최고의 걸그룹에서 ‘왕따 논란’, 이후 중국 활동까지 유난히 우여곡절이 많았던 그룹이었습니다. 긴 시간을 함께하며 다사다난한 일을 겪은 소속사와 멤버들이 쌓은 정은 남다르지 않았을까요. 그럼에도 계약이 만료되자 소속사는 태도를 바꿨습니다. 앞으로 많은 아이돌 그룹들이 마주할 미래일지도 몰르죠. 지금 MBK엔터테인먼트에는 '프로듀스 101' 출신 정채연, 기희현이 있는 후배 그룹 다이아가 소속돼 있습니다. 다이아 멤버들은 이번 사건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